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슈룹>을 통해 대중을 만난 배우 옥자연(35세)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숨 고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최고의 휴식처는 자연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을 따라 동네를 거닐며 미뤄뒀던 생각을 정리하고,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돌보며 삶을 돌아본다. 씨앗에서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는 모습에선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함과 따뜻함 속에서 살아가는 옥자연과 쉬어 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종종 SNS에 열매나 나무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사진에서 애정이 느껴집니다.(웃음)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동네에서 성장기를 보냈어요. 나무, 풀, 꽃 등 식물을 보면서 자라서인지 그 시기에 접했던 환경과 정서가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성장기에 무엇을 보고 자라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해요. 일상에서도 자연을 사랑하지만, 힘들고 지칠 땐 더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자연을 통해 느끼는 바가 궁금해요.
편안함이에요. 푸른 잎과 나무를 보고 그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사람도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복잡하게 느껴졌던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게 돼요. 어떻게 해야 삶을 더 멋지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로 인해 조바심이 생겼던 마음이 진정돼요. 넓게 보면 우주 안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니까요.
옥자연에게 가장 흥미로운 자연은 무엇인가요?
새 생명이요. 주변 친구들의 2세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요. 나무에 잎사귀가 자라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게 경이로워요. 그리고 거리를 거닐다가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커요. 요즘은 사진으로 식물 이름을 검색할 수 있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때가 있어요. 여유가 생기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공부하고 싶어요.
서울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과 동떨어지게 되는데, 그럴 땐 어디를 찾아가나요?
주변을 둘러보면 서울에서도 가볼 곳이 많아요. 예를 들면 서울 강북구에는 다양한 궁과 남산공원 등이 있죠.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울 땐 동네를 산책하면서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봐요. 또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고요한 분위기를 느끼죠.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도서관에는 항상 나무가 있고, 앉아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벤치가 있어요.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재미가 있어요.
‘워라밸(일과 일상의 밸런스)’은 현대사회의 화두입니다. 어떻게 맞춰가고 있나요?
저도 스케줄이 빠듯할 때는 방법이 없어요.(웃음) 다만 잠깐의 여유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산책하면서 바람을 쐬거나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해요. 짧게는 하루에 10분이라도 차를 마시며 머릿속을 비워내려고 해요. 저만의 방법을 꼽자면 집에서 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해요.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흙을 만지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식물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요.
심신을 충전하기 위해 반드시 지키는 게 있나요?
휴식을 거창한 의미로 생각하지 않아요. 상황에 맞춰 제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해도 환기하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꼭 숲이나 규모가 큰 공원에서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다양해지면서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때때로 귀찮을 때가 있지만 관리를 게을리할 수 없죠. 시작은 반강제적이지만, 활기를 유지하는 식물을 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져요.(웃음)
가던 길을 멈춰 식물 사진을 찍어요.
여유가 생기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공부하고 싶어요.
옥자연에게 여유는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돼요. 사실 어떤 취미든 진득하게 파고드는 성향은 아니에요. 무엇이든 하나에만 몰두하다 보면 막히는 구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으로 빠져나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 이전의 활기를 되찾아요. 방전됐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죠. 생각해보면 사람은 휴식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거 같아요. 잠시 멈춰 감으로써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되니까요.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요?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쉼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봐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모든 면에서 바쁘고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숨 돌릴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해방감을 느낄 창구를 찾아야 하니 막막할 따름이죠. 게다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여유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결핍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죠. 과연 그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타인의 휴식과 여유, 취미를 좇기보다 진정으로 나를 챙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긴 휴식 기간이 주어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여행이요. 요즘 주변을 보면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더라고요. 오로라를 보러 가거나 캐나다의 드넓은 숲, 밀림, 사막 등 가고 싶은 데가 너무 많아요. 말하고 보니 전부 자연이네요.(웃음) 다른 나라의 도심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요. 잠시 떠나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연기 행보도 궁금해요.
<슈룹>으로 2022년을 마무리했어요. 워낙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감독님, 스태프, 배우진 모두 호흡이 잘 맞아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죠. 앞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예정이에요. 그동안 저는 또 어딘가에서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