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 양성 목표
유정임(이하 ‘유’) 대입 개편안은 하루아침에 논의된 사안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개편안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백재훈(이하 ‘백’) 대입과 관련해 수능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라는 기구가 관장하고 있지만, 입시제도의 변화는 한국교육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담당합니다. 평가원은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만 개발원은 장기 정책을 마련하는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요. 이번 대입 개편안도 갑자기 마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개발원에서는 지난해에 이미 2028 대입안에 관한 12가지 쟁점을 정리해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수능의 개편과 킬러 문항 배제, 내신 5등급제 등이 다뤄졌죠. 역시 문이과 구별 없는 통합형 수능의 경우도 2018년부터 교육계에서 논의되던 내용입니다. 다만 올해 들어 재수생의 비율이 30%를 넘어섰고, 수능의 킬러 문항 출제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좀 서둘러 발표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유 뭐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초등학생 엄마들까지도 걱정이 많습니다. 개편의 요지를 일단 간단하게 정리해주세요.
백 아직 확정안은 아닙니다. 교육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시안 단계라서 연말까지 의견을 듣고 결정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그동안 고교생들의 내신은 9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는데요, 이 점수 구간이 너무 가혹하다는 평가들이 있었어요. 이 구간을 5등급으로 줄였어요. 또 수능에서 문과 이과로 나뉘어 시험을 볼 때 17개 과목 중에서 문이과 2개씩 총 4과목의 선택과목이 있었는데요, 해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져왔죠.
유 그래서 어떤 해는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하고, 또 어떤 해는 다른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해 공평성의 유불리 문제가 불거졌잖아요?
백 맞습니다. 그런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없애고 통합했습니다. 문이과 모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합해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융합해서 시험을 봅니다. 수학과목도 문과생은 확률과 통계, 이과생은 기하 혹은 미적분을 선택했었는데, 그 차이를 없애고 같은 수학시험을 문이과 구별 없이 보게 됩니다. 내신에 있어서도 5등급제로 변화했을 뿐 아니라, 사지선다·오지선다로 정답을 찍는 공부가 아닌 생각하고 사고하는 서술형·논술형의 내신 시험문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식으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유 듣고 보니까 바뀐 내용은 대충 3가지로 요약되는군요.
백 조금 덧붙이자면 첫째, 수능시험 과목의 표준화라고 보면 됩니다. 이제는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과학과 사회를 치르면서 다양한 공부를 하게 되니 선택과목의 표준점수를 위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 하는 눈치 게임을 안 해도 된다는 거고요, 제2외국어와 한문을 제외하고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을 똑같은 시험지로 똑같이 보게 됩니다. 과학을 전혀 모르는 경영학도, 인문학을 전혀 모르는 공학도를 양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인 거죠. 둘째, 내신등급의 편차를 줄였다고 했죠?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며 지금까지 고1 성적은 상대평가를 주로 하고 2학년과 3학년은 절대평가를 병행했는데 이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함께 진행한다고 합니다.
‘5등급제,’ ‘문이과 통합형 수능’
유 그럼 사실상 3년 동안 쭉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백 그렇죠. 세 번째는 가장 예민할 수도 있는 내신성적 평가방식이 바뀝니다. 현재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권장하는 논술형과 서술형의 비중을 보면, 대략 평균적으로 20~35%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제는 서술형과 논술형의 문항을 통해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처럼 수능에서 서술형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2028 대입안에서는 수능 대신 내신에서 서술형 평가가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 어떤 변화든 사실 대학은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 욕심이 여전할 텐데요, 개편에 따른 대학의 변화는 어떻게 따라올지요?
백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를 끌고 가는 세 곳의 주체가 있습니다. 수능을 관장하는 교육부, 내신성적을 결정하는 고등학교, 그리고 모든 자료를 종합해 대입전형을 만드는 대학입니다. 이번 발표는 교육부의 수능과 고교의 내신에 관한 변화를 예고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이 그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미지수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좀 극단적인 예상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문이과 학생들이 같은 과목의 시험을 보더라도 막상 선발하는 대학에서 “우리는 공대생들 선발에 수능 통합사회 점수를 반영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한다면 이번 변화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백 그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죠. 수능에서 미적분과 기하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상위권 대학이 정시에서 심화 수학과목의 내신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한다면, 그 순간 학생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공부해야 하는 거죠. 정시 모집에서 내신 선택과목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정책은 서울대에서 이미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이런 예시처럼 개편안에 대학이 어떻게 반응하고 전형을 마련하는지가 사실은 대입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아마 대학들은 2028년이 되기 전부터 새로운 입시안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을 시험해볼 거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의 입시 변화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지금 대학들의 움직임을 보면 면접 강화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수능과 내신에서 변별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된다면 대학은 자체적인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니까요.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유튜브 <유정임채널 ‘리스펙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