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제8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던 유학생이 있었다. 학사 졸업 후 석사 과정 중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그녀는 파리의상조합으로 편입을 결심하게 된다. 놀랍게도 수석 졸업과 동시에 바바라뷰(BARBARA BUI)라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에서 컬렉션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녀. 그리고 몇 년 후 그녀는 여성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담은 브랜드 ‘까이에(CAHIERS)’를 론칭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놀랍게도 까이에는 코리아패션대상 국무총리상, 대한민국패션대상 장관상, 넥스트젠 디자이너 어워드 1위, 월드 스타 프로젝트 디자이너 선정뿐만 아니라 서울, 상하이, 뉴욕, 파리 등 국내외에서 열리는 수많은 패션쇼에서 매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는 영광을 차지한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바로 패션 디자이너, 김아영의 이야기다.
까이에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페미닌하고 럭셔리한 감성을 가진 하이엔드 브랜드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가치를 담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여성의 보디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입체적인 패턴 연구에 집중하고 있죠. 비즈나 트리밍, 아플리케 등 작은 디테일과 섬세하고 탄탄한 봉제로 매 시즌 여성을 위한 새로운 룩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까이에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까이에는 무엇보다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고민에 집중합니다. 입체적인 패턴의 차이, 우아한 곡선의 차이, 그리고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고민하고 연구한 다음 완벽하게 구현해 소비자에게 그 가치와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요.
까이에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카르페 디엠 위드 까이에(CARPE DIEM with CAHIERS).’ 어릴 적 봤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했던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대사가 지금까지도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모든 이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하기를 바람과 동시에 그 곁에 늘 까이에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뉴욕 패션 위크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뉴욕 패션 위크에서 쇼를 하는 것은 모든 패션 디자이너의 목표이자 꿈이에요. 저 또한 마찬가지죠. 전 세계의 패션 피플이 모이는 만큼 우리나라를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까이에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아주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아직 첫걸음이지만 까이에의 뉴욕 패션쇼가 많은 이들에게 갖고 싶은 옷, 보여주고 싶은 옷, 알리고 싶은 옷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9월, 서울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까이에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인도의 자이푸르라는 도시를 다녀온 후 인도만의 고유한 컬러와 화려한 디테일에 매료돼 이번 컬렉션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자연에서 만들어진 사암,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던 핑크빛 햇살이 아름답던 도시 자이푸르는 신비로운 자연의 색과 화려하고 정교한 인도 특유의 장식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장소예요. 인도의 화려한 직물 패턴과 자이푸르의 신비하고 오묘한 컬러를 재해석하고, 인도 전통 의상 사리(Saree)와 도티(Dhoti)에서 보이는 매듭, 언밸런스한 드레이프, 레이어드 등의 디테일에서 영감을 받아 까이에만의 보헤미안 룩을 완성했습니다.
디자이너인 만큼 패션 감각도 남다른데,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내가 바로 까이에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뀔 때마다 브랜드의 컬러가 달라지듯, 제가 입고 또 보여주는 옷이 곧 까이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평소에는 어떤 쇼핑을 즐기나요?
까이에를 가장 즐겨 입어요. 그래서 쇼핑은 까이에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슈즈와 액세서리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까이에와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 중 컬러와 스타일이 맞는 제품을 구입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어지면 정말 행복하답니다.
나만의 쇼핑 철학이 있을까요?
특정 브랜드를 정해놓고 구입하기보다는 가장 나다운 제품을 발견하기 위해 가격, 브랜드, 온·오프라인 등을 가리지 않고 쇼핑을 하는 편이에요. 옷은 대부분 까이에 제품이기 때문에 룩에 맞는 액세서리와 신발, 가방 등을 구매하는데, 잘 어울릴 만한 컬러나 스타일을 머릿속에 그린 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슷한 제품을 반드시 찾아내고 말죠.
올겨울, 꼭 준비해야 할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
아주 맥시한 기장감의 코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숄더 라인을 강조하고 히프 선을 풍부하게 살린 아워글라스 실루엣 코트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올드머니 룩이 대세인 만큼 고급스러운 소재에 깔끔한 핏의 롱 코트 한 벌이면 충분히 멋진 겨울을 날 수 있을 않을까요?
까이에가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라나요?
디자이너의 역할은 소비자를 따르기보다 새로운 감성을 제시하고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한 가지 스타일에 빠지지 않고, 매 시즌 색다른 무드의 컬렉션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현재 패스트 패션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까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해져 한 세대를 넘어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어요. 컬렉션을 진행하면 할수록 까이에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더 많은 이들이 까이에 감성으로 옷장을 채워나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언제 가장 행복한지 궁금해요.
한 고객이 저에게 “까이에는 제 내면에 있는 여성성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한 적이 있어요. 제 정성이 들어간 옷을 입는 모든 여성이 까이에의 특별함과 가치를 알아주는 그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먼센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같은 칼럼의 인터뷰이였던 1세대 스타일리스트 박명선 실장님을 통해 <우먼센스>와 처음 인사하게 돼 반갑습니다. 우리 뇌가 첫인상에 시선이 끌리는 순간은 딱 5초라고 하죠. 여러분도 5초 만에 시선을 끌 만큼 가장 나다운 패션으로 모든 만남에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까이에와 함께라면 더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