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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투다리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 투다리. 김치우동 한 그릇이면 만사 오케이다.

On December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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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를 사랑한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냐고 답하겠다. 최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 선정된 술집에 다녀왔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입에 넣기 아까울 정도로 성의 있는 플레이트, 성공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눈과 귀, 입까지 모든 게 즐거웠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함께 있던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 여기에선 이만하고 일어나자는 사인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술집을 나섰다. 그렇게 ‘투다리’로 향했다.

메뉴판부터 안정감을 안겨주는 나의 투다리. 요즘 핫 플레이스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영문 메뉴판을 내민다. 게다가 메뉴를 읽어도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없다. 이게 소위 ‘힙’이라고 하던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요즘 세대의 감성 속에 점점 마이너가 돼가고 있다. 반면 나의 투다리는 다르다. 정갈한 한글 메뉴판에 은행꼬치, 김치우동, 치즈불닭 등 읽는 동시에 이미지가 연상되는 간단명료한 이름이 적혀 있다. 음식 사진은 덤이다. 이토록 친절하다. 조금도 불편한 구석이 없다.

투다리로 말할 것 같으면 메뉴 선택 실패율 0%에 수렴한다. 그만큼 모든 안주가 훌륭하다. 본 재료에 충실한 여러 가지 꼬치 메뉴는 물론 탕 메뉴까지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중에서 나의 원픽은 김치우동, 한 가지를 더하라면 은행꼬치다. 닳고 닳은 검은 뚝배기에 담긴 펄펄 끓는 김치우동은 맵짠 러버인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안주다.

김치우동을 가운데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끝이 없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은행꼬치를 추가로 주문한다. 자극적인 맛의 김치우동과 고칼로리인 소주를 연거푸 들이켠 반성이랄까? 술자리에서 건강을 논하는 것만큼 무지성의 논리는 없지만 은행꼬치는 가히 건강한 맛이라 할 수 있다. 투다리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국물 한 술 떠 입에 넣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김치우동은 단돈 만원이다.

지금까지 투다리에서 소주잔을 부딪쳤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특히, 더, 유별나게 애정하는 이들이었다. 누구와도 갈 수 있지만, 아무나 함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의미다. 빨간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편했다. 그래서 사랑했다. 결국 술이라는 건 같이 마시는 사람과의 대화가 맛을 좌우하는데, 투다리에서 마주한 모든 날이 행복했던 것을 보아하니 함께한 이들이 큰 몫을 했나 보다. 투다리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라는 의미다. 이름마저 아름답다. 전국 팔도 어디에서나 투다리 간판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낯선 동네도 갑자기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날이 추워지고 있다. 마음과 마음을 잇기 좋은 김치우동의 계절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2월호
2022년 12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