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과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었죠. 블루 계열의 드레스와 메이크업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게을러서 화보 촬영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웃음) 그래도 한 번쯤 이런 모습을 남겨보면 좋을 것 같아 하게 됐어요. 내일보다 오늘이 더 예쁘다고들 하잖아요.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튀르키예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남편(배우 차인표)이 CGN 스토리 다큐 <바울로부터> 촬영 때문에 튀르키예에 가게 됐어요. 함께 가서 남편은 일하고 저는 제 시간을 가졌죠. 일하러 갈 때는 즐길 여유가 없는데 일하는 남편을 따라가니 즐길 수 있어 좋더라고요. 자유롭게, 행복하게 지내다 왔어요.
어떤 타입의 여행자인가요?
관광지나 핫 스폿 같은 곳을 다니는 것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해요.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요. 한곳에 오래 머무르며 현지인이 가는 작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슈퍼마켓에 들러 먹을거리도 사면서 천천히 걸어 다니곤 하죠.
튀르키예에서도 그런 여행이었겠네요.
촬영하는 동네가 주로 작은 시골이었기 때문에 더 좋았어요. 시골 장터 같은 곳에서 현지 음식도 많이 먹고 카페에 앉아 차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남편은 일하러 왔으니 제가 이것저것 좀 챙겨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 혼자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재미있게 보냈죠.(웃음) 아마 혼자 여행을 갔으면 서울에 있는 남편이 신경 쓰여 충분히 못 즐겼을 거예요.
오늘 문득 떠오르는 여행지에서의 한순간이 있을까요?
특별히 한순간이 떠오르기보다는, 오늘은 제 일을 하는 날이어서 여행지에서와는 전혀 다른 날이었죠. 긴장도 되고 힘도 좀 들어가고. 반면에 튀르키예에서는 한없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요즘은 엄마 신애라로서 활동이 많은 것 같아요. 한 달 전쯤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양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아이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 대해 얘기했죠.
우리 큰딸 예은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얘기였어요. 아기들을 재울 때, 뒤통수 모양을 예쁘게 만들려고 엎드리게 해서 재우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한 아이가 그렇게 엎드려 자느라 볼 한쪽이 살짝 눌려 있는데 제 아들이 그맘때 자던 모습이랑 너무 닮은 거예요. 깨어 있을 때 모습이 너무 궁금해 막 깨워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죠. 예은이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 굉장히 강렬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났어요. 아기들은 워낙 모두 예쁘긴 하지만 예은이에게 드는 감정은 뭔가 달랐어요. 보육원에 두고 집에 돌아왔을 때 마치 제 아들이 그대로 그곳에 남아 있는 느낌이 들어 슬프기도 했어요.
그랬던 아기들이 이제 커서 막내까지 사춘기를 졸업했어요. 세 아이 모두 무사히 사춘기를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전적으로 공부의 힘이었어요. 제가 뒤늦게 부모 공부도 했고, 미국에서 공부했던 상담학도 큰 도움이 됐고요. 그런 공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아이가 크더라도 부모는 평생 공부해야 해요. 크면 크는 대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우리 모두 엄마가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까요. 아이가 아기일 때와 좀 더 컸을 때, 그리고 사춘기일 때, 성인이 됐을 때까지 엄마 노릇이 모두 달라요. 물론 타고나서 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엄마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제 재능인 것 같아요.
40대 후반은 50살을 바라보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50살이 넘어 공부를 마쳤어요. 5년 반 정도 공부했죠.
이제는 하루하루 그때 공부했던 것들을 다시금 깨달으며 살고 있어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그동안 부모가 알고 있던 아이와 전혀 다른 인격체인 것 같다고 하죠. 그만큼 대하기 힘들 것 같아요.
부모와 소통이 많았던 아이는 사춘기를 그나마 덜 심하게 겪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스트레스를 덜 받은 아이도 그렇고요. 그런데 자기표현을 많이 하지 않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는 좀 심하게 사춘기를 겪는 편이죠.
부모 공부의 방법이 궁금해요.
요즘 유튜브에도 부모 교육과 관련된 좋은 강의가 많고, 시중에 나온 부모 교육 책도 정말 많아요. 열심히 사서 밑줄 치고 읽으면서 반복해 공부해야 해요.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매일 아침마다 엄마로서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참 고마운 것이 2주에 한 번씩 채널A 예능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하며 다른 부모들이 사는 이야기와 아이들로부터 겪는 어려움을 듣고 오은영 박사님의 솔루션을 들으며 많은 공부를 한 거예요. 저 역시 부모 교육을 공부했고, <금쪽같은 내 새끼>에 4년째 출연하다 보니 이제는 새롭고 몰랐던 이야기들이 아니에요.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나의 생활에 직접 대입하는 건 다르죠. 하물며 잘 알고 있지도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겠어요. <금쪽같은 내 새끼>에 등장하는 부모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이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적인 이야기라도 다 드러내면서 단단히 각오하고 프로그램에 나온 거죠. 용기가 정말 대단한 부모들이기에 존경심마저 들어요. 하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부모 공부는 꼭 필요해요. 부모 공부를 통해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 찾아야 하죠. 우리 모두 모른 채 놓치는 것이 분명 많아요.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각각의 사연마다 깊이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공감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진 않아요. 다만 사연을 듣다 보면 어떤 사연이든지 간에 저는 물론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가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요. 그런 부분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공감하고 제 이야기도 꺼내게 되죠.
미국에서 상담학을 공부할 때 이런 활동을 염두에 둔 건 아닐 테죠.
전혀 아니었어요. 다만 제가 오래전부터 홍보 대사를 하고 있는 한국컴패션이 가정에서 일대일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단체예요. 그런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늘 있었죠.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제 재능인 것 같아요. 그런 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상담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상담학을 공부해 뭘 해보겠노라는 구체적인 마음은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저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됐죠.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공부가 많아졌고, 그러면서 공부 기간도 길어졌어요. 40대 후반은 50살을 바라보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50살이 넘어 공부를 마쳤어요. 5년 반 정도 공부했죠. 이제는 하루하루 그때 공부했던 것들을 다시금 깨달으며 살고 있어요.
40대 후반의 나이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빠른 나이는 아니에요. 오히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주저할 나이죠.
저는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무엇이든지 빨리 결정하고, 결정한 다음엔 바로 실행하죠. 처음엔 아이들 공부가 우선이었고, 저는 그냥 조금씩 공부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제가 좀 더 공부하고 싶어 유학 기간이 계속 늘었어요.
누구에게나 인생의 흐름이 변하는 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유학 기간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유학을 가기 전이 인생 1막이었다면 공부를 하며 인터미션이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 2막이 시작됐죠.
과거에 꿈꾸던 50세 이후의 삶과 지금의 삶에는 차이가 있나요?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있는 삶이라는 것만 빼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부터 보육원 봉사 활동을 해왔지만 이제는 제 삶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어요. 1년여 전부터 봉사 단체 야나(YANA, www.yana.or.kr)의 홍보 대사를 하며 삶에서 봉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커졌죠. ‘넌 혼자가 아니야(You Are Not Alone)’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야나’는 모든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자라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봉사 단체예요. 100% 기부금으로만 운영하는 단체로 기부금이 들어오면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만 쓰여요. 운영비나 홍보비로 사용하지 않고요. 단체에 소속된 실무진은 최소 인원이고, 저는 물론이고 대표를 비롯해 이사들은 오로지 재능 기부로 함께하고 있어요. 입양이 더 보편화되는 것이 쉽지 않고, 아이를 위탁으로 돌보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일대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돌봄과 사랑, 관심을 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를 많이 해요. 야나는 그런 활동을 하는 봉사 단체예요.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많이 했어요. 그 활동으로 입양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생각하나요?
국내 입양 건수가 많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체감되는 건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들을 낳았고, 딸을 너무 좋아해 두 딸을 입양한 것뿐이에요. 배도 아프지 않고 너무 예쁜 두 딸이 생겼으니 제가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 제가 딸을 너무 좋아해서인지 아들마저 ‘딸 같은’ 아들이에요.(웃음)
지금 걸어가는 인생의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뭘까요?
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에요. 제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건 하나님이죠. 하나님을 믿으니까 성경도 읽고, 성경을 읽다 보니 제가 지은 죄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죠. 전 정말 나쁘고 못된 면도 많은 사람이거든요. MBTI가 ESTJ라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나쁜 기질이 있어요.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읽으니까 자신을 돌아보고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리고 인간으로서 얼마나 한계가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되죠. 다른 사람을 탓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나 역시 고작 이 정도 한계를 지닌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할 필요가 없는 거죠. 성경에 나오는 대로 자꾸 저를 돌아보고 반성해요. 그리고 그게 너무 좋아요. 저는 원래 안달복달하며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지금 당장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게 되죠. 나만 잘 살아가고 행동을 잘한다면 내가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분명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받아들이게 돼요. 그래서 많이 평안해졌고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몸이 건강해야 하는 것 같아요. 건강한 삶을 꾸리기 위한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전 체력이 워낙 좋은 편이었는데 나이 드니까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 느껴져 당황스러웠어요. 건강하지만 가족력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죠. 제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56살에 발병하셨어요. 이제 곧 제가 그 나이죠. 제 딸들이 결혼하고 아기를 낳을 때까지 건강해야 친정 엄마로서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으니 더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음식도 가려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사과 한 알을 꼭 챙겨 먹죠. 저녁은 아예 먹지 않거나 아주 가볍게 먹어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건강법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건강과 관련된 책이나 강의도 많이 찾아봐요. 무작정 따라 할 게 아니라 저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하죠.
정리와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있어요. 방송을 통해 내 삶 구석구석을 알리는 것이 때론 부담스러울 것도 같아요.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 예전부터 좋은 게 있으면 막 빨리 알리고 싶어 했어요. 이거 너무 좋더라 하면서 알리는 편이죠. 그래서 개인 SNS나 유튜브가 저와 너무 잘 맞아요. 그런 것으로 제가 이익을 챙긴다면 잘 못하겠지만, 좋은 걸 알리는 거는 너무 좋아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의 삶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다 커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 테고, 그때가 되면 전 좀 더 자유로워지겠죠. 그럼 열심히 걸어 다니며 여행도 더 많이 다닐 것 같아요. 어떤 여행지에서는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살아보기도 하고요. 야나에서 봉사 활동도 계속하고, 책도 많이 읽고, 쉬기도 하면서요.
2024년 <우먼센스> 신년호의 첫 번째 인터뷰예요. 새해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새해라고 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건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는 하루하루를 똑같이, 건강하게 살아가려고 해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새해에는 남편과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남편은 원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정말 많으니 남편과 함께 그런 곳으로 여행을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새해에는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요.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은데, 요즘 책 읽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신애라이프>의 콘텐츠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새해의 첫 책은 어떤 책이 될까요?
제 남편은 뭘 거의 사지 않는데, 책은 정말 많이 사요. 얼마 전엔 두툼한 <나니아 연대기>를 사 와서는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전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남편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아무래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책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얼마 전에 <내면소통>이 너무 좋다며 추천했어요. 남편이 그렇게까지 추천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정말 좋은 책이라며 여러 번 말하니까 궁금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