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세금 줄이는 꿀팁 & 자녀 분쟁 막고 싶다면?
삼성증권은 자산가 고객이 많은 증권사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SNI(Special Noble Intelligent)를 선보였고, 지난 2020년에는 ‘찐부자’를 위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예나 투자컨설팅 팀장을 만나 상속과 증여에 대해 고민하는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산가 고객들을 많이 만나봤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가업승계에 있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세금 문제다. 지난 2000년대 당시 기업들이 세금 문제로 가업 승계에 실패하고 원치 않게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2000년대 후반부터 고객들의 가업승계와 관련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시작했고 수백 건 이상의 컨설팅을 해왔다. 10여 년 넘게 세무, 부동산, 투자 어드바이저리 등 20명가량이 팀을 이뤄 가업승계에 관련한 컨설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Q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돈과 상속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을 듯하다. 상속 관련 일을 하면서 생각이나 철학이 생겼다면 말해달라.
우리도 상속에 대해 미리 가족들과 상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이가 좋던 자녀들이 상속 이후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갑작스러운 오너의 사망으로 큰 위기에 빠지는 기업도 있고,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미국이나 유럽은 유언장을 작성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가족 구성원이나 재산이 변동되면 자연스럽게 유언장도 다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유언장 작성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 편이다. 자녀들 간 소송전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유언장 작성이 필수다. 유언장을 쓰면서 본인의 자산관리도 해보고 자녀들과도 사전에 소통을 한다면 나중에 상속 분쟁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유언장 작성 문화가 정착돼야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남은 가족들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영속성, 같이 일하는 임직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Q 상속유산 배분에 대해서 조언을 한다면?
보유한 모든 재산을 똑같이 나눠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받는 자녀들의 상황이 각각 다르니 각 자녀에게 맞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업을 이을 자녀들에게는 회사 주식을 대부분 물려주고, 가업을 물려받지 않을 자녀는 부동산이나 현금 등 다른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들에게 공정하게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업을 이어받지 않을 자녀에게 비상장회사 주식을 물려준다면 그 자녀에게는 의미가 없는 재산이다. 하지만 법적 유류분 이상을 물려준다면 적은 재산을 받더라도 소송을 통해 얻을 실익이 없기에 사후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자녀가 2명일 경우 극단적으로 75 대 25로 나눠도 유류분 이상을 보장하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Q 물려주는 재산이 차이가 난다면 분쟁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자녀들에게 반드시 유산을 똑같이 배분해야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동산이 2채면 향후 재산가치 변동 시 분쟁이 생길까 봐 두 자녀에게 50%씩 쪼개 물려주는 경우도 있고, 운영하는 기업이 2개여도 동일 지분으로 기업을 승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가족 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지분을 공유하게 되면 처분 등 의사결정이 똑같아야 실행 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 같은 일로 분쟁도 많이 생기곤 한다. 자녀들은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손자, 손녀까지 있는 경우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세금 면에서도 나중에 한 가족으로 지분을 정리하려고 하면 양도세 및 증여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한 번 더 내야 하기에 좋지 않다. 자녀들 간에 미처 정리를 하지 못하고 손자 세대로 넘어가면 일은 더 복잡해진다.
Q 기억에 남는 상속증여 상담 사례가 있는가?
비밀 보장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말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소소한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82세인 고객의 양도세를 줄여드린 일이 있다. 이분은 일찍이 해외주식에 투자해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양도세 등 세금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는데,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아꼈다. 배우자에게는 6억원까지 비과세로 증여가 가능하기에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후 배우자가 그대로 매도해 현금화했다. 다만 이 경우 주식 매각대금을 다시 남편이 가져가면 증여자가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보기에 세금이 부과된다.
Q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알려달라.
중소기업이라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세제 혜택을 잘 활용해도 가업승계와 상속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한다면 최대 600억원까지 세금 부담이 없다. 특히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최대 10억원까지 세금 부담 없이 가업을 이을 자녀에게 증여도 가능하기에 활용도가 높다. 지금은 10억원의 지분을 증여했지만 나중에 기업이 성장해 상속 시점에는 100억원이 될 수 있기에 절세 효과가 크다. 비상장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이익이 적게 발생해 세법상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데, 이런 시기에 고려할 만하다. 물론 특례를 활용할 경우 요건이나 사후관리 등이 무척 복잡하기에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Q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알아야 할 상속 및 증여 관련 꿀팁이 있을까?
증여세는 10년 기준으로 미성년자는 2,000만원, 성인은 5,000만원까지 비과세되기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즉시 증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미리미리 증여하지 않는다면 기간이 지난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소급해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미성년 자녀에게 2,000만원을 증여해서 실제 낼 세금은 없더라도 증여세 신고는 꼭 하는 것이 좋다. 신고하지 않고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들거나, 주식을 운용한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부동산 등 자산을 형성할 때 꼭 해야 하는 자금출처 소명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Q 상속을 앞두고 있거나 받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거래 내역을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현금 인출 및 특수관계자 간 자금을 주고받는 것들에 대해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세무당국이 상속세 조사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금융거래 내역이다. 부모님이 사망하시기 전 1년 이내에 2억원 또는 2년 이내에 5억원을 초과한 인출 건에 대해서 사용처가 증명되지 않고 불분명할 경우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 병원비 등 큰 지출이 필요하다면 상속이 가까운 시점에 섣불리 현금을 인출하는 것보다는 상속재산에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속이 임박한 시점이 아니라면 자녀에게 주지 않고 손주에게 직접 주는 세대생략 증여를 활용하면 좋다. 30%의 할증이 붙긴 하지만 증여 신고 후 5년이 지나면 상속재산 합산에서 제외되고, 부모 세대를 거쳐 상속증여세를 두 번 내는 것보다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이 유동성이다. 자녀들 간 재산 배분을 어떻게 하든 상속세는 고인의 재산을 총합해 매겨지기에 상속세 납부를 위한 유동성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재산을 배분하는 것이 좋다.
김예나 팀장은 누구?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국내 3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했으며, 2008년 삼성증권으로 이직해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세무컨설팅을 주로 담당해왔다. 김예나 팀장이 총괄하는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법인 오너 등을 대상으로 상속 및 증여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