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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고 또 여긴 어딘가

영화로 메타버스를 배웠습니다.

On December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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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메타버스(Metaverse,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가 화두다. 한쪽에서는 가상공간에 친숙한 1020세대를 위한 미래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디지털 이미지의 피로도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어쩌면 메타버스는 자원 개발과 친환경 에너지를 잇는 거국적 돈놀이의 신규 테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CD와 MP3가 등장하던 시기에 ‘그래도 LP의 따뜻한 사운드는 따라잡지 못할걸’이라고 태연한 소리를 하던 사람들은 금세 비주류가 되지 않았던가. 반면 <아바타>(2009)를 보고 3D가 액션 영화를 지배할 거라 예측한 사람들도 틀렸다. 과연 메타버스는 MP3인가, 3D인가?

메타버스에 대해 잘 묘사한 영화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 있다. 개봉 당시에는 1980년대 대중문화광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으로 화제가 됐는데 메타버스 붐과 더불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2045년,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오아시스 창시자가 가상현실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막대한 유산을 상속하기로 하면서 사용자들과 거대 기업이 뒤얽혀 싸움을 벌인다. 흥미진진한 영화지만 이걸 보고 메타버스에 호감을 갖기는 어렵다. 마약 대신 메타버스 속 가상 자아에 취해 현실을 잊는 사람들의 모습은 암담하다. 모든 인간이 저런 삶에 순응해버리면 다음 단계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인간의 몸은 자원으로만 사용되고 가상 세계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가 아닐까 두렵다.

좀 더 호감 가는 메타버스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 담겼다. 관련 에피소드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시즌 3의 4편 ‘샌 주니페로’다. 시작은 1987년 해변 도시 샌 주니페로의 클럽. 모범생 분위기가 흠씬 나는 ‘요키’(맥켄지 데이비스 분)는 세련되고 당당한 ‘켈리’(구구 음바타로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켈리는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누군가 요키에게 켈리를 찾으려면 다른 시대로 가보라고 말한다. 알고 보면 이곳은 메타버스. 어렵게 찾은 켈리는 요키에게 현실로 오라고 제안한다. 그들의 현실은 메타버스와는 딴판이다. 인종도, 나이도, 성적 지향도. 이 작품에는 가상과 현실의 괴리, 동성애, 안락사, 메타버스를 통한 영생 등 윤리적 문제가 개입돼 있다. 하지만 압도적 서정성이 모든 걸 뒤덮는다. 결국 인간은 감성에 지배되는 동물이고 메타버스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남는다. 과연 기술이 더 편리하고 멋진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는 게 맞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감독이 된 배우들 

  • <헌트>

    배우 이정재가 연출· 제작·각색·주연을 맡았다.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절친’ 정우성이 주연배우로 합세해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2년 만에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다.

  • <미성년>

    배우 김윤석이 2014년 본 연극을 시나리오로 만들고 직접 연출했다. 평온하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주리’(김혜준 분)네와 ‘윤아’(박세진 분)네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습할 수 없는 일을 벌인 어른들 때문에 골치 아픈 주리와 윤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어른의 조건에 대해 말한다.

  • <로그 인 벨지움>

    배우 유태오의 감독 데뷔작이다. 팬데믹이 선포돼 벨기에 앤트워프 낯선 호텔에 고립된 ‘배우 유태오’가 영화라는 감수성이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 ‘진짜 유태오’를 찾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형 영화다. 유태오가 기획·제작·각본·감독· 촬영·편집·음악까지 영화 제작의 모든 부분에 참여했다. 100%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이 특징이다. 12월 개봉.

  • <블루 해피니스>

    배우 이제훈이 감독으로 변신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마주한 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찬영’. 취업을 준비하며 생활비를 버느라 대리 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찬영이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고등학교 동창 ‘승민’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배우 정해인이 주인공 찬영 역을 맡아 매일 고군분투해도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꿈과 팍팍한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12월 8일 공개.

CREDIT INFO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김지은
사진
각 영화 스틸컷
2021년 12월호
2021년 12월호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김지은
사진
각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