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44세)이 컴백했다. MBC 금토 드라마 <닥터로이어>로 4년 만이다.
<닥터로이어>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와 의료 범죄 전담부 검사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다. 극 중 소지섭은 ‘에이스 칼잡이’로 불리는 더블보드(2개의 전문의 자격 보유) 천재 외과의사였지만 변호사가 되어 돌아와 강렬한 복수를 하는 ‘한이한’ 역을 맡았다.
<닥터로이어>는 OCN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의 장홍철 작가와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의 이용석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소지섭 외에 배우 신성록과 임수향이 주연으로 열연한다.
현재 <닥터로이어>는 회차마다 시청률이 상승 중이다. 소지섭은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단숨에 안방극장을 장악했다는 평을 받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가구 기준 첫 방송 시청률은 5.2%. 소지섭의 복수가 짙어질수록 시청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3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6.5%)했다. 수치로 보자면 소지섭은 ‘이름값’을 가뿐히 해냈다.
소지섭은 전작인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2018)에서 코믹과 액션을 넘나들며 MBC 연기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데뷔 23년 만의 첫 대상이었다. 이 작품 종영 이후 깜짝 결혼 발표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닥터로이드>는 소지섭이 2020년 결혼 후 출연하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OTT 플랫폼이 대세인 요즘, 대상을 안겨준 방송사로 컴백해 의리를 보여준 셈이다.
소지섭은 그동안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무게감 있는 행보를 보였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유령> <주군의 태양>, 영화 <군함도> <자백>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작품 활동 외에는 사적인 행보가 거의 없다. 이 역시 소지섭이 신비로운 이미지와 함께 톱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7월 20일엔 영화 <외계+인 1`부>가 개봉한다.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극 중 소지섭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외계인에게 쫓기는 형사 ‘문도석’ 역을 맡았다. 그동안 원톱 혹은 투톱 작품에만 출연해온 그가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보다.
최근 <닥터로이어> 제작발표회에서 소지섭을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품절남 된 이후 첫 작품
출연한 계기는 뭔가?
대본도 매력적이었지만 극 중 한이한이 가진 두 직업이 매력적이었다. 의사이면서 변호사다. 실제로 촬영해보니 의사와 변호사가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 의사는 수술실에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변호사는 법정에서 사람의 인생을 구한다. 촬영하면서 이 드라마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2018년 MBC 연기대상을 받은 후 안방극장 첫 컴백이다. 부담은 없나?
대상이라서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작품으로 인사를 드릴 때는 늘 긴장되고 떨린다. 4년 전 이 자리에서 <내 뒤에 테리우스>로 인사드렸는데 감회가 새롭다. 다행히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예전보다는 긴장이 덜하다. 믿을 수 있는 힘이 조금 생겼다.
2가지 직업을 가진 역할이다. 대사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두 가지 전문직을 해야 하니까 보시는 분들이 어색하지 않게 최대한 연습을 많이 했다. 막상 대사를 해보니 입에 잘 안 붙더라. 그래서 굉장히 많이 물어보고 고민하고 연습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 어렸을 때 독서실에 안 갔는데,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듯이 대본을 외웠다.
연출을 맡은 이용석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나를 데뷔시켜준 분이시다.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이용석 감독은 소지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내 데뷔작의 주인공이자, 첫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바로 소지섭 씨였다. 이번에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동안 연출을 하면서 사극도 해봤고 장르물, 코미디, 연속극에서 격정 멜로도 해봤다. 준비할 것이 많아 메디컬 드라마는 겁이 났는데, 새로운 길을 걸어 매너리즘을 극복하자는 마음이 49%였고, 51%는 소지섭 씨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 예전에 지섭 씨가 ‘감독님, 언젠가 같이 해봐야죠’라고 말한 게 이뤄져 감격스럽다.”(이용석 감독)이 감독은 소지섭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소지섭은 소지섭”이라고 유쾌하게 답변했다. 이어 “지섭 씨랑은 인연이 많으니까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재회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소지섭은 20년 동안 변한 게 없다. 하나 변한 게 있다면 촬영 현장에 1등으로 오는 것이다. 제일 먼저 왔다가 제일 늦게 간다. 예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웃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임수향과 신성록, 두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너무 좋다. 임수향은 1~2부에 감정 신이 몰려 있었는데 몰입감이 좋고 눈물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나오더라. 또 신성록은 대본에 있는 오글거리거나 촌스러울 수 있는 대사를 자기 스타일대로 멋스럽게 하더라. 역시 다른 배우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로비스트 ‘제이든 리’ 역을 맡은 신성록은 소지섭과의 호흡에 대해 “소지섭 선배만 믿고 했다. 우리가 후배들이지만 편안하게 해준다. 자칫하면 어색할 법한 대사도 추가할 수 있게끔 열어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임수향은 “현장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애티튜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소)지섭 선배는 드라마 전체에 나오는 배우들을 다 신경 써주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방영되는 두 달 동안 <닥터로이어>를 안 보면 대화가 안 될 것이다. 지켜봐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