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우식(33세)이 올겨울 ‘신로코 프린스’로 등극했다. SBS 월화극 <그 해 우리는>은 헤어진 연인이 고등학교 시절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인기로 강제 소환되면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첫사랑 역주행 로맨스다. 상대역은 김다미다.
극 중 최우식은 최고의 인기와 성공을 이룬 건물 일러스트레이터 ‘최웅’ 역을 맡았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마땅한 꿈도 없이 자신을 감추며 살아가는 것에 익숙했던 인물이다. 그런 자신과 달리 매일매일이 치열한 ‘국연수’(김다미 분)를 만나면서 다양한 감정과 마주한다.
그는 안방극장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열일 중이다. 조진웅과 함께 출연한 영화 <경관의 피>에서 신념으로 똘똘 뭉친 강인한 경찰로 변신해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날카롭고 강렬한 얼굴을 선보이며 당당한 투톱 주연으로 안착했다.
<그 해 우리는>의 기자간담회와 <경관의 피>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를 통해 최우식을 만났다.
반전 매력 지닌 최웅 역할, 나와 비슷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 해 우리는>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작품을 볼 때 이 역할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많이 본다. 처음 감독님, 작가님을 만났을 때 두 분의 성격과 에너지가 캐릭터 곳곳에 묻어 있었다. 캐릭터들끼리 같이 호흡하면 좋은 시너지도 많이 나올 것 같아 하게 됐다. 캐릭터가 전부 가지각색의 매력을 지닌 점도 좋았다.
‘최웅’은 어떤 캐릭터인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건물 일러스트레이터다. 욕심이 없고 그늘에 누워 책을 보는 아이다. 공부보다는 독서를 더 좋아하고, 소확행을 하는 욕심 없는 캐릭터다. 최웅은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가도 어떨 때는 날카로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2가지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항상 개구쟁이는 아니고 차갑고 진지할 때가 있어 반전 매력이 있다. 그런 부분은 실제 나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최웅의 매력은?
솔직함. 하고 싶은 일에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솔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다. 조용한 성격 속에서 가끔 엿보이는 엉뚱함,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잘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역 김다미와 영화 <마녀>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재회한 소감은 어떤가?
그때는 우리가 대사보다 액션이 많았고, 서로 다른 감정의 연기를 했다. 현장에서 다시 만난 게 3년 만인데도 계속 같이 연기했던 것처럼 호흡이 좋았다. 촬영 내내 웅이와 연수로 만나 지냈던 것 같았다. 가끔 대본과는 다른 감정으로 가도 바로 따라와주고 연기하면서도 그냥 연수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이런 현장의 경험이 적어서 김다미 배우에게 편하게 물어보고 의지를 많이 했다.
고등학생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마음가짐이 달랐다. 현장에 갈 때 고등학생의 마음으로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난 고등학생’이라고 되새겼다. 다행히 다들 교복이 잘 어울려서 나 스스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 점이 용기를 줬던 것 같다.
시청 포인트도 말해달라.
사계절의 냄새가 뚜렷한 드라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누군가와 함께했던 추억을 시청자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진웅과 함께 출연한 영화 <경관의 피>가 개봉했다.
내 나이 또래 남자 배우면 조진웅 선배님과 같이 영화를 하고 싶은 게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설레기도 하고, 또 영광이기도 했다. 든든하게 옆에서 긴장도 잘 풀어줘 감사했다. 덧붙이자면 강한 액션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이 작품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영화 <기생충> 이후 첫 영화다. 부담은 없었나?
엄청난 부담이 있었다. <기생충> 식구 모두가 그랬을 거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일에 대한 욕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사실 부담이 컸지만 촬영 과정이 행복할 것 같아서 선택한 작품이 <경관의 피>다.
2021년을 돌이켜보면 예능,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최우식에게 어떤 의미의 해였나?
배우로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과정이 즐거운 걸 많이 찾아 헤맸다. 예능도 과정이 즐거울 거 같아서 도전해본 것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만 생각하고 모든 선택을 했다. 그래서 모든 작품을 행복하게 찍었다. 2021년은 행복한 해였다.
일상에서 나름의 루틴이나 신념 같은 게 있나?
소확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행복을 따라가고 싶다. 일에 빠져 있고 또 바쁘지만 그럼에도 행복은 중요하지 않나.
그 소확행이 뭔가?
원래는 여행이었는데, 요즘은 집 밖을 안 나가는 게 소확행이다.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여름엔 시원한 집에 있어서 좋고, 겨울엔 따뜻한 집에 있어서 좋다. 요즘 간혹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드라이브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책도 읽어보려고 하는데 혼자 있으면서 할 게 없어도 책에 손이 안 가더라.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영화 <짝패>로 데뷔한 이후 10년이 지났다.
이제야 그림을 좀 크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같다. 예전에는 꼭 엉덩이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욕심과 조바심이 컸다.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에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내가 그릇이 작은 건지, 생각이 짧은 건지 혹은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과정을 즐기지 못했다. 이제야 현장을 즐긴다. 즐겨야 더 좋은 연기가 나오더라. 그래서 요즘 연기가 재미있다. 그전에도 너무 재미있었지만 또 다른 재미다.
이제 30대가 됐고, 연기대상에서 상도 받았다. 차근차근 성장 중인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신기하다. 나도 물론 지칠 때가 있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도 그 10년이 좋은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힘들 때는 정글에 있는 기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래서 누군가가 ‘천천히 성장하는 배우’라고 날 소개할 때 너무 좋다. 천천히 이렇게 쭉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