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인생은 멋지지 않다” 달라진 인생관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에서 벗어나 천천히 사는 ‘슬로 라이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캠핑, 귀촌 자급자족,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여행 등을 경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데도 이 같은 트렌드와 연관성이 있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대리 만족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면서다. 사회의 정서가 반영되는 출판업계에서도 여유를 꿈꾸는 이들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자립을 한 직장인들의 에세이, 삶을 돌아보고 행복해졌다는 내용의 자전적인 도서가 베스트 셀러에 등극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슬로 라이프의 정의는 문명에서 벗어나 주로 자연과 몸의 힘으로 느리게 살아가는 인생을 말한다. 경제적인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를 희망하는 ‘파이어족’,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비하는 ‘욜로족’ 등 인생에서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일상 자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 돌연 다른 지역으로 떠나 또 다른 일을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일상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선에서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하나의 취미까지 전부 슬로 라이프로 여겨진다. 요가, 명상 등 천천히 내면을 다스리는 취미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잠시나마 주변을 둘러보는 게 예시가 될 수 있다.
슬로 라이프가 트렌드가 된 데는 심신의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다. 건강한 라이프 사이클을 추구하는 이들이 점차 늘면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올해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헬시 플레저〔건강을 의미하는 ‘헬시(Healthy)’와 즐거움을 뜻하는 ‘플레저(Pleasure)’의 합성어〕를 꼽은 바 있다. 김 교수는 “건강관리가 ‘힙’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건강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과정과 결과 모두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상에선 이 같은 사이클을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멈춰 숨 고르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왜 갈망할까?
느림의 미학이 바탕이 되는 슬로 라이프는 MZ세대에서 특히 열광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은퇴 시기가 다가온 이들이 여유로운 노후를 보낸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그 배경엔 번아웃이 빠질 수 없다. 번아웃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이고 이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이 생기는 증후군이다.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번아웃은 감기와도 같은 흔한 증상이라고 하지만, 심각한 경우 건강이 망가져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결국 일보다 내 인생을 먼저 돌보는 게 답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다.
일에 대한 성취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MZ세대의 정서와 바람이 반영돼 슬로 라이프로 돌아서는 이들도 적잖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개인적인 만족도를 인생의 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기조가 이 세대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상 학창 시절부터 과도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급급해온 이들이다.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미처 성찰하지 못하고 상황에 맞춰 진로의 방향을 설정하면서 일에 대한 애정보다 일 이외의 일상생활에 몰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하고자 슬로 라이프틀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급박한 전개를 앞세운 드라마, 갈등과 선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예능 등이 인기를 얻다가 시골에서 적적한 시간을 보내는 예능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자극에서 벗어나 힐링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문제도 슬로 라이프와 맞닿아 있다. 산업 발전을 이루면서 급격하게 오염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면서 그 대처 방안으로 슬로 라이프가 언급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취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요가와 명상 클래스 수요 급증
상황이 이렇자 일상에서 요가와 명상 등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일상 취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잠시 멈춤을 실현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호텔업계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웰니스 패키지’를 줄줄이 내놨다. 호텔에서 요가와 명상 클래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인 방식이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명상 음악, 요가 동작 따라 하기 같은 채널, 명상과 요가 관련 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명상 앱 ‘마보’의 가입자 수는 31만 명으로 2020년 12월 대비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마음을 비워내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꿈꾸나요?
*<우먼센스> 독자 64명이 답했습니다.
❶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YES 100%
❷ 가끔씩 세상의 속도에 맞추면서 사는 게 버겁다
YES 90.3%
❸ 슬로 라이프에 대한 갈망이 있다
YES 93.5%
❹ 실천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중복 선택 가능)
경제적인 여건 28.9%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18.7%
노후에 대한 불안감 18.5%
사회에서 뒤처질까 봐 16.9%
자녀 교육 문제 11.9%
기타(시간이 부족해서, 부모님 부양) 5.1%
❺ 슬로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을 추구하고 싶은가?
여행 38.8%
각종 취미 생활 16.1%
미니멀 라이프 16.1%
귀촌 생활 6.5%
명상 6.5%
다도 3.3%
환경을 생각한 라이프 사이클 3.2%
요가 3.2%
기타(봉사 활동, 등산 등) 3.2%
충분한 산책 3.1%
❻ 슬로 라이프 실천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삶의 여유 54.8%
심신 안정 25.8%
자아실현 9.7%
기타(환경보호, 자연스러운 삶, 긍정적인 마인드 등) 6.5%
체력 증진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