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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희망의 이름

최승자의 산문집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1989년에 펴낸 책이 다시 나오는 것이라는 데도 그랬다.

On January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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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는 보기 드물게 대중적 인기를 누린 현대 시인이었으나, 그의 시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대부분의 베스트셀러와 달랐다. 위안과도 치유와도 거리가 무척 먼 어둡고 아픈 시들. 사람들은 그의 어둠에 은밀하게 열광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놀랍게도 그의 시는 어둠에 절대 패배하지 않았다. 평론가 황현산은 말했다. “최승자가 어디에 있건 그는 이기는 자이다. 그는 한 번도 항복한 적이 없다.” 그는 스스로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언제나 확실한 절망을 택했다”고 말했다는 것을 돌이켜본다면, 그의 ‘승리’가 왜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위안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52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난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27살에 계간 <문학과 지성>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뒤 시집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 <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 <연인들> <쓸쓸해서 머나먼> <물 위에 씌어진> <빈 배처럼 텅 비어>, 번역서 <자살의 연구> <침묵의 세계> <혼자 산다는 것>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등을 냈다. 산문집으로는 1989년에 펴낸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와 미국에서 머물던 시절의 단상을 쓴 <어떤 나무들은>이 있다.

32년 만에 다시 펴낸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에는 처음 출간한 이후의 삶을 덧붙였다. 원래 3부로 엮었던 산문집에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쓴 산문을 더했다. 그 글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신비주의 공부에 매혹됐다가 환청을 동반한 조현병에 걸려 정신과 병동을 오가며 살게 됐는지 말해준다. 점성술, 카발라, 타로를 거쳐 노자와 장자에 심취했다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번뜩이는 통찰을 얻는 과정과 철저하게 피폐해지는 과정을 동시에 거쳤다. “정신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것은 한 5년. 퇴원하여 두세 달 후에 보면 약을 안 먹고 밥도 안 먹고 있는 꼴을 보게 된다. 그럴 때 외숙이 오시면 한번 휘둘러보고 일견에 상황을 눈치채고 강제로 입원시킨다. 다시 입원하면 두세 달 후엔 좀 볼만한 얼굴이 되어 퇴원해 나온다. 이 짓을 최근 몇 년간 되풀이하고 있다. 어린아이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죽음과 아주 가까이에서 “죽음만이 죽음이 아니라 절망, 고통, 아픔, 기타 등등, 행복의 감정이 아닌 것들은 모두가 죽음이지”라며 끈질기게 죽음을 노래해온 그는 죽음의 근원으로 공포를 헤집어 꺼내고 자신의 시를 ‘가위눌림’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고, 가위눌림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죽음은 물이 사막을 건너며 정제되는 과정이고, 가위눌림은 포기를 통해 이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 때문일까? 그의 글을 읽으면 이상하게도 희망을 품게 된다. 막연히 위안이 되는 희망이 아니라 바닥을 쳐야 얻게 되는 다이아몬드 같은 희망이다. 젊은 그가 절망에게 목소리를 주었다면, 지금의 그는 앙상하지만 빛나는 희망을 들어 보여준다. 그는 개정판 시인의 말에서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자니 웃음이 쿡 난다. 웃을 일인가. 그만 쓰자 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부터 쏟아져 나올 그의 시가 기다려진다.

 

 안정이 필요한 당신에게 

  •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명상과 마음 챙김 전문가인 앤디 퍼디컴이 전수하는 명상법. 할리우드 배우 엠마 왓슨과 세계적인 사업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추천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책이다. 저자가 승려가 된 뒤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총 10가지의 명상법을 담았으며, 재치 있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흥미롭기까지 하다. 앤디 퍼디컴, 스노우폭스북스, 1만6천5백원

  • <행복 시크릿>

    감정 중 하나라고 여겼던 행복이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면 어떨까? 행복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총 56가지 마음 훈련법을 소개한다. 일상적인 사례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설명한다. 일상에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는지부터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 행복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류창장, 리드리드출판, 1만5천8백원

  • <미안하지만 스트레스가 아니라 겁이 난 겁니다>

    긴장이 연속되는 삶에서 걱정과 불안을 지워낼 수 있는 방법이 담긴 책. 흔히 스트레스라고 착각했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세세하게 짚는다. 파워 요가 창시자 브라이언 케스트에게 명상 호흡 훈련을 배운 최초의 독일인인 저자는 두려움을 비롯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인정해야 비로소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베아타 코리오트, 스노우폭스북스, 1만5천원

  • <성숙한 어른이 갖춰야 할 좋은 심리 습관>

    살짝 손만 대도 무너지는 ‘유리 멘탈’ 소유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담겼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나로 거듭나는 데 있어 알아두면 좋을 33가지 심리 습관을 소개한다. 일상에 쫓기며 동반자(?)로 살아가는 조급함과 이별하는 방법,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내려놓기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례로 구성해 이해를 도왔다. 류쉬안, 다연, 1만5천원

CREDIT INFO
박사(북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네이버책
2022년 01월호
2022년 01월호
박사(북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네이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