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 적극 비호하는 최태원과 비난하는 노소영
특히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김희영 이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흔히들 재벌들의 송사는 쉽게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승계, 재산, 이혼 등 큼직한 일이 아니면 알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나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최태원 회장은 김희영 이사장의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9년 최 회장은 자신과 김 이사장에 대한 비방 글을 쓴 누리꾼 수십 명을 고소했다. 2021년에는 김 이사장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한 유튜브 채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실이 곧장 언론에 알려졌음에도 최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에도 노소영 관장과 이혼소송과 관련해 자신에 대한 비방 글을 쓴 누리꾼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가 사과문을 받고서야 고소를 취하했다. 재벌의 이례적인 개인 고소가 언론에 알려진 사건들이었다.
소송은 이혼을 놓고 다투고 있는 노소영 관장도 포함됐다. 노소영 관장이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은 노소영 관장이 맡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방을 빼달라는 소송이었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에 입주해 있다. 2000년 12월 이곳에서 개관했다. 아트센터 나비와의 계약은 2019년 전후해 종료됐다고 알려졌는데 4년 뒤 소송이 제기됐다. 노 관장 측은 퇴거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근 이혼소송 2심을 앞두고 “지나치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대응이었다. SK 측에서 노 관장 측에 소송을 걸기 한 달 전, 노소영 관장은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당연히 큰 이슈가 됐다. 노 관장은 김 이사장이 혼인 생활에 파탄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유부녀인 김 이사장이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관장이 암 수술을 한 뒤였고 아들도 투병하고 있어 남편과 아버지 역할이 절실한 시기인데도 최 회장과 부정행위를 지속하고 혼외자까지 출산했다고 말했다. 노 관장이 이혼을 거부하고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동안에도 공식 석상에 최 회장과 동행하며 배우자인 양 행세했고, 이를 언론과 SNS를 통해 대중에게 보란 듯이 공개해 미화했다는 게 노 관장 측 입장이다.
최태원 회장 측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소 제기와 동시에 이례적으로 미리 준비한 보도 자료를 배포해 또다시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확인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유리하게 왜곡하고 편집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퇴거 소송이 제기됐다. 김 이사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직후 맞대응인 셈이다(물론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 11월 8일 열린 조정기일에 두 소송을 연관 짓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스럼없이 근황을 전한다. 딸과의 일상과 티앤씨재단 이사장으로서의 행보도 엿볼 수 있다. 이따금 최 회장과 자신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나 함께 나눠 먹은 것으로 보이는 파이 등을 올리며 일상을 공유한다.
그래서 그룹 승계는 어떻게 되나
아직 10대인 김희영 이사장과 최태원 회장 간의 혼외자를 제외하면 노소영 관장과 최태원 회장 슬하의 세 자녀는 모두 그룹 계열사 소속이다. 장녀 윤정 씨는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차녀 민정 씨는 SK하이닉스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다 휴직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NGO 등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인근 씨는 SK E&S에 입사 후 북미 법인인 패스키(PassKey)로 자리를 옮겼다.
최 회장은 2021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룹 승계 문제를 두고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하며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본인의 삶을 살 것이며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 경영인 영입에 대해서도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선 승계 관련 질문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겠냐며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60대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 회장에게 승계는 당장 급한 일이 아닐 수 있다.
한편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 수정사항’에서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세법상 특수관계인에 추가하기로 한 혼외 출생자의 생부·생모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대목에서다.
혼외 자식의 생부와 생모도 사실상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있다. 이 조치로 인해 최 회장의 딸을 낳았고, 현재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장은 최 회장의 세법상 특수관계인에 포함됐다.
이로써 각종 세제에서 세금 부과가 가능해졌는데, 부동산 같은 자산을 혼외 자식 생부와 생모에게 시세보다 헐값에 팔면 발생하는 시세 차익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노 관장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 이사장이) SK그룹 계열사로부터 빌라를 저가 매수한 후 고가에 다시 매도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2심 막 올린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어떻게 돼가나
지난 11월 9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노 관장이 직접 취재진 앞에 섰다. 당사자가 법정에 나오는 일이 드문 가사소송에서 노 관장의 등장은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선고된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기각됐다. 노 관장은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다. “30여 년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돼 참담하다”며 “우리 가족과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친 것에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한번 맺은 언약을 지키는 것”이라며 최 회장의 외도를 문제 삼았고, 김 이사장을 향해서는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며 “가정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부인 행세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자신을 향한 지적은 참지만, 김 이사장을 겨눈 비판은 가만히 있지 않는 최태원 회장은 곧바로 나섰다. “노 관장이 김 이사장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언론 플레이로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으려 한다”며 “형식적인 부부였을 뿐 불신만 남은 남남이었다”고 김 이사장과는 별개의 이혼소송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 법조인은 “노소영 관장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2심에서는 언론에 더 많은 입장을 얘기하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소영 관장이 재판정 안에서 있었던 얘기를 재판정 밖에서 꺼낸다면 김희영 이사장도 더 많이 언론에 언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