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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학원가에 부는 문해력 클래스

최근 엄마들의 초관심사는 ‘문해력 학습’이다. 강남 학원가는 문해력 클래스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교육청도 문해력 수업에 몰두하고 있다. 도대체 문해력이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On May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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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무엇일까?

유정임(유) 최근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문해력과 독해력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백재훈(백) 사전적으로 보면 독해력은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죠. 주로 외국어로 된 문장을 이해할 때 우리는 ‘독해’한다고 표현하는데요, 일상적인 언어가 아닌 낯선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독해력이라고 보는 겁니다. 반면에 요즘 말하는 문해력은 모국어로 된 일상적인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가 모국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건 기본 능력 아닌가요?
조금은 의아하게 여겨질 텐데요. 누군가에게는 일반적인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 영화평론가가 쓴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한 줄 평이 논란이 된 적 있었죠.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쉽게 이해되세요? 이 말이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어요. ‘명징’이나 ‘직조’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낯선 표현이어서 영화평론가의 의도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거죠.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굳이 써야 했나, 그래서 사람들이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물론 현실에서 그런 단어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죠. 하지만 교육적인 면에서는 꼭 일상적 의사소통에 필요한 어휘와 표현만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명징’이나 ‘직조’ 같은 단어는 자주 사용하던 일상어였어요. 이렇게 앞 세대가 사용했던 문장을 후세대가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학문이나 문화가 제대로 전승되고 있는 건지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거죠. 교육의 목표란 학생들이 다양한 세대와 집단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거잖아요. 그래서 문해력을 갖추는 일이 교육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되는 거죠.

요즘 문해력이 유난히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동명(김) 사실 교육과정에서 문해력이 강조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 이렇게 문해력을 강조하느냐 하면, 현재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살펴볼까요. 학부모 세대에 비해 요즘 학생들이 접하는 문자화된 정보량이 더 많다는 건 확실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유일한 정보 획득 수단이 책이나 신문이라서 부모 세대는 읽지 않으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 학생들도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정보와 SNS로 주고받는 대화 모두 문자 형태니까 문자로 접하는 정보량이 줄지는 않았죠. 그런데 독서량은 현저히 줄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장의 양은 늘어났지만 다양성이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보는 거네요.
종이 매체를 통해 접하는 문장은 문어체의 정제된 문장들이지만, SNS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문장은 일상어로 이루어진 구어체 문장들이죠. 즉 한정된 몇 개의 어휘가 반복적으로 사용될 뿐 다양한 어휘를 접할 기회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걸친 정교한 문장을 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0여 년 전에는 입시에서 논술이 강조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독서교육을 많이 부각시켰는데 입시에서 논술이 축소되니까 독서의 필요성도 덩달아 줄었고, 그 여파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적했던 것처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을 약화시켰을 거라는 생각은 저도 일면 타당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만 해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던 학생들이 요즘은 유튜브나 틱톡을 통해 정보를 얻죠. 이제는 정보의 획득 통로가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이동하면서 문장의 이해력이 더 떨어진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디지털 매체 역시 어휘력과 문해력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데, 엔터테인먼트 쪽에 치우친 활용만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죠.
 

접하는 문자는 많지만 독서량은 줄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디지털 매체를 외면할 수도 없고 제대로 활용하는 게 참 중요하겠네요. 문해력이 수학에도 크게 연동된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혹시 ‘마름모꼴’이 뭔지 아세요? 네 변의 길이가 같은 사각형을 마름모꼴이라고 하잖아요. 수학 교과서에 마름모꼴을 설명하는 도형은 대부분 우리가 다이아몬드꼴이라고 부르는 모양의 도형이 예로 나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도형의 이름이 마름모꼴이라고 정해졌을까요? ‘꼴’이라는 말은 도형을 의미하니까 붙었을 것이고, ‘모’라는 말은 모양을 뜻하니까 ‘마름 모양’의 도형이라는 의미를 가진 거겠죠. 그럼 ‘마름’은 뭘까요? 거기에 대한 답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갑자기 궁금해졌던 적이 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하니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꽤 긴 시간을 투자한 뒤에 그 뜻을 알아냈습니다. ‘마름’은 연못에서 자라는 식물의 이름이었어요. 물 위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식물인데 그 잎의 모양이 다이아몬드처럼 생겼어요. 그래서 ‘마름의 잎처럼 생긴 도형’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이런 과정은 배우지 않고 마름모꼴의 개념을 그냥 외우기만 하는 거죠. 결국 수업의 내용은 겉돌 수밖에 없겠네요.
제가 마름모꼴을 예로 든 이유는 결국 수학이 수와 연산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수, 분수, 집합, 미분, 무리수, 유리수 등등 수많은 수학의 개념이 이렇게 용어부터 이해가 필요한 학문이라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수학 문제 자체가 문장의 형태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생활 속에서 수학적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능력을 보기 위해 이런 문제들이 출제되는 거죠. 그런데 그 문제의 출제 의도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연산 능력이 뛰어나도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겠지요. 수식은 숫자와 기호로 만들어진 ‘문장’이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게 문해력의 변형인 거죠.

그렇다면 문해력을 공부하기 위해 적당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문해력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이죠. 학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면 학습 자체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공부에 흥미를 붙일 수 없으니까요. 초등학교에서야 어찌어찌 통으로 외워 해결한다고 해도 중고등학교에 가면 문해력 없이 문제를 풀어내기는 힘듭니다. 문해력의 기초는 문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문학작품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장편소설을 읽으면 작가의 일관된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고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선 교과서에서 다루는 주제의 원천이 되는 고전 독서를 통해 고차원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죠. 공부로 본다면 문해력 공부는 학습의 첫 단추가 되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휘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자 세대가 아닌 요즘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의 어휘가 낯선 외국어 같을 때가 많죠.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저 음악이 나의 흉금을 울린다’. ‘흉(胸)’은 ‘가슴 흉’ 자로 같은 글자입니다. 하지만 앞 문장에서 사용된 ‘금(襟)’은 ‘옷깃 금’ 자예요. 옷깃을 풀어헤치고 솔직히 터놓고 얘기한다는 뜻입니다. 뒤의 ‘금(琴)’은 ‘거문고 금’ 자예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악기를 울린다는 뜻이니까 음악이 나를 감동시킨다는 거죠. 발음이 같더라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문장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겠지요. ‘이자겸의 난’과 ‘흥선대원군의 난’이라는 어휘를 교과서에서 보게 되는데, 앞의 난이 ‘반란’을 의미하며 뒤의 난이 ‘난초’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교과서를 이해하기에 얼마나 수월하겠습니까? 어휘의 구성이 한자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만 이해해도 문해력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린아이가 처음 한글을 익히면 길거리의 모든 간판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간판에 있는 글자들이 그림으로 보이지만, 한글을 이해하는 순간 문자와 정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모든 글자가 교과서가 되는 셈이죠. 문장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이해하는 문해력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체력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최근 입시 경향도 국어 능력 측정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요. 수능에서 가장 큰 변별력을 갖는 과목이 국어인데요. 그중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독서’ 영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해력을 다지는 건 단순히 국어 점수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학습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멀리 보면 정보화 사회를 살아갈 능력을 갖추는 준비 과정이니까 매우 중요하다고 봐야겠지요.

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교육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전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PD
전 (재)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5월호
2022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