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849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가족관’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혼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30.1%가 ‘비혼주의’라고 답했다. 비혼주의라고 답한 응답자 중 여성 비율은 68.7%로 남성보다 높았다. ‘결혼 후 이어지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25.7%)이 비혼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겪는 삶의 변화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기혼 여성이 느끼는 가사에 대한 부담감은 경력 단절, 독박 육아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같은 날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 시간(동일 시간 적용)은 여성 3시간 7분, 남성 54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시간 13분 더 많다. 남편이 외벌이를 하는 가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4시간 48분을, 아내가 외벌이를 하는 가구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37분 더 가사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자의로 비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을 안 한 게 개그우먼이 된 것보다 잘한 일”이라는 대세 방송인 김숙을 비롯해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탈피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비혼을 결심한 이들도 적잖다.
1인 가구&비혼 동거&비혼 출산
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부터 비혼을 전제로 한 이성과의 동거, 동성 연인과의 동거, 친구와의 동거까지 비혼을 선택한 이들의 삶의 형태는 다양하다. 결혼을 약속하지 않은 배우자와 동거하는 경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비혼 동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동거인과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63%이다. 가족 실태 조사의 배우자 관계 만족도(57.0%)보다 6%p 높은 수치다. 동성과 동거를 하는 이들도 있다. 동성 연인, 혹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와 한집살이를 하는 게 그 예다.
에세이집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각자 일을 하며 살아온 두 여성이 ‘동거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조립식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안해 큰 인기를 끌었고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가족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방송인 사유리로 인해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사유리는 지난해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은 뒤 보조생식술로 아들 ‘젠’을 출산했다. 보조생식술은 국내에서 주로 난임 부부의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출산을 위해 이용되는 시술로 비혼 단독 출산에 이용한다 해도 불법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상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의 부부만 정자 공여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비혼을 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결혼식 대신 ‘비혼식’도 각광받는 분위기다.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비혼식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휴가나 경조금을 지원하는 기업도 등장하는 상황. 웹 예능 <문명특급> MC로 활약하는 재재는 실제로 비혼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혼을 위한 제도는 부재한 현실
매해 비혼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국가 시스템은 여전히 보편적 가족을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현행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 규정한다. 오랜 기간 동거했어도 법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법안은 동거 관계에 있는 비혼 가구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부부가 함께 돈을 벌어도 내 집을 마련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신혼부부, 자녀 수를 기준으로 한 주거 지원 제도만 존재해 비혼을 추구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배가되고 있다. 또 수술 동의서 및 의료적 결정을 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혈연, 배우자 등만 법적으로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데 대한 불만도 커지는 상황.
여기에 동거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 제도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할 숙제다. 이미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생활 동반자를 법적 보호자로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동거 가족 계약 제도인 ‘팍스(PACS)’로 혼인 관계뿐만 아니라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동거 관계에 있는 이들도 똑같은 혜택을 누리는 내용이 골자다. 독일도 2001년 ‘생활 동반자법’을 입법해 혼인과 유사한 공동체를 인정하도록 했다.
비혼주의, 어떻게 생각하나요?
2021년 10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우먼센스> 구독자 137명이 답했습니다.
1 비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50% 본인의 선택이다.
41.7% 긍정적이다.
8.3% 부정적이다.
2 (Q1에서 ‘부정적이다’ 답변자에 한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혼자 살면 노후에 힘들 거 같다."
"인구 감소"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가 필요하다."
3 비혼을 선언하는 여성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중복 선택 가능)
21.6% 결혼 후 겪을 수 있는 육아, 일 등 사회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
19.6% 홀로 살 만한 능력(경제, 심리 등)을 갖춰서
17.6% 혼자 사는 게 편해서
17.6% 마음에 안 드는 상대와 살긴 싫다.
13.7% 결혼 제도에 대한 불만
4.9% 결혼 시기를 놓쳐서
2.9% 경제적 여건 부족
2.9% 성장 과정에서 받은 영향
4 비혼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YES 86.1% NO 13.9%
5 미혼이거나 미혼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비혼을 선택할 것인가?
66.7% 비혼을 택할 것이다.
19.4% 결혼할 것이다.
13.9% 고민된다.
6 (Q4에서 ‘비혼을 택할 것이다’ 답변자에 한해) 그 이유는 무엇인가?
25% 혼자 사는 게 좋다
19.4% 결혼하지 않고 혼자 잘 살 자신이 있다.
19.4% 여성이 짊어져야 할 육아와 가사의 무게 때문에.
16.7% 결혼 제도에 대한 회의감
8.3% 삶에 부족함이 없다.
5.6% 자유가 필요하다.
5.6% 기타
7 비혼자를 위한 국가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YES 80.6% NO 19.4%
8 다음 중 비혼자에게 가장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제도는?
66.7% 사회적 편견
27.8% 주택 마련
5.5% 가계 대출
9 다음 중 비혼자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50% 돈
13.9% 일
13.9% 친구
11.1% 일
5.6% 가족
5.5% 기타 (자기애, 심리적 안정, 자립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