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INTERVIEW
목동 지역 사교육 국어 강사 김준구(가명)
Q 수능 킬러 문항 논란과 관련해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요?
수능의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는 문제들은 결코 좋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돼요. 하지만 갑자기 평가의 방향이 전환된다는 것이 문제죠. 지금까지 기존 수능에 맞춰 준비해왔던 학생들이 새롭게 시험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겁니다. 국어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꼭 맞혀야 하는 최상위권은 거기에 맞춰 시간 분배를 연습해왔고, 킬러 문항을 포기한다고 결정한 학생들은 나머지 문제에 시간을 집중하는 식으로 수능을 준비해왔는데 자신들이 익숙해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Q 킬러 문항이 결코 좋은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나요?
비문학 지문 중에 1~2문항 정도는 너무 꼬아놔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곤 합니다.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사교육 강사들도 잘 못 푸는 문제들입니다. 예를 들어 과학 지문에서 생물학 주제를 설명하고, 문제에서 추가적인 보기를 제시하는데 의사가 돼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주고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식이죠. 법률 지문이 나오면 변호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어라는 과목은 처음 보는 주제에 관해서도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 아닙니까? 그런데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소양을 갖춰야 풀 수 있다면 국어 시험의 취지를 벗어나는 출제라고 봐야겠지요. 현재 수능의 킬러 문항은 글의 독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너무 어려우면 오히려 변별력을 상실합니다.
최상위권도 찍어서 맞힌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요”
Q 최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고난도 문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너무 어려우면 오히려 변별력을 상실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킬러 문항을 찍어서 맞히려 합니다. 최상위권도 결국 나머지 문제는 완벽하게 맞히고, 킬러 문항은 찍어서 맞힌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요. 맞힌 학생과 틀린 학생을 변별할 수는 있겠지만, 독해 능력이 뛰어난 학생과 떨어지는 학생을 변별하는 것이 아니라 운 좋은 학생과 운 없는 학생을 변별하는 식이 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킬러 문항을 맞힌 학생과 못 맞힌 학생을 변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Q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학교 공부만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학교 교육의 목적은 수능이라는 시험의 준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1 국어 과정에서 나오는 토론하기와 글쓰기에 관련된 단원은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죠. 수능에는 안 나오지만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내용까지 교육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교육이 수능 준비에 최적화된 교육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능이 지금과 같이 불필요할 정도로 꼬아서 만드는 문제보다 기본적인 독해력을 측정하는 문제 위주로 출제되고 교과 내용을 중심으로 개편된다면 학교에서도 수능 준비가 가능할 것입니다. 수능에서 변별력을 위한 고난도 문제가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문제를 꼬아서 만들지 말고 지문의 길이를 늘리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독해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