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6월 14일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 <BANGTANTV>에 업로드된 ‘찐 방탄 회식’ 영상을 통해서다. 영상에서 멤버들은 편안한 복장으로 술자리를 가지며 데뷔 9년 동안의 활동기를 돌아봤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이야기의 흐름을 바꾼 건 리더 RM이었다. 그는 그룹의 중심에서 리더로 활약해온 시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다가 개인 활동에 대해 언급했다. RM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게 없어졌다”며 “결국 나 혼자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멤버들은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슈가는 “가사를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다”면서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바쁜 스케줄과 쉼 없는 컴백으로 창작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전했다. 지민은 “개인적인 시간을 이미 갖고 있다”며 “각자 긴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라고 말하면서 멤버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던 RM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리더가 울자 멤버들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선택한 넥스트 스텝이 활동 중단이라는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렇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까지 방탄소년단의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응원과 슬픔이 혼재된 반응을 보였다”며 “솔로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은 그들의 미래 협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국 공영 매체 BBC는 “최전성기를 누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K팝을 넘어 세계 대중문화 분야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음 날 소속사 하이브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사실화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은 솔로 앨범 발매,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헙업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 챕터 2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계획”이라며 “이는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하는 팀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해체설’까지
개별 활동으로 방탄소년단의 2막이 시작될 것을 예고했으나, 하이브의 주가는 흔들렸다. 하이브의 캐시카우인 방탄소년단의 활동 중단 소식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이 활동 중단을 발표한 다음 날인 6월 15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24.87% 하락해 14만 5,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42만 1,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따른 다양한 ‘설’도 난무했다. 급기야 해체설까지 제기됐다. 단체 활동 중단을 결정한 내막이 있을 거란 추측성 글도 잇따라 게재됐다. 사태가 커지자 하이브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일축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직원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며 “앞으로의 지속적인 성장, 성숙을 위해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기로 했다”며 “팀 해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팀 해체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없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수습에 나섰다. RM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해체, 활동 중단 선언 등 자극적이고 단면적인 키워드가 참 많더라”며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각오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참 씁쓸하다”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솔직하고 싶은 용기는 역시 언제나 불필요한 오해와 화를 부르는 것 같다”며 “(우리가 느끼는) 모든 정서를 용기와 눈물로 공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럽게 언급한 개별 활동 계획이 단순히 해체설로 이어지는 데 대한 속상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국 또한 브이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만나 현 이슈를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개인 활동을 한다는 말이지 방탄소년단을 안 한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라며 “개인적인 시간을 통해 기를 모으고 오겠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는 약 1,814만 4,0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당분간 완전체 활동은 볼 수 없게 됐지만,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는 활동에 기대감이 모인다. 그 기대에 맞춰 멤버들은 개별 활동에 대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국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찰리 푸스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OST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올라 주목받은 바 있는 뮤지션이다. 또 제이홉은 7월 멤버들 가운데 최초로 솔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맏형 진의 경우 내년이면 현역 징집 대상자가 된다.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병역특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군 입대가 불가피한 상황.
방탄소년단이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계에 K-콘텐츠를 알리는 데 있어 방탄소년단의 기여도는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 남을 정도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 일본 오리콘 등 문턱이 높기로 소문이 자자한 세계 유수의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2021 그래미 어워즈> 수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일각에선 소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데뷔 10년 차까지 개인의 개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들의 아쉬움을 이제는 해소해야 할 때라는 게 팬들의 입장이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10일 새 앨범 <Proof>를 발매하면서 컴백했다. 컴백 이후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쓰는가 하면, 음악 방송 3관왕을 달성하면서 방탄소년단의 위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