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 글로벌 앰배서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알아주는 K뷰티 대표 브랜드 설화수와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의 만남은 꽤 신선했다. 아니, 신선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영화 <아이 엠 러브> <설국열차> <옥자> 등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작품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K뷰티를 대표하는 설화수의 글로벌 앰배서더라니. 최근 하이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뷰티업계에서도 국내 배우와 아이돌 가수 등 셀렙을 앰배서더로 선정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하이패션 브랜드와 국내 셀렙의 첫 시작으로 샤넬과 그룹 빅뱅 지드래곤(GD) 그리고 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포문을 열었다면 이후 디올과 블랙핑크 지수&그룹 방탄소년단(BTS) 지민&그룹 아스트로 차은우, 구찌와 배우 이정재&가수 아이유&그룹 엑소 카이&그룹 뉴진스 하니, 루이 비통과 배우 정효연&배두나&방탄소년단 제이홉, 셀린느와 블랙핑크 리사&배우 박보검&방탄소년단 뷔, 버버리와 축구 선수 손흥민, 생 로랑과 블랙핑크 로제 등이 뒤를 이으며 브랜드와 셀렙의 매칭을 선보이고 있다. 각 브랜드에서 앰배서더를 선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인종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드러내는 일환이기도 하고, 셀렙 스타의 영향력이 곧 브랜드의 구매력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터. 하지만 무엇보다 브랜드의 얼굴이 돼줄 인물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번 설화수와 틸타 스윈튼의 만남도 그렇게 보인다. 단순히 인기가 많고 전 세계 많은 이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배우라는 것을 넘어 그녀가 살아온 인생, 가치관, 스토리와 브랜드 설화수가 추구하는 것이 맞았고 서로 세계관의 접점이 있었기에 그녀가 한국을 찾았을 것이다. 그녀가 한국에 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BA(Brand Activatiom)팀 배유리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BA팀 배유리입니다. 설화수 글로벌 앰배서더 운영·관리와 북미 시장 캠페인을 담당하고, 글로벌 앰배서더의 역할과 활용을 위한 전략 수립, 콘텐츠 개발 등 실제 브랜드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틸다 스윈튼이 설화수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된 이유가 궁금해요.
설화수는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하기 전, 지난해 9월 기존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해 가진 고정적인 이미지와 편견을 깨뜨리고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를 정립하고자 ‘설화, 다시 피어나다’라는 리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함께 ‘엄마 브랜드’로 느껴지던 이미지를 세련되고 모던한 이미지로 바꿔 브랜드의 정체성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죠.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이번에는 설화수만이 가진 독자적이고 유서 깊은 헤리티지와 아트&문화에 대한 정신을 통해 세상을 향한 설화수의 존재 이유를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틸다 스윈튼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섭외 과정이 궁금해요. 어떻게 연락했나요?
지난해 리브랜딩 캠페인이 끝나기 전부터 브랜드의 소명 의식 그리고 캠페인의 의미와 의의를 잘 보여줄 신규 앰배서더 후보를 물색했습니다. 후보 중에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과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있었는데 결국 설화수의 이미지와 모델의 접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틸다 스윈튼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본격적인 만남에 앞서 스코틀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에게 설화수 제품을 예로부터 길상의 의미가 담긴 전통 문양을 설화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지함보로 포장해 보냈죠. 설화수가 전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첫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팬으로서 애정을 담은 선물이었고 그렇게 설화수와 틸다 스윈튼의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섭외 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물론 있었습니다. 그녀가 런던, 스코틀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배우라 시차 때문에 계약 검토와 피드백 등을 기다리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글로벌 패션&뷰티 브랜드와 협업하며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백을 알게 돼 큰 도움을 받았죠. 다양한 해외 브랜드, 셀러브리티와의 협업 경험이 많은 만큼 모델 계약 과정부터 틸다 스윈튼과의 첫 만남까지 세심하게 챙겨준 덕분에 잘 진행한 것 같습니다.
틸다 스윈튼을 직접 만난 느낌은 어땠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 <설국열차>를 비롯한 그녀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떠올렸을 때 신비롭고 차가운 이미지를 연상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죠. 막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 응접실에 들어선 그녀의 첫인상은 너무 따뜻하고 친절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많이 피곤했을 텐데 그런 기색 없이 영화나 화보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 말갛고 고운 피부를 자랑하며 따뜻하게 안아주던 첫 만남이 생각나네요.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한국의 문화 그리고 헤리티지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전할 땐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건 기본이었고요.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어떤가요?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아예 못한다고 생각하면 될지도) 그녀가 주인공인 세계관 필름 촬영에 앞서 감동을 받은 포인트가 있었어요. 영상 말미에 떠오르는 브랜드 로고와 함께 그녀의 ‘설화수’ 보이스오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가능하다면 그녀가 어떻게 발음하는지 녹음본을 받아보고자 조심스레 부탁했는데, 정말 다양한 버전으로 녹음해 보내준 것을 받고 그녀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했습니다.
그녀가 설화수를 택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녀가 한국에 친숙한 배우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그녀가 한국에 입국한 날 호텔 응접실에서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중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어요. “Intangible cultural property(무형문화재)”라는 부분이었는데요, 오래되고 유서 깊은 헤리티지에 뿌리를 두고 세상에 공명을 일으키는 브랜드라는 점에 깊이 공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단순히 뷰티 브랜드인 것을 넘어 설화수가 독자적으로 지닌 역사와 스토리에 반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주변 지인들에게 틸다 스윈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뭔가요?
“실제로 보면 어때?”가 가장 압도적이지 않나 싶어요. 무려 179cm에 달하는 큰 키와 기품 넘치는 이목구비에 사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피부가 예술이었어요. 솜털 하나하나가 다 보일 정도로 피붓결과 피부 톤 자체가 워낙 고와서 인간 백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설화수와 틸다 스윈튼의 만남을 보는 대중의 반응은 어땠나요?
설화수에서 6년째 근무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대중의 반응에 무척 인상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제작한 영상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댓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다 보면 정말 재밌기도 하고 감동을 주는 댓글이 많았어요. 그중 “광고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 같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고 지루한 뷰티 광고 홍수 속에서 신선함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고, 제작할 땐 힘들었지만 막상 이런 댓글을 보고 있으면 ‘아, 이런 반응을 보려고 지금껏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앞으로 또 뭘 하면 좋을지 궁리하게 돼요.
설화수 제품 중 그녀가 특히 애정하는 제품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녀의 변함없는 베스트셀러는 윤조에센스, 자음생크림, 자음생세럼이에요.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평소에 메이크업을 거의 안 하는 편이고 추운 지역에 살고 있는지라 설화수 제품을 사용하면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는 듯한 풍부한 느낌이 든다고 극찬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녀는 설화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되기 전에 이미 설화수를 써본 유경험자였어요. 몇 년 전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에 가면 꼭 설화수 매장에 들러보라”는 친구의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설화수와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