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자세가 어깨 통증을 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이 굽어 있고 양쪽 어깨가 앞쪽으로 둥글게 말려 있으면 각종 어깨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해 관절막을 늘리는 연습을 하는 게 어깨 건강에 좋고,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앉고, 서고, 걸을 때 등과 양쪽 어깨를 펴고 턱을 당기며 허리를 곧추세워 바른 자세를 생활화해야 한다. 또 아무리 좋은 자세라고 해도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있는 것은 삼간다. 중간에 적절한 휴식과 1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어깨·목·등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잘 때는 낮은 베개를 사용하고 반듯이 누워 자는 습관을 들인다.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는 어깨관절을 압박하므로 좋지 않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것도 어깨·척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영,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운동이나 장시간 운전으로 어깨를 많이 사용했다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온찜질을 하면 좋다. 운동 후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운동을 멈추고 어깨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다. 무거운 역기나 아령, 평행봉, 철봉 같은 어깨에 부담이 많은 운동,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가는 테니스, 수영 등은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피한다. 만약 테니스를 해야 한다면 서브나 스매시 동작은 피하고, 수영은 평형 정도만 한다.
어깨 건강의 실세는 근육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5대 영양소로 불리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 비타민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어깨관절을 움직이는 실세는 뼈가 아닌 근육이기 때문이다. 근육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꾸준한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또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고 관절 연골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칼륨이 풍부한 식품(미역, 김, 다시마)을 함께 섭취하면 뼈 건강에 치명적인 나트륨을 배출하고 칼슘의 재흡수를 돕기 때문에 뼈와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 관절 건강에 도가니탕, 족발이 좋다고들 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햇빛을 쬐어 비타민 D를 보충하는 것도 좋다. 담배와 술, 커피는 피한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뼛속 칼슘을 밖으로 배출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며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고, 적절한 운동으로 근력을 키워 관절 운동범위를 유지하고, 어깨관절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을 갖는 것. 우리가 어깨 건강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노력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앉을 땐 이렇게!
앉는 자세 체크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넣은 다음 허리를 곧추세워 정상적인 허리의 C자 곡선이 만들어지도록 앉는다. 무릎과 발목은 각각 직각이 되도록 하고, 무릎과 발이 너무 벌어지거나 모아지지 않도록 앉는다. 다리를 꼬고 앉지 않는다.
컴퓨터도 바른 자세
엉덩이를 의자에 깊숙이 넣고 허리를 의자 등받이에 붙인 뒤, 의자 높이를 조절해 모니터 상단을 눈높이로 맞춘다. 그러면 시선을 5~10도 아래로 향하면 눈을 치켜뜨지 않고 자연스럽게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렸을 때 손목과 팔꿈치가 수평이 되도록 작은 받침대를 손목 아래에 두면 좋다.
책을 읽을 때는 독서대 이용
책상 위에 펼쳐놓은 책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이때 머리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목덜미와 어깨 근육에 부담을 주게 된다. 독서대를 이용해 책을 45도로 세우면 목과 어깨에 부담이 덜 간다.
가방은 양쪽 어깨에 멘다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면 가방을 멘 어깨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근육이 긴장해 비틀리기 시작한다. 가급적 양쪽 어깨로 가방을 메고, 가방끈 길이도 최대한 짧게 해서 가방이 등에 붙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 인터뷰
오십견은 오랜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박성진 재활의학과 전문의(연세재활의학과의원 원장)는 치료를 미룰수록 회복이 늦어진다고 강조한다.
박성진 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남아 치료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기에 전문가를 찾아가면 그만큼 통증과 치료 기간을 줄여 수월하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어떤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오나요?
예전에는 주로 나이 든 분들이 특별한 외상이나 질환 없이 발생하는 오십견으로 많이 오셨는데, 요즘은 회전근개 파열 등 어깨 질환 수술 후 골절이 되거나 유방암 수술 후 어깨가 굳은 경우와 같이 원인이 있는 2차성 오십견으로 오는 분이 많습니다. 또 남성 환자가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잘 못하다 보니 홈트레이닝을 무리하게 하다가 어깨가 손상돼 생긴 2차성 오십견으로 오는 분이 많습니다.
오십견은 저절로 낫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나이 들어 생기는 어깨 질환이라는 생각 때문인데, 저절로 낫지 않는 환자도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운동범위에 장애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물론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절로 낫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2년 동안 어깨 통증을 견디는 것 자체도 힘들고, 혹여나 증상이 완화되지 않고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어진다면 더 큰 문제입니다.
단순 노화 증상 아냐… 빠른 치료가 삶의 질 높일 수 있다.
은 사람이 어깨가 아프면 오십견을 떠올립니다. 오십견과 혼동하기 쉬운 질환이 있나요?
석회성건염과 회전근개 파열이 대표적입니다. 오십견은 작은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은 괜찮은데 일정 범위 이상 팔이 꺾이거나 젖혀지면 통증이 엄청 심합니다. 석회성건염의 경우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필처럼 딱딱한 석회 상태일 때는 견딜 만한 묵직한 통증이 있습니다. 화산에 비유하자면 휴화산과 비슷합니다. 그러다가 이 석회가 녹아 치약처럼 물렁해지면 극심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마치 활화산이라고 표현할 정도죠. 회전근개 파열은 근력이 떨어집니다. 팔에 힘이 없으니 혼자서 팔을 들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주면 머리 위까지 팔이 올라갑니다.
통증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도 다를 것 같습니다.
오십견은 1단계 결빙기, 2단계 냉동기, 3단계 해동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결빙기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어깨가 아프지만, 운동범위 제한은 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때는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줄이는 치료에 주력합니다. 냉동기는 통증은 좀 줄어들지만 운동범위 제한이 심해 팔을 잘 움직이지 못합니다. 재활운동치료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해동기는 통증과 운동범위 제한이 풀리기 시작하는 시기로 마무리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대개 결빙기와 냉동기에 병원을 찾게 되므로 이때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법 중 스테로이드 주사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건가요?
경우에 따라서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효과적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주의해서 써야 합니다. 간혹 환자 중에 어깨, 허리 등 몸 곳곳에서 통증을 느껴 여러 병원을 찾아가 진료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다른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면,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몇 번 맞았는지 정확하게 의사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스테로이드 주사의 남용을 막으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데, 오십견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간접적인 영향은 분명 있습니다. 일단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 자세가 무너집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작다 보니 등이 구부정해지고 목은 자라목이 된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죠. 스마트폰을 보면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데,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어깨가 긴장되고 경직돼 2차성 오십견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소에 등과 어깨를 펴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십견, 삼십견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연령대에 따라 어떤 어깨 질환이 발병하는지 궁금합니다.
20~30대는 왕성한 스포츠 활동으로 외상이 많습니다. 어깨관절 빠짐, 관절 불안정성, 관절와순(연골) 파열 등이 나타납니다. 40~50대는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면서 오십견, 석회성건염, 회전근개 부분 파열이 많이 생깁니다. 60대 이상은 근력 감소와 퇴행성 변화가 심해지면서 회전근개 완전 파열, 관절염이 많이 나타납니다. 오십견은 5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30~40대, 70~80대에서도 발병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어깨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무리한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면서 젊은 층의 오십견 발병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환과 병원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어떤 병원과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의료진과 충분한 소통과 상담을 통해 진단 후, 치료 계획과 세밀한 향후 관리가 가능한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 어깨 진료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오십견은 환자 본인이 주체가 돼 직접 하는 재활운동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깨 통증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어깨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분들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평균 8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어깨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어깨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에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어깨 통증 해결의 첫 단추입니다. 특히 오십견은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가 잘되면 그만큼 통증도 줄이고 치료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FACT CHECK 5
△ 어깨가 아플 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맞으면 통증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일명 뼈주사라고 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적절한 기간을 두고 안전하게 맞으면 위험하지 않다. 주치의와 소통한 후 주사 여부를 결정하고, 맞아야 한다면 어느 부위에 얼마의 용량을 맞는지 알고 맞아야 한다. 물론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스테로이드 주사는 한 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한다?
스테로이드는 중독되는 약은 아니다. 처음 한 번 맞을 때 효과가 좋다 보니 아플 때마다 맞게 되고, 자주 맞다 보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 자주 맞아야 해서 생긴 오해다. 가능한 한 적게, 필요한 만큼만 맞으면 된다. 장기간 아플 때마다 맞으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까?
2~3년 내에 저절로 낫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십견은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고 운동범위에 장애가 올 수 있다. 통증이 심해 삶의 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 아플 때는 운동하지 말아야 할까?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신체에 큰 문제가 없다면 치료를 위한 재활 운동을 해도 된다. 다만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 오십견도 재발할까?
1차성 오십견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2차성 오십견은 재발 가능성이 크다. 1차성 오십견으로 고생했다가 어깨를 다치거나 골절, 당뇨병의 원인 등으로 2차성 오십견이 오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