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동거녀에게 전 재산 물려준 남편, 본처와 자식들은 재산을 찾을 수 있을까?
1,000억원대 건물주인 70대 재력가 남성이 40대 여성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이혼하고 그 여성과 재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의 반대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그 여성과 동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성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동거녀는 가끔 병문안을 오기는 했지만 사실은 내연남을 만나며 남성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남성이 사망하고, 그의 유언장이 공개됐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재산을 동거녀에게 증여한다”는 것. 동거녀는 심신이 허약한 남성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전 재산을 자신에게 주도록 유언장을 작성하게 했던 것입니다. 본처와 자식들은 일정 재산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를 고려해 우리 민법에서는 일정 비율의 상속재산을 상속인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속을 받은 사람이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일정한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할 유산의 일정한 부분을 ‘유류분’이라 하고, 유류분을 침해받은 상속인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통해 해당 유류분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산이 10억원인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들과 딸이 있는 그 아버지는 아들만 애지중지해 아들에게 10억원의 유산을 전부 남겼습니다. 상속법대로 한다면 딸이 받을 몫은 5억원입니다. 딸이 유산을 모두 받은 오빠에게 자기 몫을 달라고 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유류분제도입니다.
사유재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자기 재산을 생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유언을 통해 처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언을 통한 재산 처분의 자유를 무한정 허용하면 그로 인해 유족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경우도 예상됩니다. 한편 상속재산도 따지고 보면 배우자를 비롯한 자녀의 공동 노력에 의한 것이고, 상속이 허용되는 이유도 유족에 대한 부양료 성격이 포함된 것입니다.
그런데 유류분제도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유류분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은 ‘사람은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자유’가 있고, 부모에게 불효한 자식이 부모 사망 후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해서 재산 일부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합니다. 현재 유류분제도가 헌법에 반하는지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중입니다.
저는 유류분제도는 반드시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류분제도는 재산의 소유자에게 재산을 처분하는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법에서 정해놓은 상속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취지를 살려 남아 있는 배우자나 자녀의 생활을 최소한으로 보호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는 유산은 원래 자신의 법정상속분 전부가 아니라 일정 부분만 받는 것이므로 불공정하지 않습니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인 자녀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만 받고 직계존속,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만 받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는 부동산 이전 등 증여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것만 청구해 받을 수 있고, 현금화하거나 매매 등으로 가장해 증여한 경우 반환받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폭 감경돼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유류분은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유류분제도가 존재해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배가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유류분제도가 위헌 결정으로 사라진다면 증여나 상속에서 배제된 배우자나 자녀를 두 번 울리게 됩니다. 한 번은 배우자나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해 울고, 또 한 번은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해 우는 것입니다. 차라리 가정법원이 구체적인 사례를 심사해 불효자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게 하거나, 기여도에 따라 청구 금액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법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이인철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과정 수료, 법무부장관 표창, 법무법인 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