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100세 시대에는 결혼도 '졸업'한다!

100세 시대다. 결혼과 이혼 사이, 행복한 ‘졸혼’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On May 04, 2023

3 / 10
/upload/woman/article/202305/thumb/53600-514038-sample.jpg

 

획일화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졸혼을 꿈꾸다

‘연애는 꽃이 한창인 정원, 결혼은 쐐기풀 돋은 밭’이라는 핀란드 속담이 있다. 한 번이라도 결혼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단번에 공감하는 명언. 달콤한 사랑에 취해 결혼하지만 막상 꿈에서 깨어난 결혼 생활의 현실은 가혹하다.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이제는 한 공간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때가 있다. 그것이 현실 부부의 삶이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획일적인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주체로 살고 싶은 노년층이 늘고 있다. 수십 년을 한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결혼 생활에 불만이 많은데도 그저 참고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이혼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졸혼(卒婚)’을 고려할 만하다. 결혼과 이혼 사이의 대안으로 등장한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로,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자유롭게 사는 것을 말한다. 이혼은 배우자와 법적으로 모든 관계가 끝나지만 졸혼은 법적으로는 부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졸혼이라는 말은 신조어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2004년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인도에는 해혼(解婚)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혼인 관계를 풀어준다는 의미로, 자녀가 출가하고 나면 부부가 권리와 의무는 뒤로하고 한집에서 사이좋게 사는 풍습이다. 간디도 37살에 해혼식을 올리고 수행 길에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유교주의의 영향으로 남의 이목을 의식해 이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노년층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황혼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서류상의 복잡한 문제, 자녀의 앞날 등을 고려해 선뜻 이혼하지 못하고 그 대안으로 졸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은 일찍이 졸혼 문화를 받아들이고 정착시켰는데, 졸혼에 대한 관심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 아무래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 생활에 대해 불만이 더 많고 사회 관습으로 인한 답답함을 많이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 원로 배우 백일섭과 작가 고 이외수의 졸혼 선언이 이슈가 되면서 졸혼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졸혼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도 부모의 졸혼을 적극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졸혼’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조사 결과 미혼 남녀 10명 중 6명 이상(남60%, 여 70.7%)이 졸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 부모가 졸혼을 결심한다면 남성은 61.3%, 여성은 76%가 찬성할 것이라고 답해 여성이 남성보다 부모의 졸혼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수명이 60살이었을 때만 해도 부부가 인연을 맺고 길어야 40년을 함께 살면 죽음으로 결혼 생활은 끝났다. 그러나 지금은 50~6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하게 된다. 게다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다 보니 예전 노년의 삶과는 다르게 다양한 삶의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인생을 100살로 봤을 때 초기 30년은 학습과 사회에 적응하며 살고, 중기 30년은 남편과 아내 모두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으니 마지막 30년은 각자 나만을 위한 독립적인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런 의미에서 100세 시대를 앞둔 우리에게 졸혼은 ‘결혼 아니면 이혼 사이의 완충지대’가 아닌 ‘부부 각자의 의지대로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선택’이 돼가고 있다.

 나는 과연 졸혼을 꿈꾸는 중인가? 

나는 졸혼을 하고 싶다?
매우 그렇다 45.1%
그렇다 45.1%
아니다 6.9%
매우 아니다 2.9%

졸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나만의 생활과 시간을 갖고 싶어서 46.1%
배우자와 삶의 방식이 달라서 46.1%
이혼할 용기가 없어서 7.8%

졸혼에 대해 긍정적인가?
그렇다 87.3%
잘 모르겠다 6.9%
아니다 5.8%

졸혼에 대해 긍정적인 이유는?
가족들이 받는 충격이 덜할 것 같아서 17.6%
각자의 생활 방식을 존중할 수 있어서 59.8%
다양한 결혼 방식의 하나다. 15.7%
부부 관계가 좋아질 여지가 있어서 6.9%

졸혼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 같아서 17.6%
깨끗하게 이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24.5%
가족 부양의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32.4%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서 25.5%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05월호
2023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