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LG가(家) 상속 전쟁 2라운드

LG가(家)를 둘러싼 내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재벌가의 ‘장자 계승 원칙’이 우선인지, 합의했어도 유언장이 없다면 무효인지를 놓고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세 모녀(고 구본무 전 회장의 아내와 두 딸) 간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재판부는 조정을 제안했지만, 구광모 회장 측은 “재판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의 입장과 재판의 쟁점을 정리해봤다.

On January 14, 2024

3 / 10
/upload/woman/article/202401/thumb/55280-529187-sample.jpg

 

LG그룹 경영권이 왔다 갔다 하는 중대한 사건?

복잡하지만 고 구본무 회장 별세 후 LG그룹의 지분 정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구본무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장자 승계 원칙이 당연한 듯 보였다. 당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은 ㈜LG 주식 일부와 구본무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 투자 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고 그렇게 상속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023년 3월,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이 ‘입장’을 바꿨다. 당초 유언장이 있는 줄 알고 유산 분배에 합의한 것인데, 유언장이 없었다며 지분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재기한 것이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 없이 배우자가 사망하고, 상속인 간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상속 지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배우자에게는 50% 할증된 유산이 돌아간다. 구본무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이었던 11.28%의 ㈜LG 주식이 김영식 여사(1.5), 구광모 회장(1), 장녀 구연경 씨(1), 차녀 구연수 씨(1)의 비율로 상속되는데, 이럴 경우 김영식 여사가 3.76%, 구광모 회장과 두 여동생이 각각 2.5%의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15%대의 지분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던 구광모 회장의 지분이 10% 밑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로 김영식 여사 지분율은 4.20%에서 7.96%로, 구연경 대표는 현재 2.92%에서 3.42%, 구연수 씨는 현재 0.72%에서 2.72%로 높아지는데, 3명의 지분을 합치면 14~15%대에 육박하게 된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소송 공방의 핵심인 ㈜LG 주식은 계열사의 경영권이 달려 있기도 하다.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각각 30% 이상씩 소유하며 그룹 내 전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상속, 문제 없었다” VS “경영권 참여 희망”

 쟁점 1  유언장이 없다? 합의문은 있다!
원래 상속에서 가장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유언장이다. 공증 등의 과정을 거친 유언장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반영된다.

세 모녀 측은 유언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합의장을 썼다”고 주장한다. “구광모 회장이 김 여사 등을 속였고, 결국 이런 기망 행위로 인해 모든 ㈜LG 주식을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는 것으로 됐기 때문에 기존 상속은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구광모 회장 측은 합의서를 꺼내 들었다. 이미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모두 구체적인 분할 내용에 동의했기에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합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여사)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겨 있다.

구 회장 측은 “당시에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각자 진정한 의사로 서명했고, 구 회장은 김 여사 등에게 어떠한 강제를 하지 않았다. 상속 자체에 김 여사 등 모두 동의했다”는 것이다. 5개월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상속 재산 분할 합의를 이뤄냈고, 구광모 회장 등 상속인들이 인감증명을 포함한 협의서를 작성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세 모녀 측은 차명 재산 존재 가능성과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가 세 모녀에게 전달되지 않고 파기된 점 등을 거듭 문제 삼으며 ‘상속 과정의 위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구 회장 측은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를 상속인들과 모두 거쳤다”고 맞서고 있다.

아직 세 모녀 측에서 확실한 증거를 공개하지는 못한 상황. 이번 사건에 정통한 A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고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과 해명을 듣고 판단만 내리는 입장”이라며 “민사소송의 원칙을 고려할 때 ‘유언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구 회장 측이 속이려 했다는 등의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언장이 없었다는 세 모녀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합의서를 무효로 판단하면 ‘장자 승계 원칙’이라는 LG그룹 내 가훈이 다툼의 대상이 된다.
‘여성 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과
‘경영 경험이 없는 세 모녀 측의 욕심’이라는 반론이 공존하는 대목이다

 쟁점 2  3년 넘어 제기된 소송은 무효?
유언장 유무는 재판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언장이 없는 것을 몰랐다는 말이 거짓이기에 소 자체가 성립안 된다는 게 구광모 회장 측의 입장이다. 상속권 침해 여부를 알게 된 지 3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미 지났다는 것. 구광모 회장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인데 4년이 훨씬 지났고, 제척기간 경과에 따라 부적법하게 제기된 소송”이라고 맞섰다.

반면 이에 대해 세 모녀 측은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기에 소 제기는 성립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결국 재판부가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는지’를 놓고 판단하는 부분이 될 텐데, 원고 측의 증거가 무엇인지가 판단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점 3  장자 승계 원칙, 법적 효력 있나
유언장이 없었다는 세 모녀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합의서를 무효로 판단하면 ‘장자 승계 원칙’이라는 LG그룹 내 가훈이 다툼의 대상이 된다. 헌법 등에서 남녀의 차별을 불허하고 있지만, 그동안 LG 등 일부 재벌가에서는 ‘여성은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내려왔다.

‘여성 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과 동시에 ‘경영 경험이 없는 세 모녀 측의 욕심’이라는 반론이 공존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세 모녀 측은 처음 소를 제기할 때는 “경영권에 참여할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상속이 아니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KEYWORD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2024년 01월호
2024년 0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