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자녀 명의 증권 계좌를 선물하는 엄마, 아빠가 부쩍 늘었다. 일찌감치 자녀 앞으로 주식을 사줘 자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배우고, 성인이 된 자녀의 안정적인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장 법인 주식을 소유한 미성년자는 75만 5,670명이다. 2019년 말 9만 8,61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8배가량 증가했고, 상장 주식 보유자 중 미성년자의 비율이 5.3%나 될 정도로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부모가 19살 미만의 자녀에게 주식 계좌를 만들어줄 때 자녀와 함께 증권사나 증권사 제휴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미성년자 비대면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곧 뒤따를 예정이다. 최근 진행되는 이벤트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미성년자 고객에게 첫 투자 축하금으로 2만원을 제공하고, 해외 주식 100만원 이상 매수 시 추가 3만원을 지원한다. 단, 계좌 개설 후 15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KB증권은 비대면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는 고객에게 ‘웰컴초이스’ 이벤트를 통해 1만원 금융 쿠폰을 제공한다. 2곳 모두 올해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키움증권에서는 9월 29일까지 비대면 계좌 고객이 미국 주식거래를 처음 하는 경우 40달러를 지원한다.
어떤 주식을 선택해야 할까?
삼성전자 주주 중 20세 미만은 지난해 말 기준 43만 1,642명으로 전체의 7.42%였다. 자녀의 주식 투자는 현재의 시점에서 10년, 20년 후를 고려한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다.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안정된 기업’에 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형 우량주가 선호된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되도록 2~3종목에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아이가 일상생활 가운데서 투자할 종목을 고르게 할 수도 있다. 아이가 과자를 좋아한다면 식품업체 주식에 투자하는 식이다. NH투자증권 홍용철 이사는 “어린 자녀의 경우 시간이 많으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 또한 요령”이라고 조언한다. 배당금이란 회사의 이익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주는 돈이다. 주가가 출렁여도 배당금을 고정적으로 받으면 조바심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주식시장의 약세장과 강세장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량주는 많든 적든 배당금을 주고, 주주에게 주주총회 참석장을 보낸다. 최근엔 개별 통지가 아닌 일간지에 공고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해당 기업의 투자자이자 주인이란 인식을 갖게 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대체 아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주식을 사?’ 상당수 사람들은 자녀의 자산을 일찍 형성해주기 위해 일정액을 증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0.5주처럼 1주 미만으로 쪼개는 방식인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증권사마다 출시하고 있어 아이의 돈으로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외의 고가주를 10만원, 2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용돈을 절약한 돈이나 명절에 친지에게 받은 돈을 이용한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같은 해외 주식 투자 또한 늘고 있는데 해외 투자는 환율을 따져봐야 하며 매매 시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기업만큼 기업 정보를 빠르게 알고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애로점도 있어 분산투자를 익히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수준이 바람직하다.
장기 투자가 무작정 보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가는 항상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을 한꺼번에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방법으로 시기를 분산하는 것을 아이가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매도 후 현금을 보유하면서 재매수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투자의 전략상 맞다. 모든 것을 아이가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기란 어렵기에 부모의 판단과 도움이 필요하다. 이때 자녀 계좌의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거래가 빈발하면 부모의 차명 계좌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하자. 조언하되 잦은 매매를 자제하고 부모의 계좌로 자금 이체 또는 주식이 출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참고로 차명 계좌로 분류되면 주식을 통해 얻은 배당소득을 99%의 세율로 추징당한다.
직접투자가 자신 없거나 탐탁지 않다면 자녀 명의로 펀드 상품에 가입해도 된다. 펀드 투자를 통해 자녀에게 주식 외에도 금이나 채권 같은 다양한 투자 상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어린이 펀드를 이용해도 되는데 장기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우량주 비율이 높고 운용 보고서가 아이 눈높이에 맞도록 작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 주식 계좌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인 CMA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해도 된다. CMA는 언제든 쉽게 환매해 바로 돈을 사용할 수 있고 실세 금리 수준의 이자를 매일 지급하는 금융 투자 상품이다. 이자가 매일 불어나는 모습을 통해 소비하지 않고 모아둔 돈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경험시킬 수 있다. 그러다 직접투자를 해주고 싶을 때 주식을 사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