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성공했지만 제2의 임영웅이 없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분명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요즘에는 지상파 방송도 두 자릿수 시청률 프로그램이 매우 드문데 TV조선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과 MBN <불타는 트롯맨>은 자체 최고 시청률이 각각 24%, 16.6%나 된다. 그렇지만 35.7%를 기록한 <미스터트롯1>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대결 구도에 엄청난 화제가 집중된 데는 ‘서혜진 군단’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비롯해 <국민가수>까지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주도한 서혜진 대표는 2022년 6월 2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바로 서 대표는 독립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했고 노윤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 소위 말하는 서혜진 군단이 대거 크레아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다.
TV조선은 서 대표 퇴사 4일 뒤인 6월 26일 <미스터트롯2>의 2022년 연말 론칭을 확정 발표했다. 그리고 다시 8일 뒤인 7월 4일 MBN도 신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의 연말 론칭을 발표했다. <불타는 트롯맨>의 제작사가 바로 크레아스튜디오다. 이렇게 서혜진 대표의 대표작을 서혜진 군단 없이 만드는 TV조선과 서혜진 군단이 가세해 신생작을 만드는 MBN의 뜨거운 트로트 대전이 시작됐다.
준비 과정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MC 김성주와 마스터(심사위원)인 가수 장윤정이 서혜진 대표와 각별한 관계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이동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프로그램의 얼굴과도 같은 김성주가 <불타는 트롯맨> MC를 맡게 된다면 여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TV조선은 가장 먼저 김성주와 장윤정의 잔류를 확정 지었다.
결국 <불타는 트롯맨> MC는 도경완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두 종합편성채널의 트로트 대전에는 장윤정과 도경완의 ‘부부 대전’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렇지만 부부 대전이 아닌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TV조선과의 관계를 감안해 잔류했지만 서혜진 군단과의 관계도 감안해야 했던 장윤정이 남편 도경완을 통해 양쪽 모두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 또한 메인 MC급이 아니었던 도경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된다.
어차피 두 프로그램의 진정한 승부는 어떤 참가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결국 어떤 스타를 발굴하느냐가 진정한 성공과 실패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대대적으로 참가자 모집을 홍보하고 나섰는데, 확연한 공통점이 하나 눈에 띄었다. 바로 ‘제2의 임영웅’을 찾는다는 점이다. TV조선 입장에선 임영웅이 <미스터트롯1>에서 진을 차지한 만큼 시즌2의 주인공을 ‘제2의 임영웅’이라 부를 수 있다. 반면 신생 프로그램을 론칭한 MBN은 서혜진 대표와 노윤 작가를 전면에 내세워 ‘임영웅을 발굴한 제작진’이 새롭게 발굴하는 신생 트로트 스타가 바로 ‘제2의 임영웅’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제2의 임영웅을 발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제2의 임영웅이라 불릴 만한 참가자를 발굴해낸다면 역대 최고 흥행작인 <미스터트롯1>에 필적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요계에선 임영웅의 연간 매출이 5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가수의 기본 수입원인 음원 수입과 공연 수입이 수백억원대로 어마어마한 데다 CF 수입과 행사 수입 등 기타 수입도 엄청나 모두 더하면 충분히 연 매출 500억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임영웅이라는 연예인 한 명이 중상위권 중소기업 정도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라, 제2의 임영웅을 배출한다는 의미는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중상위권 중소기업을 하나 탄생시키는 것이 된다.
2022년 12월 넷째 주 두 프로그램이 동시에 방송을 시작하며 정면 대결에 돌입했다. 2022년 12월 20일 MBN <불타는 트롯맨>이 첫 방송을 내보냈고, 이틀 뒤인 12월 22일 TV조선 <미스터트롯2>도 화려하게 시작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밤에는 <불타는 트롯맨>, 목요일 밤에는 <미스터트롯2>가 방송되는 트로트 대전이 지난해 12월 넷째 주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불타는 트롯맨>이 첫 방송에서 8.3%의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동시간대 전 채널 시청률 1위, 화요일 예능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MBN 프로그램 첫 방송 가운데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다. 그런데 MBN의 잔치는 이틀 만에 끝나고 말았다. 12월 22일 첫 방송에서 <미스터트롯2>가 무려 20.2%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불타는 트롯맨>과의 시청률 경쟁을 넘어선, 한국 방송사에 길이 기록될 엄청난 기록이다. 이렇게 두 프로그램은 무려 11.9%p의 큰 차이로 시작됐다.
<미스터트롯1>이 12.5%의 시청률로 시작해 35.7%로 종영했음을 감안하면 <미스터트롯2>의 20.2%는 목표 시청률을 40% 이상 잡을 수도 있는 첫 회 시청률이었다. 그렇지만 이후 상승세가 기대 이하였다. 2회 20.8%, 3회 20.9%, 4회 20.9%로 초반 4회 동안 시청률 상승세가 고작 0.7%p에 불과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더 문제였다. 2회에서 11.8%를 기록하며 상당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3회 12.7%, 4회 12.2%, 5회 14.3%로 역시 더딘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제는 중반부 이후에도 본격적인 시청률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본선 무대가 시작되는 중반부부터 확연한 시청률 상승세가 시작돼 준결승과 결승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두 프로그램에선 공통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미스터트롯2> 분위기가 심각했다. 8회에선 18.8%로 첫 회 시청률보다 낮아진, 최초의 10%대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이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오갔고 12회에서도 19.6%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마지막 회(13회)에서 24%로 급반등했다.
<미스터트롯2>는 연이은 인기 참가자의 탈락이 뼈아팠다. 8회에서 시청률 대폭락이 일어난 결정적 이유는 7회에서 박서진이 탈락한 여파로 풀이된다. 박서진은 <미스터트롯2> 온라인 응원 투표 결과에서 1·2주 차 1등, 3·4주 차 2등을 기록하며 절정의 인기를 자랑했는데 4주 차 결과가 발표된 7회 방송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탄탄한 팬덤의 지지를 받던 박서진의 탈락은 그 자체로도 큰 충격이었는데 분노한 팬심이 심사 공정성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사태를 더욱 키웠다.
<미스터트롯2>는 그 이후에도 김용필과 황민호 등 인기 참가자들이 거듭 탈락하며 TOP 7에 합류하지 못해 팬덤을 실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