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줌.” 자기 계발의 사전적 의미다. 한 조사(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취미생활·자기계발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20~59세 남녀 10명 중 7명은 자기 계발과 취미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평소에 취미와 자기 계발을 위해 약 1.8개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주된 분야는 재테크·투자, 스포츠·피트니스, 어학, 요리, 음악·악기 등이다. 응답자들은 취미와 자기 계발 활동을 선택할 때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50.1%)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꾸준히 할 수 있는지(37.1%), 정신적 건강을 기대할 수 있는지(26.4%), 재테크 등 수익 기대가 가능한지(26.1%)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자기 계발과 취미 활동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계발 관련 정보를 얻고 직접적인 활동을 할 때도 온라인 채널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역량이나 스펙 향상을 위한 스터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 소셜 러닝 플랫폼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역량 강화와 습관 형성 플랫폼을 운영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글쓰기 특화, 커리어 역량 강화, 취미·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또 운동을 위한 스타트업도 인기인데, 줌을 통한 실시간 수업으로 마치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독서, 글쓰기, 좋은 습관 만들기 등 개인 혼자 성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여럿이 동참하는 챌린지 형식으로 진행하는 등 자기 계발 방법도 다양하다.
자기 계발에 푹 빠진 대한민국 국민, 그 중심에는 우리의 주부들이 있다. 사회에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가정에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열심히 살아가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오늘도 자기 계발에 열심인 주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늘의 대담자
독서와 글쓰기로 마음의 안정을 얻은 ‘프로 자기 계발러’ 송 여사(39세)
노매드를 지향하며 외국어 공부 중인 ‘파리지앵’ 김 여사(43세)
자격증 취득으로 가드너를 꿈꾸는 ‘식집사’ 박 여사(44세)
“불안한 미래, 믿을 건 나 자신”
박 여사(이하 ‘박’) “나이 먹을수록 세월에 가속도가 붙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40대 중반에 접어드니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네요. 2023년 한 해도 잘 살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하는 것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서요.
송 여사(이하 ‘송’) 새해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항상 하는 일이 있죠. 바로 새해 계획 세우기. 저 역시 새해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새 다이어리와 일기장을 샀어요. 다이어리에 2023년 꼭 성취하고 싶은 일을 적어놨는데, 그게 바로 좋은 책 읽기와 하루에 글 하나씩 쓰기예요. 욕심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생각이에요. 하루에 글 하나씩 쓰기는 단 한 문장 또는 몇 줄이라도 계속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김 여사(이하 ‘김’) 오늘 주제가 자기 계발이죠? 저는 2023년에도 영어와 프랑스어 공부에 전념하려고 해요. 영어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는데, 프랑스어는 아직 어려워요.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좀 젊을 때 시작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겁니다. 주위에 외국어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깜짝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박 우리나라 주부들은 워킹맘, 전업주부 할 것 없이 정말 부지런하게 사는 것 같아요. 경제활동도 열심히 하고 뭔가 배우거나 취미 생활에도 열과 성을 다하죠. 저는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식집사’예요.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면서 취미로 식물을 가꾸다가 좀 더 본격적으로 꽃을 가까이하고 싶어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화훼장식기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는데, 꽃과 식물을 돌보는 일이 저에게는 힐링이자 즐거움입니다.
김 제가 외국어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는 5년 후에 남편과 각 나라의 도시를 돌며 1~2년씩 살아보자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에요. 그러려면 영어는 필수고 프랑스어와 독일어, 스페인어 등도 조금씩 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국어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송 저는 다양한 분야의 자기 계발을 시도했다가 이제 독서와 글쓰기에 정착했어요. 뭔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왠지 불안해요. 그래서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운동도 하고 주말에는 악기도 배웠어요. 귀가 얇은 편이라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했는데 정말 좋다고 하면 솔깃해 그걸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웃음) 오죽하면 친구들이 저를 ‘프로 자기 계발러’라고 하겠어요.
박 제가 꽃을 좋아하게 된 건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무리 시들시들 죽어가던 식물도 며칠 내에 금방 새 생명을 찾아주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분이에요. 동네에 소문이 나서 어머니한테 거의 다 죽어가는 식물을 가져오는 이들도 많았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싱싱하게 살려내 예쁜 화분에 분갈이해 돌려주곤 했죠. 마치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들꽃이나 작은 마당에서 자란 꽃들을 꺾어 항아리나 빈 음료수병에 툭툭 꽂기만 해도 근사했죠.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저도 결혼 후 아파트 거실과 베란다에서 작게나마 꾸준히 식물을 키웠어요. 그러다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학원에서 꽃꽂이를 배우고 자격증을 땄어요.
송 참 다양한 자기 계발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궁중 요리와 한식, 양식, 일식에 제빵까지 다양한 음식을 취미로 배워 자격증에 도전하는 경우도 봤고, 재테크 서적을 탐독하고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주식 투자에 선물 투자까지 하는 지인도 있고,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수학 공부를 함께 시작해 중고등학교 수학 과정까지 마스터하며 결국에는 동네에서 유명한 수학 과외 교사가 된 경우도 있어요. 첼로와 바이올린, 기타, 드럼 등을 배우면서 지역 오케스트라와 밴드 활동을 하는 음악인도 있죠. 그러고 보면 자기 계발의 세계는 참 무궁무진합니다.
박 맞아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좀 더 높은 자리로 가려고 대학원, 자격증 등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스펙 쌓기에 바쁘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대학 입시만 치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현실이 쉽지 않네요.
송 직장에서도 대학원에 가는 것이 자기 계발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자신의 능력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 업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냥 남의 눈에 좀 더 괜찮아 보일 것 같아 또는 학연 때문에 가는 이들도 많지요. 사실 우리나라처럼 학력 인플레가 심한 나라도 없잖아요. 보여주기식 스펙 쌓기보다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키우고 동료들과 어떻게 잘 협력하고 소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직장 생활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김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믿을 것은 ‘자신’뿐이라며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자(自)테크’가 유행이래요. 요즘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뭐 하나 믿고 투자하기가 쉽지 않죠. 그러니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것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은 게 없다는 것이죠. 불안정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키워 몸값을 올리는 게 최고라는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질 거 같아요. 우리 주부들도 당연히 그렇고요.
자기 계발 중이십니까?
설문 진행 기간 2022년 12월 2~16일
❶ 나름대로(소소하게라도) 자기 계발을 하고 있나?
그렇다 96.9%
아니다 3.1%
❷ 어떤 자기계발을 하고 있나?
취미(요리, 악기, 그림, 독서 등) 37.5%
운동 28.1%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21.9%
어학 9.4%
기타(핸드메이드 제품 만들기 등) 3.1%
❸ 자기 계발 후 삶이 달라졌나?
그렇다 56.2%
보통이다 21.9%
매우 그렇다 18.8%
그렇지 않다 3.1%
❹ 자기 계발의 목적은?
삶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해 65.6%
육아, 집안일 등에 지쳐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9.4%
무료한 삶에서 벗어나 환기를 시키기 위해 6.4%
재취업을 위해 6.2%
금전적 이익을 위해 6.2%
은퇴 후 미래를 위해 6.2%
❺ 어떤 방법으로 자기 계발을 하나?
유튜브와 인터넷 강의, SNS 등 활용 68.8%
개인 교습, 전문 학원 이용 15.6%
국가 지원 프로그램 12.5%
학교 진학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