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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은 '블랙홀'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손종석 선수가 클라이밍을 사랑하는 이유도 극강의 쾌감에 있다.

On December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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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국제 무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 그 첫 시작에서 스피드 종목 국가대표로 활약한 손종석 선수(32세)를 만났다. 그에게 클라이밍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클라이밍을 향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마이너 종목에서 대중성을 가진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기분이 좋습니다. 그동안 클라이밍의 매력을 소개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가 됐죠. 또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클라이밍이라는 종목이 이전보다 널리 알려지게 돼서 뿌듯함을 느껴요.

직접적으로 인기를 체감하나요?
네. 클라이밍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지인이 늘었어요. 여성들은 주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고, 남성들은 근육 증량에 대해 질문해요. 클라이밍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근력이 늘어 다이어트는 물론 클라이밍에 최적화된 체형으로 바뀌어요. 몸의 라인이 예뻐지죠.

클라이밍에 빠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했어요. 워낙 활동적인 운동을 즐기다 보니 허리와 다리 등 부상이 잦았죠. 그래서 운동을 쉬고 재활에 전념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한 등반가가 안전 장비 없이 맨몸으로 바다 절벽을 오르는 모습을 봤어요. 곧장 클라이밍장에 등록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손종석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2018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주 종목은 스피드 클라이밍이다. 다양한 실내 암장에서 초·중·고급 단계의 루트를 설계하는 루트 세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손종석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2018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주 종목은 스피드 클라이밍이다. 다양한 실내 암장에서 초·중·고급 단계의 루트를 설계하는 루트 세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손종석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2018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주 종목은 스피드 클라이밍이다. 다양한 실내 암장에서 초·중·고급 단계의 루트를 설계하는 루트 세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원래 볼더링 종목을 연구했는데 스피드 클라이밍에 최적화된 신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볼더링과 리드 클라이밍은 유연성이 중요한데 저는 뻣뻣했거든요.(웃음) 육상에 빗대어 표현하면 볼더링과 리드 클라이밍은 마라톤이고, 스피드 클라이밍은 단거리 달리기예요. 시기적절하게 스피드 클라이밍으로 전환해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선수로 선발된 뒤에는 훈련 강도와 양을 최고로 올렸어요. 다른 선수들이 오랜 기간 쌓았던 실력과 기술의 정도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죠.

클라이밍을 하면서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정신적으로 건강해졌어요. 매사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됐어요. 등반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쳐 문제를 풀지, 어느 지점에서 쉬어 갈지 설계하는 작업을 ‘루트 파인딩’이라고 해요. 클라이밍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작업이죠. 루트 파인딩을 삶에도 적용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설계하는 방식으로요. 신체적인 변화도 있어요. 허리 디스크가 심해 통증을 안고 살았는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어요.

많은 분이 궁금할 겁니다. 클라이밍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나요?
마인드컨트롤이 핵심인 운동이에요. 클라이밍은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인 동시에 부상이 잦아요. 재미있다고 조바심을 내면 다치기 십상이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면서 임해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충분한 휴식을 통해 힘을 보충해야 하고요.

부상을 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공통적으로 안전한 낙법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실내 암장에서 잘못된 낙법으로 발목, 팔목, 허리 등을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또 무리하게 점프하는 과정에서 척추를 다치거나 작은 홀드를 손끝으로 잡아 손가락 관절을 부상당하는 일도 많죠. 자신의 기량에 맞춰 무리하지 않아야 부상을 피할 수 있어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계가 없다는 점이요. 그레이드 단계가 끝이 없는 운동이에요. 세계 최고 기록이 나와도 다음 고난도 단계가 있는 운동이죠. 끝없이 도전해야 할 목표가 생기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클라이밍은 질리지 않는 마성의 매력이 있습니다.(웃음)

클라이밍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뭘까요?
블랙홀 같은 스포츠. 클라이밍에 빠진 직장인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클라이밍장을 차리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어요. 저 또한 취미로 시작해 클라이밍 선수까지 됐죠.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운동임이 틀림없어요.

끝으로 손종석 선수의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국제무대에서의 메달 획득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개인적으로 최고 기록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무릎 부상을 입어서 은퇴를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클라이밍이 빠진 인생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할 거 같아 포기할 수 없겠더라고요. 살아갈 이유가 사라지는 느낌이죠. 도전해야 할 이유와 기록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클라이밍을 하면서 살 거예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손종석 제공
2021년 12월호
2021년 12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손종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