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지막 숙제> 출연으로 복귀 시동
엄태웅의 근황이 공개됐다. 아내이자 발레리나 출신 방송인 윤혜진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윤혜진은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가족과 외식했다고 밝히며 엄태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엄태웅과 윤혜진은 머리를 맞대고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엄태웅은 마스크에 가려졌지만 변하지 않은 외모를 자랑했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게재된 것은 5년 만이었다. 지난 2016년 성매매 사건 이후 엄태웅은 활동을 중지했기 때문. 당시 한 유흥업소의 종업원 A씨가 엄태웅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엄태웅은 즉각 무고를 주장했다.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빠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던 그였기에 파장은 거셌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고, 엄태웅은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매매 혐의를 적용받아 벌금 1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엄태웅을 고소한 A씨는 무고와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엄태웅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가족과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 오랫동안 머물다 돌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소속사를 통해 ‘제1회 장편 상업영화 공모전’ 당선작인 영화 <마지막 숙제> 출연을 알렸다. 앞서 엄태웅은 성폭행 혐의를 벗은지 1년이 지나기 전에 영화 <포크레인>(2017)을 통해 복귀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론은 냉담했다. 엄태웅 역시 자신을 향한 여론을 인식하고 영화와 관련된 모든 행사에 불참했다. 또 2020년 9월 인스타그램에 딸 지온 양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후 복귀설이 피어오르자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를 통해 부인한 바 있다. 소속사 측은 “SNS 게시물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개인적으로 그냥 올린 것 같다. 연예계 복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연예계 복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엄태웅은 영화 <마지막 숙제> 출연 제의를 받고 망설였지만 제작진의 적극적인 제안과 윤혜진의 지지에 힘입어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병원 블로그에 트레이드마크였던 짧은 머리 대신 긴머리를 하고 환자복을 입은 채 촬영 중인 엄태웅의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복귀에 나선 엄태웅을 바라보는 여론은 양갈래로 나뉜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비난 여론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시선은 싸늘하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성매매 사건의 당사자였던 만큼 앞으로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순정적인 남자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지만 로맨스 장르에 그를 캐스팅하려는 제작진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혜진, 엄태웅 복귀 적극 지지
논란에도 엄태웅이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은 아내 윤혜진이었다. 그녀는 유튜브를 통해 엄태웅 관련 질문을 받자 “그때 내 속은 속이 아니었지만 보기 좋든 싫든 가족 셋이 붙어 지냈다. 또 내가 이제 가장이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살아온 걸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옆에서 보기에 남편은 충분히 자숙한 것 같다. 그래서 와이프가 용서했고 그것이면 됐으니까 (타인이) 남의 일에 이렇다 할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엄태웅의 복귀를 응원하는 아내 윤혜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그 이후 윤혜진의 노력은 계속됐다. 전문 방송인이 아니었던 그녀가 JTBC 예능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해방타운>(이하 <해방타운>)에 출연을 결심한 것. 엄마나 아내의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며칠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내용의 프로그램에서 그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출연하는 가수 장윤정·백지영 등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발레리나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윤혜진의 예능 출연은 엄태웅의 복귀에 대한 불편함을 무디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그뿐만 아니다. 윤혜진은 유튜브 채널 <윤혜진의 What see TV>를 통해 세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공개된 영상에서 가족과 함께 2021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윤혜진은 “(엄태웅이) 너무 집에만 있으니 딸이 일 좀 하라고 한다”며 엄태웅의 복귀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고 남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마련했다. 엄태웅은 “2021년은 작년보다 내 마음이나 여보 마음이나 더 좋아졌다. 내년엔 여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윤혜진은 “올해 2월 남편에게 영화 (출연을 제의하는) 시나리오가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남편의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2개월 뒤에 나에게 JTBC <해방타운> 캐스팅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에는 TV 출연이 두려워 고사했지만 (제작진이)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혜진의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에는 엄태웅의 복귀를 축하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엄태웅 배우의 연기가 그리웠다”, “두 분 모두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서 다행이다” 등으로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중이다. 이에 윤혜진은 ‘좋아요’를 누르며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엄태웅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존재한다. 일부 누리꾼은 “아내가 용서한 것은 개인사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방송에서 보고 싶지 않다”, “영화에 몰입되지 않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제 바통은 엄태웅에게 넘어갔다. 한번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가 사생활 논란이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가 대중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는 방법은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 ‘대체 불가 배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