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로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픈 이후 줄곧 ‘넷플릭스 톱 10’ 상위권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톱 10 TV 비영어 부문).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어쨌든 그의 연기는 호평 일색이다. <택배기사>는 김우빈이 비인두암 투병 이후 첫 단독 주연작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내용은 이렇다.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윤균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조의석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김우빈은 극 중 모래만 남은 세계에서 생존을 배송하는 전설적인 택배기사 5-8로 분해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막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며 공백기를 가진 뒤 2019년 완치 판정을 받아 연기자로 복귀했다. 최근엔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쾌유를 빌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신처럼 병마와 싸우고 있을 또 다른 이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우빈은 2008년 모델로 데뷔했다.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대한민국 상위 1% 재벌가에서 자란 고등학생을 연기해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훈훈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SBS 연기대상 10대 스타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스물>에서는 공감 만점 청춘 캐릭터로 최고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마스터> <외계+인 1부>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하이틴 로맨스부터 정통 멜로와 드라마, 액션까지 섭렵하며 연기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쉬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후회가 많이 됐다.
나는 늘 ‘일’이 전부였다. ‘다시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찾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내 삶이 더 중요하다. ‘배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일도 소중하지만 최대한 내 삶과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택배기사>를 본 소감부터 말해달라.
내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래도 많은 분이 봐주셔서 기쁘고, 작업했던 순간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이 많았다.
넷플릭스에서 줄곧 상위권에 올라 있다.
공개 전엔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니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데 의미를 두고자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이 봐주셔서 놀랍다. 나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하루하루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중이라 흥행을 상상하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거짓말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쩌면 훗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설정이 흥미로웠고, 그 세계관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그려내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사실 가장 큰 영향은 조의석 감독이었다. 7년 전에 영화 <마스터>를 함께했고, 그때의 기억이 좋아 다시 호흡을 맞춘다면 굉장히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8’로 불리는 캐릭터 소개를 해달라.
대본을 읽고 5-8이라는 사람이 궁금했었다. 5-8은 난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림받고 아파했던 인물이라 세상에 대한 아픔과 분노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아픔을 알기에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항상 우리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살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5-8 역시 많은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났을 때 반가웠고,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 모두 소중하고 행복할 의무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배우 김우빈을 넘어 인간 김우빈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너무 많다. 작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고, 그것들에서 행복과 감사함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언제나 부모님이 곁에 계실 것 같아 그게 어떤 행복이고 감사함인지 느끼지 못하고 살 때도 있지 않나. 그런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세끼 밥을 챙겨 먹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도 내게는 감사한 일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날씨가 너무 좋더라.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햇볕이 쨍쨍하면 컨디션이 좋다. 그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
극 중 담배 피우는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CG라고 해서 놀랐다.
전작인 <외계+인 1부>를 하면서 13개월 동안 블루 스크린 앞에서 하늘을 날고 빔을 쏘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자신감이 생겼는데, 막상 다시 해보니 여전히 어렵긴 하더라. 눈으로 직접 보고 연기하는 것과 그림을 상상하며 하는 연기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이 너무 많이 도와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담배 신 얘기를 덧붙이자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더라. 감독님이 담배 설정은 건강에 안 좋으니 모두 빼자고 제안하셨는데, 캐릭터와 담배가 너무 잘 어울려 욕심이 났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좋지 않은 공기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모순적이기도 하면서 캐릭터가 가진 느낌과 잘 어울려 가능하면 CG로 연기해보겠다고 했다. 담배 피우는 상상을 하면서 연기의 흐름과 호흡을 느끼며 촬영했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지만 즐거웠다.
인류가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 들어간 소감도 궁금하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상상하는 만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몰입하려고 했다. 마스크를 썼을 때와 안 썼을 때의 마음가짐과 호흡, 기운에 차이를 두려고 했다. 한남대교 주변 건물들이 황폐화되고 무너지는 것을 상상했을 때 마음이 이상했는데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을 5-8은 과거에 느꼈을 테니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난민과 환경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도 그려낸다.
부끄럽게도 사실 환경문제는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추후에 작품을 보니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늘 텀블러를 가지고 왔다. 한참 쓰다가 귀찮아 안 쓰곤 하는데,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실천 중이다.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송승헌 형이 같이하는 장면마다 편안하게 리드해줘 후배 입장에서 너무 감사했다. 항상 의견을 물어봐준 덕분에 과정이 더욱 수월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특히 형은 내가 어릴 때 TV에서 봤던 모습과 너무 똑같아 신기했다. 도대체 뭘 먹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자주 물어봤다.(웃음) 후배인 강유석은 참 밝고, 열심히 한다. 그래서 정말 고마웠다. 연기를 자유롭게 잘해 호흡을 맞추는 게 좋았다.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는데 현장에서 “우리 유석이 찍은 거 보여주세요” 하면서 같이 호흡하는 느낌을 계속 받으려고 노력했다. 유석이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아주 가까운 느낌이 들었을 정도다. 난민을 돕는 ‘블랙 나이트’ 멤버들은 계속 붙어 다니면서 많이 친해졌다. 다들 성격이 좋고 비슷한 점도 많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촬영 끝나고 같이 운동하러 가고 밥도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다. 최근에도 다 같이 모여 수다 떨고, 맛있는 거 먹고 잘 지냈다.
조의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마스터>가 끝난 뒤에도 연락하면서 지내왔다. 조의석 감독은 내가 어떻게 연기할지 미리 알고 있었다. 호흡을 맞추는 데 너무나 편안했고, 물 흘러가듯 오래전부터 한 팀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편안했다.
<택배기사>가 담고 있는 주제 또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 드라마를 보고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모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꼭 하세요!”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고, 완치 후 6년 만에 복귀한 바 있다.
현장에 띠동갑 후배가 있어 당황스럽기도 했다.(웃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부담도 됐지만 그 덕분에 나를 되돌아보고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기가 너무 좋아 시작했고, 지금도 좋다. 다만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쉬는 동안 생각해보니 나는 일이 전부였더라. 과거의 나는 쉴 때도 일할 때도 늘 일 생각만 하고 지냈다. ‘다시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나를 찾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은 내 삶이 더 중요하다. ‘배우’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일도 소중하지만 최대한 내 삶과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한다.
주변에서 건강을 너무 걱정해줘 오히려 부담될 것도 같은데 어떤가?
감사한 게 먼저다. 예전에는 만나는 분들마다 건강을 물어봐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많이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지금 몸 상태를 말씀드리면 병원에서 그전보다 몸이 훨씬 건강해졌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건강검진을 하면 모든 게 정상이다. 잘 자고, 몸에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걸 안 먹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유산소운동도 많이 한다. 기자님도 바쁘더라도 1년에 한 번씩 꼭 건강검진을 하길 바란다.
컴백 이후 쉴 새 없이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다.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바쁜 하루하루에 대한 기분이나 소감도 궁금하다.
컨디션 조절은 잘 자고 잘 먹고 좋은 생각을 하는 정도다. 모두가 하듯이 그렇게 한다. 바쁘다는 건 찾아주는 분이 많다는 의미다. 참 감사한 일이다. 행복하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예전에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나를 찾아주길 간절히 바랐는데, 정작 일이 많아지니까 일을 쉬고 싶더라. 그렇게 원했던 삶인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찡찡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그때부터 바쁘다는 걸 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새로운 홍보 활동을 경험해본 소감은 어떤가?
재미있었다. 평소 내가 즐겨 보던 채널이기도 하고,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아 신기했다. 유튜브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매체라 즐기며 임했다.
최근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전에 관찰 예능 <어쩌다 사장>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카메라가 많이 설치돼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건 많지 않아 촬영이라는 걸 잊을 만큼 편했다. 더구나 내가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사람(배우 조인성, 이광수)들과 촬영해 더욱 그랬다. 그런데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촬영 감독님이 앞에 많이 있고 스태프도 많아 너무 부담이 됐다.
방송에서 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어제의 일기를 살짝 공개한다면?
애플리케이션에 간단히 쓰는데 한번 보겠다. (휴대폰을 열더니) 소소한 얘기들이다. “잘 자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 감사하고, 맑은 날씨에 감사합니다. 마음 불편함이 없어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다. 마음에 걸리는 뭔가가 있으면 계속 불편하면서 아프지 않나. 그런 게 없어 감사했다. 소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사는 중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가 보기 좋다. 화나거나 짜증 나는 일은 없나?(웃음)
너무 많다.(웃음) 예를 들어 흰옷을 입었는데 커피가 튄다거나….(웃음)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내가 화난 줄도 모르고 화낸 후에야 후회했다면, 이제는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한다. 그래도 여전히 짜증도 내고 화도 낸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줄 알았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한번 잃어보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사실 쉬는 동안 너무나 많은 분에게 응원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힘이 났던 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준 분들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때론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서 힘을 냈다. 내가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인두암 환우들에게 조금은 힘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건강관리를 할 것이다. 더 많은 분이 힘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