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 비지트 프리베>
언제부턴가 더 이상 누군가를 초대하지도, 초대받지도 않는 생활이 일상이 돼버린 우리에게 타인의 사적인 공간은 미지의 신비로운 곳인 동시에 함부로 넘어설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집 혹은 작업실에 초대받는 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입장권을 선물 받은 것과 다름없다. 하물며 초대받은 그 공간이 시대를 이끌어간 명사들의 공간이라면 어떨까?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 비지트 프리베>는 한 개인의 특권, 즉 ‘사적인 방문’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전시다. 프랑스 출신 사진가 프랑수아 알라르는 세계적인 명사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작가로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의 우아한 거실, 드리스 반 노튼의 정원,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루이스 부르주아의 남루한 작업실, 라파엘로가 설계한 최초의 르네상스 궁전 빌라 마다마에 이르기까지 패션 디자이너, 예술가, 건축가 등 취향이 남다른 유명인들의 공간을 담아냈다. 하지만 단순한 기록에 그친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의 시선과 촬영 당시의 묘한 분위기가 담긴 것 같았다. 이는 “내 사진에 장소를 담고 싶지 않다. 장소가 지닌 분위기, 영혼, 그리고 감정을 담고 싶다”라는 작가의 글귀를 접하는 순간 확신이 됐다. 200여 점의 사진 작품이 1층부터 4층 루프톱까지 이어지기에 관람은 꽤나 긴 호흡이 필요하다. 특히 자연 채광이 공간과 함께 어우러지는 3층 전시 공간은 쉽사리 자리를 옮기기 어렵다. 공간 구석구석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지점이 많지만 무음으로만 휴대전화 사진 촬영이 가능하기에 전시 공간은 매우 조용하게 운영된다. 이 고요한 전시장 운영은 달리 보면 어린이 친화적이지 못하다 할 수 있다.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경우 퇴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리플릿에 실려 있고, 실제로 그러한 제지를 경험한 후기도 있는 것을 보면 영유아, 초등 저학년 어린이와 함께하는 관람보다는 성인들의 만남을 위한 전시로 추천한다.
기간 7월 30일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피크닉
한줄평
“작가의 웹사이트(francoishalard.com)를 통해 나만의 사적인 공간에서 작품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대중에게 문을 연 호암미술관. 용인 에버랜드에 인접한 위치 때문에 쉽게 발걸음하기 어렵지만 막상 방문하고 나면 휴일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보다 놀랍도록 한산한 이곳이 훨씬 더 취향에 맞을 수 있다. 게다가 미술관에 오르는 산책로와 넓게 펼쳐진 정원, 연못이 주는 자연의 매력과 한국적인 정취는 관람료에 포함돼 마땅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 점 하늘_김환기>전은 한국 미술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1913~1974)의 40년 예술 세계를 담아낸 대규모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알아갈 수 있도록 1부 달/항아리, 2부 거대한 작은 점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를 상징하는 파란색 카펫이 이끄는 석조 계단을 따라 2층 오른쪽 출입구부터 시작해 1층에서 마무리되는 전시는 시대별 대표작과 함께 작가의 초기작, 미공개작, 드로잉, 작가의 노트, 스케치북 등 약 120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가 완성돼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환기미술관, 개인 소장 등 여러 소장처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각각의 작품이 담긴 다양한 프레임(액자)을 눈여겨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재미라 할 수 있다. 대작들이 전시돼 있는 것에 비해 전시장 스태프의 과도한 제지나 강제되는 동선이 없고, 사전 예약제 덕분에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 편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유모차나 휠체어의 이동이 가능하기에 영유아를 동반하거나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간을 찾는 관람객에게 추천할 만하다. 관람 시 유일하게 주의할 점은 전시가 1층이 아닌 2층부터 시작된다는 점이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김환기의 대표작들은 1층에 전시돼 있다.
기간 9월 10일까지 주소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호암미술관
한줄평
“호암미술관이 얼마나 좋은지는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혜민(@comme_haemin)
큐레이터이자 독립 전시 기획자. 크고 작은 어떠한 전시라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쏟는 무수한 노력과 어려움을 잘 안다. 규모와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가 풍부하고 유익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