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윤식(75)과 전 연인인 지상파 방송사 K기자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K씨는 백윤식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혐의로 고소했으며, 백윤식은 무고죄로 맞섰다. 이번 갈등은 지난 2월 28일 불거졌다. K씨가 백윤식과의 일화를 담은 에세이 <알코올 생존자> 출간 소식을 전하면서다. 이와 함께 K씨는 2013년 백윤식과 결별 당시, 그와 있었던 일련의 일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백윤식 측은 즉각 반박했다. 소속사 판타지오는 “명백히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K기자의 글이 왜곡, 확대돼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 법에 위반되는 사안이 발견될 경우,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9년 전, 두 사람의 결별 과정은 말 그대로 ‘잡음의 연속’이었다. 서로를 겨냥한 폭로는 물론 진실 공방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K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백윤식 관련 이야기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결국 백윤식은 K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합의를 거쳐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백윤식과 K씨의 진실공방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연애부터 결별까지 소란스러웠던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30세 나이 차 극복한 연애
백윤식과 K씨의 열애설은 2013년 9월에 한 매체 보도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데이트 사진은 삽시간에 온라인 등지에 확산됐다. 백윤식의 소속사는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이를 통해 백윤식이 이혼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열애 인정 당시 두 사람은 30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1년 6개월째 사랑을 키워오고 있었다. 백윤식의 열애는 세간의 화제였다.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이자 중년미를 자랑하는 백윤식의 새로운 사랑에 이목이 집중됐다. 또 백윤식의 두 아들인 백도빈, 백서빈을 비롯해 며느리 정시아는 얼굴이 알려진 배우다. 대중의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백윤식의 가족들은 그의 사생활을 언급하는 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다만 지인들의 멘트를 통해 ‘가족들이 백윤식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세기의 사랑은 한순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돌변했다. 두 사람이 열애 사실을 인정한 지 3주 만에 결별 소식을 전하면서다. 당시 K씨는 “백윤식의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면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두 사람이 결별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기자회견 당일, K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이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K씨는 알려진 바와 달리 백윤식의 가족들이 자신을 연인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아들 백도빈과 백서빈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백윤식에게 교제한 지 20년 된 또 다른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백윤식과 소속사의 압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윤식 측은 반발했다. 백윤식에게 다른 연인이 있다는 주장은 허위이며, 두 사람 간 신뢰가 무너지게 된 원인은 오히려 K씨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백도빈과 백서빈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두 사람은 법무법인을 통해 “K씨가 2013년 9월 24일, 만취한 상태로 백윤식의 집에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며 “비상식적인 행동에 화가 나 집에서 돌아가도록 권유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의 실랑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창 진실 공방이 이어지던 2013년 11월, 백윤식 측은 K씨에 대해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백윤식 측은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K씨가 백윤식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고, 백윤식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이유였다.
“출산 계획도 세웠다” 전 연인 에세이 파문
“66세 남자 배우와 36세 여기자의 사랑. 서른 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남녀는 사랑에 빠졌고 세간의 화제가 됐다. ‘사랑하면 동갑이다.’ 그게 그때 내 생각이었다.” 3월에 출간된 K씨의 에세이 <알코올 생존자>의 소개 글이다. K씨는 백윤식과의 연애부터 결별 과정, 관련 소송전을 이어가면서 알코올 병동에 입원하게 된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K씨는 방송기자 3년 차 당시 영화 <싸움의 기술>(2006)을 보고 백윤식에게 반했다고 고백한다. 영화를 보면서 직장 상사와 싸워서 이기는 상상을 했고, 극중 백윤식에게 싸움을 배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애정과 관심으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백윤식과 교제할 때는 결혼을 결심, 임신 계획까지 세웠다고 주장했다. K씨는 “나는 T(책 속 백윤식 호칭)와 결혼에 앞서 먼저 임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T에게 임신이 실현돼야만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임신과 육아가 남녀가 결혼을 하는 주요 이유라고 생각한다. (중략) 아이를 낳지 않을 바엔 그냥 연애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평생 연애주의자’”라고 썼다.
K씨는 백윤식과의 결별 과정에서 느꼈던 심리적 압박, 소송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심신이 미약해졌던 일화도 담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K씨는 백윤식과의 갈등을 이어가던 중 돌연 응급실에 실려간 바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면제 과다 복용’이 원인이었다. K씨는 책을 통해 심리적인 불안정으로 인해 한동안 알코올에 의존했다고 전하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K씨는 “그때의 나는 술이 없었다면 살 수가 없었다. (중략) 멀쩡한 정신이 아니라 술이라도 마시고 취해 있어야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세계가 악마의 유혹이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유혹에 기꺼이 영혼을 맡겼다”고 했다.
책 출간에 앞서 K씨는 누군가를 겨냥하거나 원망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단지 사랑하고 괴로워하면서 알코올에 빠졌다가 생존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책 속에 다소 노골적인 표현과 일화가 담긴 만큼 백윤식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백윤식 측은 정면 대응으로 응수했다. 종합하자면 K씨가 과거 백윤식과 갈등을 끝맺으면서 했던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타지오는 “(2013년) 당시 K기자는 백윤식 측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주는 조건으로 더 이상 백윤식과의 일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K기자는 직접 서명까지 한 합의를 위반하고 백윤식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출간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알코올 생존자>는 대중의 관심 속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출간된 책의 초판이 완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