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다. 숨기려고 해도 눈빛에서 감정을 들켜버리는 경우가 많다. 알렉스 프레거의 대규모 기획전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는 사람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 사진전이다. 인물의 표정, 특히 작품 속 수많은 눈빛은 무한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전은 그 명성답게 전시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알렉스 프레거는 지난 2001년 장 폴 게티 미술관에서 열린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턴의 전시를 보고 영감을 받아 사진에 입문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낭만과 그만의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작품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알렉스 프레거의 작품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 건 할리우드 영화배우였던 할머니의 친구다. 할머니의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1950~1960년대 촬영용 의상과 가발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보고 느꼈던 바를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사진은 당대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케 하는 패션, 그리고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장 입구부터 마지막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까지 작가의 작품관이 묻어나는 화려한 색채로 꾸며졌다.
이번 기획전에는 알렉스 프레거의 초기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총 100여 점이 전시됐다. 작가가 제작한 영화도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동선은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 순으로 이어진다. 당대 작가가 집중하고 있는 감정과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띈 건 작가의 과감한 구도 설정이다. 전능한 존재가 돼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 바닥에서 인물을 비춰 거대하게 보이게 만드는 구도는 강렬함을 선사한다.
가장 오랜 시간 발길을 멈춰 세운 작품은 ‘컴펄전(compulsion, 2012)’이다. 이는 작가가 연출한 재난 상황 옆으로 이를 지켜보는 눈이 함께 전시된 작품이다. 실시간으로 뉴스에 반영되는 각종 재난과 사건을 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조명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사람, 불타는 집, 교통사고 등 불안하고 긴장되는 장면과 함께 각기 상황을 바라보는 눈빛의 조화가 묘하게 다가왔다. 자극적인 사건을 관음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시 후반부에 만날 수 있는 작가의 연출작인 영화 <라 그랑드 소르티>. 무대 공포증과 마주하는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크린 속 발레리나의 불안한 눈빛과 표정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안겨준다. 한편 롯데뮤지엄이 주관하는 이번 사진전은 오는 6월 6일까지 서울 송파구 소재 롯데타워 7층에서 열린다.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
기간 ~2022년 6월 6일
장소 롯데월드타워 7층
관람료 성인 1만5천원
문의 1544-7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