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졸혼 조정을 내리기도
졸혼은 법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졸혼하는 데 특별한 요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쪽이 졸혼을 원한다고 바로 졸혼이 되는 것 또한 아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졸혼을 요구해도 아내가 거부하면 졸혼은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일방적으로 남편이 졸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면 일방적인 가출이 되고, 장기간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일방적인 별거가 되는 것이지 졸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졸혼은 부부가 서로 합의를 함으로써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졸혼을 직접적으로 청구한 재판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나 이혼 재판 중에 조정으로 졸혼이 성립되는 경우는 있다.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조정 시 졸혼 문구를 넣기도 한다. 부부 중 한쪽은 이혼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을 때 졸혼하라는 조정을 하기도 한다.
졸혼할 때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산이다. 현행법상 배우자 명의로 된 재산에 대해 재산 분할을 받으려면 반드시 이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졸혼 시엔 재산 분배와 생활비 지급에 대한 조항을 넣은 졸혼 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각자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장해주고 인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각자의 취미 활동, 여가 생활에 대한 큰 다툼은 없겠지만 예민한 부분은 바로 이성 문제다. 이성과의 교제를 어느 정도까지 허락할 것인지 미리 합의하지 않은 경우 나중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법 판결에서 ‘아내가 다른 남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간 사건’에 대해 “다른 이성과의 교제 및 성관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으므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례가 있다.
아무리 상대방을 믿어도 반드시 기록과 증거를 남겨야 한다. 졸혼 합의서에는 각자의 사생활과 행동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한다. 또한 재산은 반드시 미리 증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전업주부의 경우 따로 살기로 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집이다. 남편이 집을 마련해준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남편 명의의 집에 대해 지분이나 금전으로 증여를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증여세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혼하면서 부부간에 재산 분할로 재산이 이전되면 양도세나 증여세 등 세금 부담이 거의 없지만, 별거나 졸혼의 경우 재산 이전 시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활비 문제도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의 경우 상대방에게 생활비를 받을 것인지, 받는다면 얼마를 언제까지 받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졸혼 합의서 작성법
공증을 받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번거로운 경우 서면으로 제대로 작성하면 굳이 공증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 서로 어느 정도까지 사생활을 인정해줄 것인지, 재산 분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활비 지급에 대한 조건 등을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