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1.7세 퇴직… “자녀 리스크 40대부터 대비”
우리나라는 자녀 리스크 영향이 크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소득 대비 자식에게 돈을 가장 많이 퍼붓는 나라다. 미국 뉴스 채널 CNN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출생부터 18살까지 자녀 1명의 양육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고, 2위는 중국, 3위는 이탈리아로 나타났다. 몇억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들이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돼 부모에게 손을 내밀면 우리나라 정서에서 안 도와주고 배길 수 있는가. 재작년 통계에 따르면 20살 이상 성인 중에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이 314만 명이다. 전체 성인의 7.5%이고, 30~40대가 65만 명이라고 한다. 다 자란 자식이 부모에게 얹혀사는 것을 일컬어 캥거루족이라고 하는데, 캥거루가 그 말을 듣는다면 화를 낼 것이다. 캥거루는 새끼를 낳아 딱 1년만 보호하고 쫓아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끝이 없다.
자녀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부부가 40대에 접어들면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데 그때부터 자녀 리스크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출에서 첫째가 학비고 그다음이 과외비다. 재작년에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40대 후반 부부 세 쌍을 인터뷰했다. 과외비를 제일 덜 쓰는 가정의 사례를 보면 부부가 맞벌이로 연간 1억원을 버는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의 과외비로 들어간 돈이 3,360만원에 달했다. 이런 식이면 언제 저축하나? 67세까지 1억원씩 벌면 상관없는데 우리나라는 평균 51.7세에 퇴직한다. 재취업해봤자 퇴직 전 월급의 절반만 받아도 다행이다. 애들을 대학에 보내야 하고 결혼 비용도 지원해야 하며, 부부가 노후에 병원비와 요양비도 써야 한다. 그래서 1억원씩 벌던 사람이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하나뿐인 딸의 결혼 비용으로 얼마를 지원했는지 물어봤다. 그 친구는 사장이라 돈을 잘 버는데도 딸이 신혼여행 갈 때 1,500만원을 주고 끝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한 결혼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결혼 지원 비용은 딸 1억 1,400만원, 아들 1억 7,000만원이다. 주요 이유는 자식이 결혼할 때 집을 사는 데 돈을 보태기 때문이다. 대도시는 훨씬 더 들 것이다.
교육비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어머니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는 신규 채용이 많기에 돈 들여 과외 공부해 일류 대학에 들어가서 취직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신규 채용이 별로 없다. 중소기업 같은 데 들어가 몇 번 이직하면서 좋은 회사로 가야 한다. 한 자료를 보면 1960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45살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확률이 20%밖에 안 된다. 이직을 평생 여섯 번 정도 반복해야 겨우 60살까지 다니는 상황이다. 옮겨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벌과 스펙이 아니라 전문성이다. 그다음은 평판이다. 요즘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속지 말자 학벌, 다시 보자 스펙”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더 이상 직업이 경제력을 보장해주는 시대도 아니다. 2~3년 전에 금융투자 기업에서 사내 변호사 한 명을 뽑는데 변호사가 50명 모였다. 현재 변호사 수는 3만 3,000명이다. 의사 역시 지금은 주목받지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결국 비슷하게 될 것이다.
어머니들이 과외보다 자녀의 자립 교육에 빨리 눈을 떠야 한다. 자식에게 무한정 남들 하는 거 다 시키려 하지 말고 자립심을 길러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기 자신을 맞추는 능력을 기르게 해야 한다. 절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녀가 깨닫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자식한테 들어가는 돈도 아끼고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다. 자녀가 돈 관리와 경제적 자립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평생 고생하고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
강창희 대표는
1973년 한국거래소를 시작으로 대우증권에서 20년을 근무하고, 현대투자신탁운용과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4년 미래에셋그룹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아 은퇴 교육 전문가로 변신했고, 2014년부터는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맡아 대중을 상대로 노후 설계 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