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의 한계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의 피해 여성은 가해자를 고소한 상태에서 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 경찰로부터 신변보호의 일환으로 스마트 워치를 지급받았고,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이 시행됐지만 피해를 막진 못했다. 이번 사건만으로 법규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스토킹 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가해자를 제재하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건이 반복돼왔다.
스토킹은 통상적으로 상대방이 거절했음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하고 협박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수법은 다양하다. 지난 10월 자신이 만나던 여성이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의심에 사로잡혀 여성의 계좌에 1원씩 681회 입금한 40대 남성의 이야기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가해자는 지난해 10월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여성이 다른 남성을 만난다고 의심하며 12월까지 2개월여 동안 607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서 함께 기재한 입금자명 문구에는 협박성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밤에가서불확싸”, “끝내자전화해라” 등 피해 여성이 충분히 위협을 느낄 만한 내용이었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에게 노출돼 스토킹 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 최근 걸 그룹 트와이스 나연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해온 독일 남성이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남성은 지난 9월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나연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한국의 한 골목을 배경으로 “너를 놀라게 해주려고 한국까지 왔다. 생일 선물 2개를 가져왔는데 너에게 줄 방법을 찾고 있다.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말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남성의 스토킹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2020년 1월에는 트와이스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해 멤버들에게 접근을 시도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자신이 나연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나연의 신변보호와 함께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송달 문제로 취하하며 남성이 재입국할 때 다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스토커 남성의 재입국 소식과 관련해 “법무팀과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년 만에 범죄로 인정
현행법상 스토킹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안겨주는 행위를 말한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만약 흉기와 같은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총 5가지로 분류된다.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이하 ‘주거동’)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하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동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주거동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피해자 보호조치 조항도 있다. 경찰은 스토킹 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으면 즉시 현장에 나가 응급조치를 하거나 긴급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법이 규정한 응급조치로는 스토킹 행위의 제지, 향후 스토킹 행위의 중단 통보 및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 처벌 경고, 스토킹 행위자와 피해자 등의 분리 및 범죄 수사, 피해자 등에 대한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 요청의 절차 등 안내, 스토킹 피해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의 피해자 등 인도(피해자 동의한 경우만 해당)가 있다.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고 스토킹 범죄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 이뤄진다.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이나 그 주거동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금지와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그 내용이다. 스토킹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한 뒤 스마트 워치 지급 또는 주거지 근처 CCTV 설치를 요청하면 즉각적인 신변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 스토킹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스토킹 가해자에 대해 접근금지가처분 등의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신고가 급증했다. 그동안 법적 장치가 부재해 신고하지 못했을 뿐 곳곳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기존 24건에서 105건으로 4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보호 요청 건수 또한 지난해 1만 4,700건이었으나 올해는 2만1,700건으로 집계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해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에 해당하는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됐다. 가해자의 위협 행위가 입증돼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에 그쳤다.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은 이유는 스토킹을 사적인 애정 표현과 구애로 여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토킹은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다. 이 때문에 자신이 스토킹 피해를 당해도 초기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범죄라는 사실을 피해 정도가 커졌을 때 인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타인에게 피해 사실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범죄 특성 때문에 초기에 가해자의 행위를 제재하지 못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는 엄연히 가해 행위를 행하는 자와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다. 이 같은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1999년 첫 발의된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가까스로 넘게 됐다.
스토킹 처벌법 어떻게 생각하나요?
*2022년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75명이 답했습니다.
1 스토킹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없다 56.2%
스토킹까진 아니지만 유사한 경험을 했다 21.9%
있다 18.8%
지인이 겪은 적이 있다 3.1%
2 스토킹 범죄를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처벌 수위가 낮다 56.2%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25%
남의 일 같지 않다 9.4%
매사가 조심스럽다 9.4%
3 스토킹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56.2%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서 31.3%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 9.4%
가해자의 정신 질환 때문에 3.1%
4 현행 처벌 수위를 어떻게 생각하나?
낮다 100%
5 스토킹 범죄가 줄어들기 위해선 000이 필요하다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56.3%
안전한 사회망 구축 28.1%
성 인식 개선 9.4%
기타(범죄에 대한 심각성 인지, 재발 방지를 위한 캠페인, 성차별 개선)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