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 1.7, 1.7, 1.6, 2.3, 2.4, 2.3, 2.1, 1.8. 10개 수의 조합이다. 우선 평균을 구해보면 2.02다. 이는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이하 <놀토>)의 8월부터 10월 첫 주까지 10주 동안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다. 2% 초반을 유지하며 때론 1%대 후반으로 내려가기도 했던 <놀토>는 10월 둘째 주 무려 3.9%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10주 평균 2.02%의 2배에 조금 못 미치는 엄청난 시청률 급상승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잘나가는 지상파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미운 우리 새끼>는 9월 17일 방송에서 16.1%를 기록하며 평소 대비 1.5배가량의 시청률 상승이 나타났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기 힘든 임영웅이 깜짝 출연을 했다는 점이다. 임영웅이라는 연예인 한 명이 갖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 지를 바로 보여주는 지표다.
임영웅이 달라졌다
최근 임영웅이 달라졌다. 2021년 9월 이후 예능 프로그램, 아니 TV 출연 자체가 많지 않았던 임영웅이 최근 지상파 TV를 대표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과 케이블 채널을 대표하는 tvN 예능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다. 임영웅의 예능 외출을 학수고대하던 팬들은 확실한 시청률 상승 폭으로 임영웅의 파워를 방송가에 각인시켰다. 달라진 임영웅의 행보는 그가 가수 활동 네 번째 시즌에 돌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영웅은 2016년 8월 8일 디지털 싱글 <미워요>로 데뷔했다. 2016년 2월 국내 최장수 음악 프로그램인 KBS <전국노래자랑> 포천 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같은 해 7월 SBS 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 이수영 편에 출연하면서 존재감을 알린 것을 계기로 정식으로 데뷔했는데, 이는 바로 오랜 무명 생활의 시작을 의미했다. 그만큼 당시 가요계에서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는 매우 좁았다. 2017년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에서 5연승을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일반 대중이 그의 존재를 각인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군고구마 장수로 일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힌 시점이 바로 이즈음이다. 이런 무명 가수 기간이 임영웅의 가수 1시즌이었다.
2시즌은 누구나 알고 있는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연으로 시작됐다. 방송 초기부터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임영웅은 당연히 ‘진’의 자리에 오른다. 강력한 팬덤은 이미 <미스터트롯> 방송 초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했고, 방송이 끝날 즈음에는 이미 대한민국 가요계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인 <뽕숭아학당>과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 고정 출연하며 TV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가수가 됐다. 아쉬운 부분은 그가 <미스터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시점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팬들이 열망하던 공연은 쉽지 않았다. 예정됐던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콘서트>도 취소되는 경우가 잦았을 정도니 단독 콘서트는 아예 불가능했다.
세 번째 시즌은 임영웅을 비롯한 ‘TOP 6’의 TV조선과의 전속 계약이 만료된 2021년 9월 이후다. 그 전까지 TOP 6는 마치 하나의 그룹처럼 함께 움직였다. TV조선으로부터 매니지먼트를 위탁받은 뉴에라프로젝트 소속이 된 임영웅 등 TOP 6가 <뽕숭아학당>과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그리고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등을 통해 함께 활동했던 것. 그렇지만 전속 계약이 만료되면서 TOP 6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갔는데, 임영웅은 철저하게 앨범과 공연 등 가수 활동에만 집중했다.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연 무대를 최우선에 두고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만들어 앨범에 담아내는 데 집중한 것. 이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 출연은 극소수로 줄였다.
최근 임영웅이 달라졌다.
2021년 9월 이후 TV 출연 자체가 많지 않았던 임영웅이 예능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다.
예능 외출을 학수고대하던 팬들은 확실한 시청률 상승 폭으로 임영웅의 파워를 방송가에 각인시켰다.
달라진 임영웅의 행보는 그가 가수 활동 네 번째 시즌에 돌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3년 9월, 임영웅의 네 번째 시즌
2023년 9월부터 임영웅의 가수 활동 네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여전히 좋은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고 공연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는 일상에는 변화가 없다. 우선 10월 27일부터 2024년 1월까지 5개 도시를 도는 2023 전국투어 콘서트 <IM HERO(아임 히어로)>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9월 14일 전국투어의 시작점인 서울 공연 티켓 예매 창구가 오픈됐는데, 당연히 순식간에 매진됐다. 며칠 뒤인 9월 17일 임영웅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다. 대개의 연예인은 이런 행보가 홍보 목적으로 이뤄진다. 콘서트 티켓 예매가 시작될 즈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콘서트를 홍보하며 예매율을 올리려는 시도다. 그렇지만 임영웅은 다르다. 피 튀기는 경쟁이 이어져 ‘피케팅’이라 불리는 예매 전쟁을 감안하면 오히려 팬들은 임영웅이 최대한 홍보를 하지 않아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떨어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임영웅의 예능 출연은 홍보보다는 배려나 사과가 진정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임영웅은 “어느 팬 아들분이 ‘어머니가 영웅 씨 TV 나오기만을 기다리시다가 돌아가셨다’고 메시지를 보내신 적이 있다”면서 “할머니께서도 <미우새>에 나가라고 말씀하셨고, 마침 섭외가 들어와 응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운 우리 새끼>에는 연예인의 엄마 군단인 ‘모벤져스’가 고정 출연하는데, 그들 역시 열광적으로 임영웅에 환호했다.
임영웅의 표현만 놓고 보면 그가 예능 프로그램 등 TV에 출연하는 것을 기다리는 팬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 예능 출연 이유로 보인다. 그런데 시점을 감안하면 배려의 깊이가 달라진다. 서울 공연 티켓 예매 창구 오픈으로 본격적인 임영웅 전국투어 피케팅이 시작된 직후다. 아무래도 티켓 예매에 실패한 팬이 성공한 팬들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티케팅에 실패해 낙담한 팬들을 위해 TV에 출연해 그들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려는 게 진정한 임영웅의 예능 출연 이유로 풀이된다.
임영웅은 새 싱글 <Do or Die> 발매를 기념해 10월 12일 Mnet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했다. 컴백 기념 인터뷰에서 그는 “티케팅에 참여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성공한 분들보다 실패한 분들이 훨씬 많지 않나. 일단 그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면서 “제가 죄송할 건 아니지만 실패한 분들께 심심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다음 기회를 바란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팬들이 애타게 기다린 전국투어 콘서트 무대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은 기본, 티케팅에 실패한 팬들을 위로하고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 싶은 임영웅의 본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2년여의 시간 동안 임영웅은 음반 작업과 공연에만 매진하며 진정한 홀로서기를 준비했는데,
그 결과 흔들림 없는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과 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임영웅이
이제는 조금 여유 있게 연예계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가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예능 <놀토>에 출연하던 날
<놀토> 출연은 또 다른 변신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모벤져스의 존재감이 뚜렷한 프로그램이고 임영웅의 할머니도 출연을 권한 프로그램이다. 최근 임영웅은 6월에 발표한 자작곡 ‘모래 알갱이’로 영화 <소풍> OST 작업에 참여했다.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와 <우리들의 블루스> OST에 참여한 바 있지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을 맡은 <소풍>을 첫 OST 참여 영화로 결정한 데는 그를 좋아하는 연령층 팬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놀토>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놀토>에서 MC 붐이 “나 때문에 임영웅이 이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밝히자 임영웅은 “그건 맞다. 갚고 싶은 게 좀 있어서”라며 “내가 축가를 못 했다. 축가했다고 기사가 나가고 팬분들도 그렇게 아셨는데, 스케줄 때문에 못 해 언제 한번 도움이 된다면 꼭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주위의 모든 이에게도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하는 임영웅의 진심, 피치 못할 상황으로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 미안함을 갚고 싶어 하는 진심이 담겨 있는 발언이다. 소속사 물고기컴퍼니와 신정훈 대표와의 의리만 봐도 이미 팬들은 다 알고 있는 임영웅의 진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곡도 발표했다. 임영웅은 10월 9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새 디지털 싱글 <Do or Die>를 공개했다. 인생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되어 후회 없는 매일을 보내려는 열정을 담은 곡으로, 임영웅이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더 이상 트로트 가수가 아닌 임영웅이라는 이름 자체가 장르로 구분될 만큼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음악 활동을 보여주는 임영웅은 이번 신곡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추구했다. 가수 활동 네 번째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신곡인 만큼 확실한 변화가 담겼다.
강렬한 비트가 돋보이는 이번 신곡을 위해 임영웅은 댄서들과의 칼군무까지 선보였다. 댄스 가수로 구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무대를 선보인 임영웅은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신나는 노래를 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되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도까지 벗어날 만큼 빛나는 그의 노력이 또 한 번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홀로서기 2년, 묵묵히 걸어온 길
임영웅의 요즘 행보를 가수 활동의 네 번째 시즌으로 구분하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단지 예능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했다고 시즌까지 구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요관계자들은 ‘여유’를 진정한 변화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TV조선으로부터 벗어나 2021년 9월부터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한 임영웅을 향해 엄청난 구애가 집중됐다. 간단한 출연 섭외와 행사 섭외는 기본,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전속계약 내지는 협업 제안이 몰려들었다. 매니지먼트 등을 제외한 음반과 공연 등을 협업하는 조건으로 수백억원의 계약설이 나돌았다. 심지어 하이브와 500억원 계약설도 등장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영웅은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오직 팬덤하고만 소통하며 외로운 길을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 동안 임영웅은 음반 작업과 공연에만 매진하며 진정한 홀로서기를 준비했는데, 그 결과 흔들림 없는 확고한 자신만의 영역과 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임영웅이 이제는 조금 여유 있게 연예계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가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적극적인 예능 출연을 하진 않더라도 계속 피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출연하며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음악적으로도 보다 자유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싱글 <Do or Die>가 바로 그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바로 팬을 향한 임영웅의 진심,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진심이다. ‘배려’라는 단어로 다 담아내기 힘든 임영웅의 진심은 변함없이 그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개념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