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높은 주목도를 자랑하는 전시 <올해의 작가상 2021>. 그 명성대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해온 <올해의 작가상>은 미학적·사회적 이슈를 풀어내는 역량 있는 시각예술가 4명을 후원 작가로 선정해 신작 제작 지원과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1명을 수상 작가로 선정한다. 2021년에는 각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재난에 대해 해석하고 이로 인해 변화하게 된 태도를 주제로 김상진, 오민, 방정아, 최찬숙 등 작가 4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조각, 설치, 회화, 영상 등 각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게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김상진은 영상, 설치, 조각 등 매체를 다채롭게 오가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셜 미디어, 가상화폐, 메타버스 등 가상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 전체를 압도하는 영상, 사운드, 조명 등 설치 작업은 마치 다른 세계에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관람객 사이에서 특별한 전시 경험을 선사한다는 평이 따른다. 오민은 퍼포먼스와 사운드가 돋보이는 작품 ‘헤테로포니(하나의 선율을 여러 사람이 함께 연주할 때 기존의 선율과 다른 선율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뜻하는 음악 용어)’를 선보인다. 전시 이름에 걸맞게 5개의 화면과 입체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설치 작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집중하게 만드는 사운드와 빛, 화면 속 인물들의 움직임까지 시청각적 즐거움을 채울 수 있다.
시청각적인 작업에 이끌린다면 최찬숙 작가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최찬숙은 오랜 기간 이주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처했던 위치와 존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기억과 역사가 녹아 있는 토지에 주목했다. “어느 누구의 것도 될 수 없고, 모두의 것이 될 수도 없다”는 사운드가 반복되면서 우리가 밟고 살아가는 땅을 소유한 이들이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대형 스크린 3개를 작품 채널로 활용했으며, 어느 위치에서 감상해도 영상 속에 빠져드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한 회화 작가인 방정아. 흔들리는 듯한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인 ‘흐물흐물’을 전시 타이틀로 선정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현상을 조명한다. 전시장 전체를 크게 견고한 권력 구조와 자연 생태계를 투영한 공간으로 나눠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권력의 움직임을 마주하는 일상을 이야기한다. 화환, 벤치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가 작가의 개성 있는 그림체와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여러 개의 광목천을 이어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한 작품 ‘플라스틱 생태계’는 가로 8.8m, 세로 7m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한편 <올해의 작가상 2021> 수상 작가는 전시 기간 중 심사를 거쳐 2022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수상 후보에 오른 4명은 지원금 4,000만원을 받게 되며, 최종 수상 작가에게는 순금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올해의 작가상 2021>
기간 ~2022년 3월 20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람료 서울관 통합권 4천원
문의 02-3701-9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