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뛰기
또 한 번 나 자신과 약속한다. 매일 운동을 하고 땀에 흠뻑 젖는 쾌감을 느끼겠다고.
되돌아보면 절실함이 없었다. 불행인지, 축복인지 모르겠지만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지 않아 배고픔만 해결하면 됐기에 보통 체형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성인이 되고 ‘난 돼지는 되지 않나보네?’라는 큰 착각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30살을 코앞에 두고 위험신호를 감지했다. 사진 속 나의 두툼한 팔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결국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요가와 스피닝에 몰두하기를 1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건강검진에서 인바디를 체크하던 선생님이 박수를 쳤을 정도로 근육과 지방이 조화를 이뤘다.
그런데 이직과 결혼 준비로 운동에서 멀어지자 거센 후폭풍이 불어왔다. 근육이 빠진 자리에 지방이 차올랐고, 매일 무아지경 속에 먹었던 야식과 맥주가 합세해 10kg이 증량한 것. 나잇살이 이렇게 무섭다. 게다가 임신하면서 몸무게는 한 번 더 신기록을 갱신했다. ‘꼬르륵’ 소리를 참아가며 굶어도 줄지 않는 몸무게로 인해 매일 체중계에 올라 좌절했던 나를 구원한 건 역시나 운동이었다. 유튜브 속 랜선 강사를 따라 매일 40분씩 보수볼 위에서 뛰고, 20분 동안 요가로 릴랙스한 지 한 달이 지나자 4kg이 빠졌다. 하지만 슬프게도 급하게 뺀 살은 급하게 찐다는 게 사실이었다.
이제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회사에 적응한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새해엔 다시 운동을 시작하리라. 매일 30분간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리고 땀에 흠뻑 젖겠노라. 주변 사람들은 나의 비장한 선언을 흘려듣는 듯하지만 이번에는 진지하다. 길고 길었던 ‘다시어터’의 삶을 끝내고 ‘유지어터’의 라이프를 즐길 것이다.
한 정류장 걷기
차근차근 걷는 습관을 들이며 운동과 친해지기 프로젝트.
작년에 야심 차게 등록했던 필라테스는 야근과 코로나19를 핑계로 미루다 결국 기간 만료로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몇 달간 운동과 거리 두며 살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은 퇴근 뒤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위 저질 체력이 돼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 무심코 틀었던 유튜브 영상 속에서 한 유투버가 집 앞이 아닌, 한 정류장 전에 미리 내려 집까지 걸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레카를 외쳤다. 각종 핑계로 운동을 미루는 나에게 아주 적절한 운동법이 아닌가! 물론 운동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민망하지만, 이렇게 한 정류장 전에 내려 걷기가 익숙해지면 그다음엔 두 정류장만큼 걷고. 또 그다음엔 좀 더 오래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새해에는 거창한 계획을 나열하는 욕심을 버리되 마음먹은 것은 꼭 달성해보자고 나 자신과 다짐했다.
한번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다음 날 바로 한 정류장 전에 미리 내려 집까지 걸어갔다. 버스 안에서 순간 ‘그냥 내일부터 시작할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렇게 미루면서 아깝게 날렸던 몇 달 치 필라테스 회원권이 떠올라 가차 없이 하차 벨을 눌렀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다음 날 집과 훨씬 더 떨어진 정류장에서 내렸다. 사실 아직까지는 신체에 큰 변화가 없지만 스마트 워치에 찍힌 걸음 수가 훌쩍 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 한 정류장 전에 내려 걷기를 하며 몸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쪼록 2022년에는 포기, 나약이라는 단어와 이별하고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으로 무장하길 바라본다.
진격의 홈트
나의 새해 다짐 1순위는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오직 운동이다.
매해 1월은 등록의 달이었다. PT는 기본, 요가부터 필라테스, EMS 운동, 발레핏 등 온갖 ‘핫’하다는 운동을 수소문한 뒤 시설 좋은 센터에 등록하는 게 몇 년째 건강한 새해를 기원하는 나만의 통과의례였다. 회원증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예쁜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땀 흘리고 난 뒤 꼿꼿해진 자세로 바삐 일터로 향하는 모습이 오버랩되며 미드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으로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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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그저 ‘프로 등록러’일 뿐 출석 횟수는 손에 꼽는다는 것. 의욕으로 충만한 한 주가 지나면 슬슬 이것저것 핑곗거리가 생기고 게으름이 시동을 걸며 한두 번씩 건너뛰는 횟수가 늘어난다. 처음엔 “회원님, 내일은 오실 거죠?” 하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체크하던 담당 강사도 나중엔 설득에 지쳐 포기 모드로 돌아서기 마련. 이쯤 되면 늘 그렇듯 정확히 넉 달 무렵으로 그해의 운동과는 완전히 이별을 선포하고야 만다.
이마저도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 운동과 담쌓다시피 살다 보니 자연스레 ‘확찐자’ 트렌드에 합류했고, 건강검진 결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각종 부수적인 문제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게다가 나의 경우 자도 자도 피곤한 건 어떤 질병도 아니고 열심히 살아온 훈장은 더더욱 아닌, 그저 운동 부족이란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됐다.
이쯤 되니 자연스레 새해 목표 1순위는 또다시 운동이 됐다. 다만 지난해까지의 운동 목표가 오로지 체중 감량을 위한 것이었다면 올해부턴 온전히 건강을 위한, ‘살기 위한’ 필사적 몸부림이 돼버린 게 변화라면 변화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한 달 앞두고 ‘홈트’를 시작했다. 어디 맘대로 돌아다니기도 힘든 시절인 데다 아파트 지하에 내려가 운동하는 것조차 귀찮은 내게 코로나19 시대의 대세 운동인 홈트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없는 데다 홈트를 전문으로 하는 ‘공짜’ 유튜브 채널도 차고 넘쳐 골라 운동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10분 남짓이면 끝나는 프로그램으로, 그나마 움직일 힘이 남아 있는 날엔 흥겨운 음악에 맞춰 1시간가량 온몸을 힘차게 사용하는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큰 프로젝트를 끝낸 것 같은 성취감이 몰려왔다. 한 가지 채널에 몸이 익숙해져 권태가 슬며시 고개를 들면, 새로운 채널을 찾아 나서는 재미까지 더해지니 지루할 틈도 없다.
얼마 전부터는 ‘빅씨스’라는 유튜브 운동 채널에 정착 중이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인 요즘, 뉴요커인 유튜버가 소개하는 이국적인 배경에 영화 같은 영상미, 기막힌 선곡이 어우러진 운동 프로그램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운동도 힐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극이 되는 건, 군살 하나 없이 완벽한 몸매의 그녀가 40대 중반의 언니라는 사실. 열심히 따라 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매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SUCCESS’라는 마지막 자막이 나올 때까지 힘을 내곤 한다.
올해만큼은 부디 이대로 쭉 마의 4개월을 무사 통과하길. 그래서 내년엔 운동은 당연한 습관이 되고, 또 다른 목표로 새해를 맞이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