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콘서트 직관 리뷰
“다들 예상하지 못한 것 같은데 무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러분과 신나게 놀 수 있게 됐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정말 우주까지도 갈 것 같다. 늘 기적을 만들어주는 영웅시대, 정말 존경한다.”
11월 7일 임영웅이 팬카페에 쓴 글의 일부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024년 공연에 대해 임영웅이 팬덤에게 직접 발표한 내용이다. 사실 첫 발표는 이보다 빠른 11월 5일에 이뤄졌다.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는데 이날은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2주에 걸쳐 주말에 잠실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서울 공연 마지막 날이었다.
손꼽아 기다린, 피 튀기는 티케팅이라 하여 ‘피케팅’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임영웅의 전국 투어 서울 공연을 찾은 팬들이지만 공연의 끝은 늘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임영웅의 무대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공연은 끝에 다다랐고, 또 오고 싶지만 다시 ‘피케팅’을 거쳐 티켓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임영웅이 2024년 5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깜짝 발표를 한 것이다. 공연장은 열광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그 모습은 임영웅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울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소화하면서 직접 팬들에게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사실을 공개한 임영웅은 7일 팬카페를 통해 모든 팬들에게 그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대체적인 팬들의 반응은 드디어 임영웅이 ‘주제 파악’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주제 파악 좀 하라’는 표현은 비하의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임영웅 팬덤은 물론이고 임영웅 본인도 이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이번 서울 공연의 둘째 날인 10월 28일. 신곡 ‘Do or Die’로 시작해 ‘모래 알갱이’와 ‘이제 나만 믿어요’까지 긴 오프닝 무대를 마친 임영웅의 첫 멘트는 진정 어린 사과였다. 공연 티켓을 구하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관객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하며 임영웅은 이렇게 얘기했다.
“호남평야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말에 ‘아직 그 정도 급은 아니다’라고 했었는데 티켓 구하기 정말 힘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에는 더 ‘주제 파악’해서 많은 관객들을 모시겠다.”
스스로 주제 파악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혹 임영웅이 정말 다음 공연을 호남평야에서 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임영웅의 이 발언은 정말 진지했다. 이미 팬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을 마음먹고 준비 중이었던 임영웅이 살짝 그 예고편을 흘린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다들 예상하지 못한 것 같은데
무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러분과 신나게 놀 수 있게 됐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정말 우주까지도 갈 것 같다.
늘 기적을 만들어주는 영웅시대, 정말 존경한다.”
2024년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서 단독 콘서트
임영웅은 노래를 정말 잘하는 가수다. 출중한 외모는 기본, 늘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푸근하고 편하게 다가오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임영웅이라는 사람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바로 ‘배려’다. 지금의 가수 임영웅을 만들어준 건 오로지 팬들이라는 진심은 늘 그가 팬들에게 보이는 배려를 통해 확인되곤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을 발표하면서도 임영웅은 그런 기적을 만든 게 자신이 아닌 팬덤인 ‘영웅시대’라며 존경을 표했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라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넘어 정말 우주까지도 갈 수 있다는 진심도 담았다.
임영웅이 “우주까지도 갈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요즘 상황에서 솔로 가수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우주에 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K팝으로 전 세계 음악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다는 것은 엄혹한 현실이다. 그나마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대규모 공연에 잘 활용돼왔지만 지금은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선 회당 최대 6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장 규모가 큰 공연장이다. 정말 그다음에는 호남평야로 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솔로 가수가 홀로 공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또 흔치 않은 도전이다. 이런 사례는 2013년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강타한 가수 싸이가 1회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것 정도가 전부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강남스타일’의 인기와 공연에 특화된 싸이이기에 가능한 단독 콘서트로 그나마도 단 1회만 열렸다.
반면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임영웅은 2024년 5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서울 공연이 열린 KSPO돔은 회당 최대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임영웅은 서울 공연에 최대한 객석을 채워 4회 동안 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런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회 공연을 하면 최대 12만 명을 동원할 수 있다.
솔로 가수 홀로 이틀 동안 열리는 공연에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임영웅은 100만 명을 동원하는 공연을 해도 매진이 당연해 보이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10만 명일지라도 ‘피케팅’은 불가피해 보이고 100만 명이면 피케팅까진 벌어지지 않고 매진되는 수준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려운 문제도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K리그 경기가 열리며 축구 국가대표 A매치도 자주 열려 잔디 관리가 중요하다. 2021년 서울시설공단은 11억 5,000만원 예산을 투입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천연 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았다.
사실 서울시설공단 입장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형 콘서트는 엄청난 수입원이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잔디 관리를 위해 2021년 이후에는 대형 콘서트를 개최하지 않았다. 올해 8월 정말 오랜만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열렸는데 전 국민이 알고 있듯 매우 힘겨운 상황에서 어렵게 내려진 결단이었다.
이처럼 우주에 가는 것만큼 어려워 보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이 임영웅의 진심 어린 배려를 바탕으로 가능해졌다. 열성 축구 팬으로 유명한 임영웅은 올해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 서울과 대구 FC 경기에 시축자로 나섰다. 또한 이날 깜짝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임영웅과 9명의 백댄서 등은 모두 축구화를 신고 공연을 진행했다.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배려였다.
이런 배려에 임영웅의 팬들이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 관중은 4만 5,000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이자 최다 유료 관중 기록이 달성된 순간이었다. 임영웅을 보기 위해 몰린 팬들이지만 함께 FC 서울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인연이 2024년 5월 이틀 동안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단독 공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장년층을 위한 방석과 굿즈 선물
2주에 걸쳐 성황리에 끝난 전국 투어 콘서트 서울 공연에서도 다양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임영웅의 공연은 다른 공연과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임영웅 공연장에는 별도의 대기실이 마련돼 있다. 어렵게 티켓을 구한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을 찾은 자녀들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모든 객석에 하늘색 방석이 놓여 있다. 아무래도 이런 공연장 객석 의자는 오래 앉아서 관람하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게다가 임영웅 공연을 찾는 팬들 가운데에는 중장년층이 많다. 이를 배려해 방석을 팬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공연 수입 가운데에는 다양한 굿즈 판매도 큰 부분을 담당한다. 그렇지만 공연을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감아 굿즈를 선물하는 가수들도 꽤 있다. 이런 경우 공연장에 입장할 때 나눠주는 게 일반적인데 임영웅은 달랐다. 공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갖춘 방석을 굿즈로 준비해 팬들에게 선물한 것. 그것도 입구에서 하나씩 나눠주면 주최 측은 조금 편하겠지만 공연장에 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봐야 하는 상황에서 입구에서 받은 방석을 들고 다니는 것이 팬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임영웅은 수고스럽지만 방석을 하나씩 미리 깔아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런데 팬들 역시 임영웅에 뒤지지 않게 배려심이 대단하다. 공연에 온 것을 기념해 방석을 가져가고 싶지만 다음 공연에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 그냥 두고 가려 할 만큼 임영웅과 다른 팬들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전 MC가 “공연 끝난 뒤 잊지 말고 꼭 챙겨 가시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한 임영웅 공연에는 관객 수도 압도적이지만 안전요원 등 스태프의 수도 다른 공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다 확실한 서비스 제공과 함께 안전을 지켜주고 싶은 임영웅의 진심이 담긴 배려 때문이다. 안전요원들은 공연장에서 잠시 이동하는 팬들의 발 아래를 플래시로 비춰주며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공연장부터 지하철역 입구까지 안전요원들을 배치해 팬들의 안전 귀가를 도왔다.
유튜브 채널 <스타채널 디 오리지널>에 올라온 ‘임영웅 전국투어콘서트 직관 후기’에서는 서울 공연을 직관한 팬들이 임영웅의 배려에 감동 했다는 댓글을 볼 수 있다. 한 팬은 “임영웅 포토라인에서 사진 찍을 때도 알바 스태프가 길게 늘어서 있는 모든 사람의 사진을 일일이 찍어주는 콘서트 보신 적 있으신지요? 임영웅 콘서트는 배려의 끝판왕이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팬은 “팬들과 하이파이브하러 다닐 때 휠체어석에 계신 분들은 직원분들이 오셔서 임영웅 님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휠체어를 돌려서 하이파이브하고 지나가는 거 볼 수 있게 배려해주셨어요! 정말 감동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1m 앞에서 하이파이브 서비스
실제로 임영웅의 공연에서 하이파이브는 매우 특별한 이벤트다. 임영웅은 공연 중반부 관객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 공연장 1층과 2층 사이 통로를 360도 돌며 관객들과 일일이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진행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불과 1m 앞에서 임영웅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순간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요원들이 휠체어 석에 계신 분들을 위한 배려를 해줬다는 게 댓글로 확인된 또 다른 임영웅의 배려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영웅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부른 노래다. 그 노래는 바로 ‘손이 참 곱던 그대’. 임영웅이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든 팬을 향해 손이 참 고운 분들이라며 세레나데를 들려준 셈이다. 이벤트와 노래 선곡 하나하나에서도 팬들을 향한 배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실 임영웅의 하이파이브 이벤트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2020년 3월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진의 자리에 오른 임영웅은 우승자 특전곡으로 받은 ‘이제 나만 믿어요’를 4월에 발표했다. 신곡을 들고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임영웅이 <SBS 인기가요>에 출연했을 당시의 일이다.
무대 위에서 임영웅은 멋진 노래를 들려줬지만 객석은 비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녹화가 무관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객석 한구석에서 방송국 미화원 직원들이 앉아 임영웅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지만 쉬는 대신 임영웅의 무대가 보고 싶어 녹화장을 찾은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어차피 비어 있는 객석 1층 자리에서 미화원 직원들이 임영웅의 무대를 볼 수 있게 조치했다.
무대에서 녹화를 마친 임영웅은 곧바로 객석에 있는 미화원 직원들에게 가서 한 명 한 명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들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거듭났지만 오랜 기간 무명 시절을 거친 임영웅은 자신의 무대에 환호해주는 관객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무명 시절부터 무대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객석으로 내려와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손을 잡아주곤 했다. 그런 진심이 이제 대형 콘서트의 하이파이브 이벤트가 된 것이다.
여전히 임영웅은 무대가 끝나면 직접 객석으로 내려와 모든 팬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고 싶겠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팬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임영웅은 지금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모든 팬들에게 전하고 있다.
무명 트로트 가수 시절이던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임영웅이 밝힌 가장 큰 포부는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아들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10~20대와 공감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제 임영웅은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 같은 가수가 됐으며, 중장년층에게만 사랑받는 가수가 아닌 1020세대와 공감하는 가수가 됐다. 누구나 꿈을 이루고 나면 그 꿈을 키워가던 시절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분명 무명 시절의 임영웅과 지금의 임영웅은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무대가 끝나면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임영웅의 진심과 팬에 대한 배려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부분이 있다면 팬이 많아지고 팬들의 사랑이 커져감에 따라 임영웅의 진심과 배려도 계속 커져가고 있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