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배우 조현
그룹 ‘베리굿’ 출신 배우 조현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와 함께 건강을 되찾고자 등산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등산 중에 촬영한 사진이 많다. 어떻게 시작했나? 2020년 1월부터 아버지와 함께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아버지와 함께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등산을 하게 됐는데, 더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재미가 있었다. 처음 갔던 수락산은 지금도 좋아하는 산이다. 최근엔 이름에 ‘악’이나 ‘락’이 들어간 산을 좋아한다. 돌을 짚으며 오르는 산이 주는 쾌감이 있다.
거친 산을 좋아하는 것 같다. 등산에 익숙하지 않을 땐 낮은 산을 찾았다. 갔다. 산행에 익숙해지면서 백두산이나 수락산처럼 유명한 산에 가다가 돌을 밟고 오르는 산의 매력에 빠졌다. ‘악’이 들어가는 산이 가진 매력이 있다. 요즘엔 포털사이트에서 꼭 가야 하는 산의 리스트를 찾아보고, 그 주변에 있는 덜 다듬어진 산에 가기도 한다.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아 체력적으로 힘들긴 한데 그 또한 재미가 있다.
그럴수록 챙겨야 할 준비물이 많을 것 같다. 신발은 접지력이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스틱도 준비하길 추천한다. 하체가 받는 하중을 줄여 체력을 아껴 쓸 수 있고 허리 부상도 방지된다. 무릎 보호대를 하는 것도 좋다. 그 외에 배낭에 음료수 2병과 김밥, 과자, 젤리 등을 챙겨 에너지를 보충한다. 또 피부가 햇볕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선크림도 챙겨 간다. 땀이 흘러 선크림이 지워지면 수시로 챙겨 바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은 어디인가? 용문산. 1,157m인데 내가 올라갔던 산 중에 가장 높다. 올라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정상에 도착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게 등산인 것 같다. 그 점이 매력적이다.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아버지의 건강이다. 지금은 건강한 상태지만, 아버지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또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팬들이 나를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등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우선 피톤치드가 건강에 좋고 자연의 소리나 풍경을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자연스럽게 체력도 좋아지고, 힙과 허벅지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전엔 스케줄 사이사이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잤는데 요즘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성취감 또한 나를 산으로 이끄는 것 중 하나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산의 정상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 산을 타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지만 참고 결국 정상에 오르고 나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등산할 때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삶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본래 성격이 급한 편이라 실수할 때도 많았는데 차분해졌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을 연구할 때도 도움이 된다. 등산하다 보면 워낙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 부모님 연배이거나 내 또래 친구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아이 등등 연령대가 다양한데, 모두 각자 특징이 있다. 그 모습을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구체화하는 범위가 확대되는 거 같다.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면? 용문산보다 더 높은 산을 가고 싶다. 1,200m 정도 되면 오르고 내려오는 데 8시간이 걸린다. 오전 8시쯤에 일어나서 출발해 산에 올랐다 내려오면 이른 저녁을 먹기에 좋은 시간이다. 유명한 산마다 주변에 맛집이 있다. 등산 후에 먹는 것은 어떤 종류든 맛있다. 선선한 날씨를 즐기며 등산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을을 즐기길 바란다.
제일 좋아하는 산 주변 맛집은 어디인가? 청계산 근처에 ‘옛골토성’이란 음식점이 있다. 훈제 오리를 파는 곳인데 먹고 나면 등산하며 쓴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1주 1산 실천하기, 작가 신경은
<오늘도 등산>의 저자 신경은 작가는 가볍게 접근할 만한 운동을 찾다가 산에 올랐다. 등산의 참맛을 맛본 그녀는 1주 1산을 목표로 주말마다 산에 오르고 있다.
등산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입사 4년 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장 생활이 몸에 익을 무렵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취미가 필요했다. 온갖 준비물을 갖추고 요가 장기 회원증까지 끊었지만 몇 주를 다니다 포기했다. 재작년 겨울, 우연히 북한산을 가게 됐다. 눈이 쌓인 산의 모습을 보는데 외국에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직접 본 설산의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그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상관없이 산에 다니며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고 있다.
매주 산으로 가게 만든 매력은 무엇인가? 희열과 성취감. 정상에 오르기 전,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인내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흙을 밟으며 산에 오를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보다 더 큰 매력은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봄에는 파릇파릇 피어난 꽃을, 여름엔 나무의 녹음을, 가을엔 형형색색의 단풍을, 겨울엔 영화 <겨울왕국>에 온 듯한 하얀 세상을 목격할 수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10월엔 초록빛 나무들이 빨갛게 익을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산 위의 날씨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지난 5월 한라산에 오르며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기온을 느낄 수 있었다. 성판악 방면으로 올라갈 때 초여름의 날씨라 땀을 많이 흘렸는데 정상에 다가가자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눈이 내렸다. 비록 구름이 많아 백록담을 보진 못했지만 한라산의 웅장한 절경에 감탄하면서 관음사 쪽 길로 내려갔다. 하산하면서 날씨가 두 차례 바뀌었는데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거세게 비바람이 불어 대피소로 피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해가 쨍쨍한 봄 날씨가 됐다. 산 위에서 날씨가 급변하는 것을 보고 장시간 산행에는 겉옷이 필수 준비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산이 궁금하다. 지리산. 모두가 잠든 새벽, 집에서 나와 주저하지 않고 단숨에 지리산으로 향했다. 새벽 4시에 도착한 지리산 주차장에는 꽤 많은 등산객이 있었다. 운해를 보기 위함이었다. 1,915m 높이의 산에 오른 뒤 발아래 펼쳐진 몽실몽실한 구름을 만났다. 마치 구름 위에 올라선 기분이었다. 보통 비행기를 타야 볼 수 있는 광경인데, 내 두 다리로 직접 산에 올라가서 보는 즐거움을 맛봤다.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동을 느꼈다.
계절별로 꼭 가야 할 산이 있다면? 봄에는 소백산. 해발 1,000m 이상의 높이에 핀 꽃을 볼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능선 길에도 꿋꿋이 피어 있는 철쭉을 보면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여름에는 영남알프스다. 넓디넓은 억새평원을 마주할 수 있는데 여름에는 초록색 풀이 가득하다.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다.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간월산-신불산 코스. 가을에는 억새밭이 멋진 황매산이 좋다.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인데, 웬만한 성인 여성의 키만큼 자란 큼지막한 억새밭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눈이 쌓인 태백산이 예술이다. 개인적으로 겨울 산행을 좋아하는데, 태백산은 겨울에 일출 산행으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산행 거리, 소요 시간 등이 적절하다.
등산에 나서기 전, 체크할 것은 무엇인가? 간단한 행동식과 물, 과자, 에너지바를 챙긴다. 그중 가장 맛있는 음식은 컵라면이다. 그 외에 여분의 마스크, 등산스틱, 모자, 장갑, 무릎 보호대를 준비해야 한다.
산을 100% 만끽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가을에는 오후 늦게 출발해 일몰을 볼 것. 준비물은 랜턴과 운동화, 물, 겉옷이다. 아침에 하는 등산이 뿌듯함과 즐거움을 준다면 해가 질 때 하는 등산은 감동을 준다. 또 해가 지고 나서는 야간 등산이 시작되는데, 하루에 일몰 산행과 야간 산행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일몰을 즐기기 좋은 산은 아차산과 용마산이다. 부산의 승학산도 좋다.
등산러가 된 후 생긴 인생의 변화를 들려달라. 건강과 내면의 단단함. 높은 산을 오르며 성취감이 쌓였고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자신감으로 내 삶은 더 풍요롭고 재미있어졌다.
프로 등산러로서 꿈이 궁금하다. 등산이라는 운동이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산이 하나의 쉼터가 되어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산을 좋아하기 시작한 후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산행을 하며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클린 하이킹을 실천하려고 한다. 모두가 흔적 없이 산행하는 그날을 기다린다.
반려견과 산 공유하기, 작가 이수경
에세이집 <네발로 떠난 트래킹>의 이수경 작가에게 골든리트리버 장군이와 함께하는 산행에 대해 물었다.
반려견과 등산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등산할 생각은 아니었다. 장군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없어서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하게 됐다. 처음에 집에서 가깝고 난이도가 쉬운 아차산을 찾았는데 장군이가 굉장히 좋아했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보단 산책하는 느낌에 가까웠지만, 장군이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후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산을 찾아보니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 외에는 모두 가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은 어디인가? 영남알프스(경남 밀양시와 울산 울주군에 걸쳐 있는 고도 1,000m 이상의 산 7개를 모아놓은 곳을 지칭, 1박 2일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백패킹을 할 수 있다). 장군이와 함께 처음으로 한 종주 산행이었다. 본래 영남알프스는 억새가 유명해 가을에 찾는 이들이 많지만, 장군이가 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12월에 갔다. 난도가 높고 날씨가 추워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뿌듯했다. 풍경이 멋진 것은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다.
반려견과 함께 가면 좋은 산을 추천해줄 수 있나? 봄에는 등산객이 많아 둘레길을 걷는 편이다. 진해에 있는 남파랑길 8코스가 좋다. 천자봉에서 장복산까지 이어지는 코스인데, 길을 따라 피어 있는 벚꽃이 장관이다. 걷다 보면 바다도 만나고 편백 숲도 지날 수 있다. 여름엔 홍천의 팔봉산이 좋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10km 정도 걸을 수 있다. 반려견들이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가을엔 강릉에 있는 노추산을 추천한다. 정상보다는 무정탑길이 좋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운치가 있기 때문. 또 산 아래에 반려견이 동반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겨울엔 평창 대관령에 있는 산자령으로 간다. 백패킹족에게 유명한 곳인데, 대관령은 3월까지 눈이 오기 때문에 설원을 만끽할 수 있다. 풍차가 펼쳐진 바람의 언덕도 풍경이 좋다.
날씨도 등산 코스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장군이는 더위를 많이 타서 난도가 낮고 계곡이 있는 코스를 선택한다. 코스 중간에 계곡이 있으면 반려견이 잠시 목을 축이거나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봄이나 가을엔 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 겨울엔 추위를 대비해 겉옷이나 수건 같은 방한용품과 강아지 간식을 많이 챙긴다.
등산 가방에 꼭 넣는 필수품은? 산에선 늘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작은 구급함을 챙긴다. 바르는 습윤 밴드과 뿌리는 항생제 연고, 액체 밴드는 언제나 유용하다. 반려견은 신발이 없기 때문에 발바닥을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자가 접착 붕대를 사용하면 좋다. 작게 찢어지거나 다쳤을 땐 바르는 습윤 밴드, 넓은 부위에서 피가 날 땐 뿌리는 항생제 연고를 사용하면 된다. 언제든지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작은 물그릇도 필수다.
등산할 때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다. 반려견은 어떻게 체력 분배를 하는가? 반려견도 사람처럼 훈련이 된다. 장군이 역시 초반에 에너지를 분출하다 기진맥진했다. 그런데 이젠 스스로 컨트롤할 줄 아는 것 같다. 주인과 반려견의 호흡이 중요하다. 초반엔 난도가 낮은 산을 다니면서 호흡을 맞추는 훈련을 해야 한다. 주인도 반려견이 어떤 것이 필요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숙지해야 한다. 나와 장군이는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으로 높이 4,807m에 달하는 몽블랑산에도 다녀왔다. 열흘 동안 걷고 자고 먹으며 하루에 17~20km씩 걸었다. 그때 장군이는 내가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내 인생의 동행자라고 느꼈다.
등산 전, 꼭 숙지해야 할 훈련도 있을 것 같다. 앉아, 엎드려, 기다려! 반려견이 흥분해 마구 달려 나가면 주인이 산에서 구를 수 있어 위험하다. 또 격양된 반려견을 보면 다른 등산객들이 무서워할 수 있으니 컨트롤할 수 있어야한다. 등산하다 다른 반려견을 만나기도 하는데, 반려견의 흥분을 낮출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반려견과 등산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대학생 땐 장군이와 캠핑을 하고 싶었다. 당시 맥시멈 캠핑이 유행이었는데 장비를 마련할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백패킹을 하면서 다른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장군이가 누울 수 있는 작은 텐트, 꼭 필요한 몇 가지 짐만 가방에 넣어 챙겨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백패킹을 하게 됐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