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나는 특히나 엄마가 차려준 밥을 좋아한다. 한 가지 반찬만으로도 뚝딱 사흘 굶은 사람처럼 잘 먹는다.
오랫동안 타지에 나와 살고 있다. 무엇을 위해 그리 살았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다. 딱히 그래야 했던 이유도 없다. 그리하여 성공했느냐 재차 물으신다면 ‘또르르’다. 어쩌다 보니 집밥이 그리운 삶을 살고 있다. 또 어쩌다 보니 하루 한 끼는 샐러드 따위를 먹는 라이프가 됐고, 나머지 한 끼는 그럴듯한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먹는 라이프가 됐다. 싱글로 사는 서울살이는 그렇다.
간혹 부모님을 뵈러 간다. 대충 손을 씻고 “밥 내 놔” 하는 식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 엄마가 비몽사몽이라면, 부엌을 쓱 훑어보고 메인 메뉴를 하나 찍어 집중 공략한다. 그 순간 그 맛이 참 좋다.
나는 주로 예고 없이 부모님 댁에 간다. 내 집인데 뭘 또 거창하게 예고까지 하나 싶다. 덧붙이자면 미리 예고했을 땐 메뉴가 뻔하다. ‘고향 반찬’이라 불리는 3대 메뉴(고기, 잡채 그리고 자식이 평소 좋아하던 것)가 조신하게 날 기다리고 있다. 번거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도 그날 부모님이 드셨던 반찬을 먹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어쩜 그렇게 메뉴가 신박한지 모르겠다. ‘오늘은 뭘 해드셨으려나?’ 아부지는 여전히 반찬 투정을 하는 모양이다. 엄마한테는 죄송하지만 덕분에 신메뉴는 늘 있다. 그렇게 집밥을 먹을 때면 부모님의 하루가 그려진다. 하루를 함께 보낸 기분이 든다. 일상의 반찬이 주는 소박함이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다이어트한답시고 잘 먹지 않는 내가 오물오물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동안 엄마는 늘 내 옆에 앉아 계신다. “이 나물은 안 짜니?” “옆집 아줌마가 시골에서 짜 온 참기름으로 버무린 거다.” “니네 아빠는 이거 안 드시더라. 아직 반찬 투정을 한다.” “요건 참 맛있지 않니?” “이건 시장에서 3,000원에 사서 냉동실에 얼려놨는데…(어쩌고저쩌고).” 반찬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다. 나는 그 맛이 참 좋다.
엄마는 당신 스스로 고등어조림에 부심이 있다. 인정한다. 각종 나물무침에도 부심이 있다. 이것도 인정이다. 명절이 되면 나물무침에 장인 정신을 발휘하시며 자꾸 맛을 보라신다. 맛있다니까 맛있나 보다 했는데, 나이가 드니 그 나물의 참맛을 알겠더라. 맛있고도 맛있다. 다양한 찌개에도 부심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맛보다도 메뉴 선택이 더 신박하다. 재첩국, 콩비지찌개, 소고깃국, 추어탕, 만둣국, 미역국, 청국장, 짜글이찌개를 비롯해 정체불명의 국과 냉장고에 있던 것을 마구 섞은 ‘섞어찌개’도 등장한다. 섞어찌개에선 생선의 뼈가 나오기도 하고, 나물이 나오기도 하고, 간혹 부침개도 나온다.
아, 엄마밥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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