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아이돌 시장에 등장한 신인류
아이돌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걸 그룹 뉴진스(NewJeans)가 등장하면서다. 걸 크러시 매력을 뽐내는 그룹들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던 4세대 시장에서 뉴진스는 신인류로 통한다. 이들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이끄는 민희진 대표가 디렉팅한 걸 그룹이다. 민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소녀시대를 최정상 그룹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하이브로 이적한 뒤 첫선을 보인 그룹이 바로 뉴진스다.
지난 7월 22일 데뷔한 5인조 걸 그룹 뉴진스. 멤버는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으로 구성됐으며 맏이인 민지와 하니는 18살, 막내 혜인은 14살이다. 베트남·호주 국적의 멤버가 있는 다국적 그룹이기도 하다. 그룹 이름은 직역한 대로 새로운 청바지, 새로운 유전자(New Genes)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민 대표는 “진(Jean)은 시대를 불문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아이템”이라며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2019년 9월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연습생들로 꾸린 그룹이다. 그해 연말에 멤버가 결정됐고 2020년 초부터 약 2년간 데뷔를 준비해 완성됐다.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비주얼로 따지면 멤버 전원이 센터급이고, 공개된 음원은 청량함 그 자체다. 최근 걸 그룹 시장을 물들였던 걸 크러시 콘셉트와 정반대인 청순함, 순수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인정받았다.
뉴진스의 홍보 마케팅은 그동안의 아이돌 데뷔 공식을 깼다. 처음부터 티저 영상을 생략하고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전체 공개해 그룹의 정체성을 대중이 파악하도록 했다. 또 멤버별로 다른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모든 멤버를 알기 위해선 한 곡을 다섯 번 들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마케팅을 시도했다. 민 대표는 “호기심 때문에라도 최초 공개 콘텐츠를 본다면 뉴진스의 음악을 무조건 청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앨범 예약 판매 사흘 만에 선 주문 44만 4,000장을 돌파했고, 앨범 발매 당일 26만 장을 판매했다. 이는 역대 걸 그룹 데뷔 음반 가운데 최고 기록으로 알려졌다. 또 앨범이 공개된 동시에 타이틀곡 ‘Attention’이 각종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쓸었다.
뉴진스의 성공적인 출발은 하이브의 경사로 직결되고 있다. 최근까지 하이브에는 악재가 이어졌다. 하이브를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단체 활동을 중단했고, 야심 차게 출발했던 걸 그룹 르세라핌은 데뷔 초부터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멤버가 탈퇴하는 불명예스러운 이슈가 발생했다. 그런 시기에 하이브의 돌파구는 뉴진스였다. 당초 뉴진스는 하이브 내부 상황과 별개로 올해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업계에선 하이브의 흐름을 전환하는 데 뉴진스가 묘수였다고 분석한다.
뉴진스는 현역 아이돌로 활동 중인 기존 4세대 걸 그룹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멤버 평균 연령이 17살이라는 건 물론, 기존 그룹과 다른 행보로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이유에서다. Z세대에게는 낯선 CD를 굿즈로 만들어 1세대 아이돌에게 열광했던 세대의 향수까지 자극하고 있다. 또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애플리케이션 ‘포닝’을 신설했는데 복고풍으로 꾸몄다. 뉴진스의 새로운 모습에 4세대 시장이 저물고 새로운 세대가 열릴 거란 분석까지 나온다.
아이돌의 계보
경계가 뚜렷하진 않지만 아이돌은 세대별로 구분돼왔다. 당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나오면 다음 세대가 시작되는 수순이었다. 1세대를 장식한 그룹은 H.O.T., S.E.S., 젝스키스, 핑클이다. 당대의 아이돌 그룹은 신비로움을 추구했다. 무대 위에서의 모습만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이돌은 가닿을 수 없는 존재여야 한다는 게 당대의 분위기였다.
이 같은 공식은 2세대에서 붕괴됐다. 그룹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등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팬덤을 확장했다. 인간적인 모습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고, 대중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을 잇는 2.5세대 아이돌도 있다. 그룹 2PM, 2NE1, 포미닛, 미쓰에이, 비스트, 샤이니, 에프엑스가 대표적이다. 2.5세대 그룹들은 아이돌의 콘셉트를 확장했다. 청순하고 귀여운 콘셉트의 걸 그룹, 남성성을 콘셉트로 한 보이 그룹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시도하며 당대를 장식했다.
3세대 그룹들은 본격적으로 세계에 K팝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룹 방탄소년단, 엑소, 블랙핑크, 트와이스, 여자친구, 레드벨벳, 마마무, 세븐틴, 갓세븐 등이 그 예다. 디지털 기술의 상용화로 국경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 K팝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그룹이 3세대의 방탄소년단이다.
3.5세대는 보이 그룹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이후 주춤했던 보이 그룹 시장에 몬스타엑스, VAV, NCT 등이 데뷔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것.
3~3.5세대의 공통점은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한다는 것. 무대와 팬 미팅, 브라운관 등 공식 일정 중에만 만날 수 있었던 아이돌을 SNS로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아이돌과 팬을 연결하는 전용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메시지와 사진을 주고받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4세대 보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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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이픈(ENHYPEN)
2020년 11월 30일 데뷔한 빌리프랩 소속 7인조 보이 그룹. Mnet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I-LAND>를 통해 결성됐다. 방송에서 공개된 뛰어난 실력과 비주얼로 데뷔 전부터 팬덤이 형성됐다. 엔하이픈은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하이픈(-)처럼 연결을 통해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엔하이픈의 인기 비결은 소년미와 남성미의 적절한 조화. 데뷔한 해에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면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 아이돌 역사상 최단기간 앨범 초동 판매량 100만 장 이상을 기록한 주인공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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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이즈
4세대 초창기 보이 그룹 더보이즈. 2017년 12월 6일에 데뷔한 11인조 다국적 보이 그룹이다. 그룹 이름처럼 멤버 개개인의 소년 같은 모습이 이 그룹의 매력이다. 더보이즈는 2020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데뷔 첫 단독 콘서트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앞서 첫 국내 팬콘(FAN-CON) 무대 역시 예매 오픈 4분여 만에 매진된 바 있다. 대세 그룹답게 2022년 8월 브랜드평판에서 8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위너, 엑소 등 아이돌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룹과 함께 상위 10위 안에 속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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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12인조 보이 그룹으로 2020년 8월 7일에 데뷔했다. 무대에 설 실력을 갖춰야만 데뷔한다는 소속사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멤버들의 연습생 기간이 긴 편이다. 평균 기간은 약 4년이며, 연습생 기간이 가장 긴 멤버 방예담은 약 7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데뷔 초부터 노래는 물론 춤 실력까지 인정을 받았다. 트레저는 데뷔 약 5개월 만에 싱글 앨범 총판매량 100만 장을 넘기며 신인으로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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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
2019년 3월 4일에 데뷔한 하이브 소속 5인조 다국적 보이 그룹이다. 실력은 말할 필요 없이 보컬, 댄스 등에서 구멍이 없는 그룹으로 알려졌다. 다인원 그룹이 대세인 아이돌 시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5명이 무대를 꽉 채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안무 연습 영상에는 5명이지만 한 명의 발소리만 난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그만큼 칼군무로 유명하다. 평균 키는 181.3cm으로 장신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