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매일 춤을 춰요.” 발레리나 윤혜진은 언제나 토슈즈를 신었을 때 가장 빛나는 천생 무용수다. 올해 9살인 딸 지온이의 엄마, 배우 엄태웅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지만 발레리나 윤혜진으로서 삶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거울 앞에 서서 자세를 고쳐 잡는다.
윤혜진과 <우먼센스>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살이던 딸 지온이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던 그녀는 발레리나로서 활동을 그만둔 지 몇 해가 흘렀지만 녹슬지 않은 춤 선으로 현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1998년 발레 무용가로 데뷔해 2001년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입문한 윤혜진은 약 10년간 수석 무용수를 지내며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 작품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굴지의 작품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해온 그녀는 2006년 한국발레협회 프리마발레리나상,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자타 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로서 입지를 다졌다.
윤혜진의 성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2012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해 세계적인 자리에 우뚝 섰다. 전성기를 보내던 중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윤혜진. 모두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무대가 아니더라도 발레리나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데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우아함과 아름다움 속 단단하고 묵직한 강단이 돋보이는 윤혜진에 대하여.
<우먼센스>와 6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그때의 기억이 선명한데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웃음) 2015년에 촬영할 때 카메라 앞에서 안무를 선보였던 기억이 생생해요. 아기였던 지온이가 촬영장을 누비던 기억도요. 지난 6년을 되돌아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많은 부분이 변한 거 같아요. 우선 그동안 지온이가 성장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전업주부로 지내던 제가 사업과 방송 활동을 하는 워킹맘이 됐어요.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해내다 보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네요.
요즘은 JTBC 예능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해방타운>(이하 <해방타운>)에 출연해 시청자를 만나고 있죠. 사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대중 앞에 나설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연예인이 아닐뿐더러 윤혜진이라는 사람보다 저의 주변을 궁금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그래서 종종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연락을 받아도 정중하게 고사했어요. 그런데 <해방타운>은 달랐어요. 제작진이 오롯이 발레리나 윤혜진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죠.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한 여성이 결혼한 뒤에 겪는 경력 단절과 육아에 전념하던 여성에게 해방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의 모습을 조명하면 좋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한 뒤 육아를 도맡고 있는 여성에게 해방은 꿈같은 일이잖아요. 방송이지만 저만의 시간을 얻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나씩 해보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그래서인지 윤혜진을 보고 공감의 뜻을 전하고 지지하는 여성이 많아요. 맞아요. SNS 메시지로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요. 받았던 메시지 중에 “언니처럼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이 돼서 무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다시 발레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서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라고 말하셨던 분이 생각나요. 제가 누군가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저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서 도리어 큰 힘을 얻었어요. 책임감도 생겼고요. 저에게 보내준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지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소속사(굿맨스토리)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웃음) 연예계 활동을 위해 소속사에 합류한 건 아니에요. 제가 현역 발레리나로 활동하지 않아도 발레를 대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소속사와 손을 잡게 됐어요. 소속사와 문화 방면으로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커요. 물론 막연하게 TV에 출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좋기도 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가는 중이에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마음을 열어두고 기회를 만들어가려고 해요.
저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누군가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저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줘서 도리어 큰 힘을 얻어요.
윤혜진은 SNS를 통해 엄마로서 일상, 요리 레시피와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모든 게시물에는 수백여 개에 달하는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일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윤혜진만의 털털함에 있다. 도도하고 까칠할 것 같은 외모와 달리 챙겨주고 싶게 만드는 친근감과 허당미로 가득하다.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그녀의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에 매료돼 웃음이 터졌다. 이에 윤혜진은 “저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SNS를 보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한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웃기기까지 하네요. 그런가요? 생긴 것과 다르게 야무지지 못하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철저하고 계산적이지 못한 데다가 단순하기 때문이죠. 보통 저에게 말을 붙이기 어려워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요. 때때로 저를 보고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분들도 있어요. 다만 일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예민해요. 모두가 그렇듯 상황에 따라 취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 같아요.
37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인플루언서로서 삶은 어떤가요? (웃음) 저는 인플루언서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인플루언서는 스스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행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많은 분이 제가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는 건 알지만 함께 일상에서 나눌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켜보는 분이 많으니까 행동을 조심해요. SNS에 업로드하는 사진만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좋은 말을 하진 않을 텐데 악성 댓글에 대한 대처법이 궁금해요. 단순하게 생각해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뒤에 잊어버리는 거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행동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서로를 위해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말하곤 해요. 물론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반응은 전적으로 수용하죠. 저의 말과 생각이 모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윤혜진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몸매 관리입니다. 매일 발레를 해요. 40대에 접어들면서 근력이 손실되고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운동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금세 근육이 빠지고 탄력을 잃게 돼요.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하는 홈트레이닝도 하고 있는데 땀이 날 때까지 몸을 움직여요. 그리고 조금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어요. 발레리나로 활동할 당시 들였던 습관인데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거죠. 대신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식단을 관리해요. 과식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그만큼 운동량을 늘려서 후회하지 않도록 해요. 또 매일 저녁, 유산균과 요구르트를 마시면서 소화 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죠. 장운동이 활발해지면 몸이 가벼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에 활력이 생기거든요. 원하는 몸매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노력이 필요해요. 그냥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보통 저에게 말을 붙이기 어려워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요.
다만 일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예민하죠.
‘윤혜진’으로 채워진 시간
윤혜진을 가리키는 데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얽혀 있다. 배우 윤일봉의 딸,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배우 엄태웅의 아내,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올케, 지온이의 엄마.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의 무게를 체감하면서 지냈다. 때로는 윤혜진을 설명할 때 그녀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의 이름이 먼저 불린다는 것에 상실감을 느꼈지만 그녀는 묵묵히 자신이 지닌 개성을 살리고 재능을 갈고닦으며 살았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윤혜진은 자신을 가리키는 수식어들에 연연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냥 윤혜진이라는 자체만으로 더할 나위 없이 빛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꿈의 발레단으로 꼽히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중 결혼, 출산, 육아를 선택했어요(윤혜진은 2012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한 지 1년 만인 2013년 배우 엄태웅과 결혼해 같은 해 딸 지온이를 출산했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에요. 최고의 안무가와 더 많은 작품을 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사실 지온이를 출산한 뒤에 발레단으로부터 재차 합류 제안을 받았어요. 모두가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저의 마음은 달랐어요. ‘다시 발레를 하는 게 지금 눈앞에 있는 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행복할까?’라고 자문했고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죠. 무엇보다 당시의 선택이 발레리나로서 삶을 끝내겠다는 의미가 아니었기에 홀가분하게 선택할 수 있었어요. 무대가 아니더라도 삶에서 발레를 놓지 않고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춤을 추고 싶을 때마다 추는데 그것만으로 행복해요. 비로소 춤을 즐기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딸 지온이가 올해 9살이 됐는데 교육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서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줄었어요. 사춘기가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그래도 지온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저니까 아이와 솔직한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면 힘든 시기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요.
피는 속일 수 없다고 지온이의 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종종 거울 앞에 서서 요염한 표정을 한 채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웃겨요. 반면 지온이는 진지하죠.(웃음) 엄마와 아빠가 각각 춤추고, 연기하는 사람이라서 영향을 받은 거 같은데 넓게 보면 집안 자체가 예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양가의 재능을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지온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죠. 공부보다 중요한 게 인성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어요. 또 공부를 못하거나 일상에서 크고 작은 잘못을 할 때는 잘 알아듣도록 타이르지만 말대꾸를 할 때는 엄격하게 혼내요. 엄마와 아빠, 고모까지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또래 아이들보다 크게 질타를 받는다는 사실을 늘 유념해요. 종종 지온이가 “엄마, 나는 왜 매일 참아야 해?”라고 물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그럼에도 지온이는 열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잘못한 부분이 부각되는 위치에 있으니까 사전에 행동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훈육법도 궁금해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윤혜진의 What see TV>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평소 지온이에게 사용하는 화법과 훈육할 때의 화법이 전혀 달라요. 분위기를 엄격하게 조성해 본인이 잘못을 저지른 상황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만들죠. 그 외에는 다른 가정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 왜 잘못됐는지 설명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줘요.
훈육은 전적으로 엄마 윤혜진의 몫인가요? 네. 온 가족을 통틀어 저만 지온이의 훈육을 담당해요. 혼내는 사람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지온이를 혼내다가 본인이 울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예뻐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딸에게 쓴소리한다는 것 자체가 슬프대요.(웃음)
저의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무용수 윤혜진’이라고 생각해요. 수식어에 발레리나로 살아온 제 인생이 담겨 있어서요. 사실 그냥 윤혜진이라고 불리는 게 가장 좋아요. 간단명료하게 세 글자로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거니까요.
남편인 배우 엄태웅의 육아 참여도는 높은 편인가요? 그럼요. 중요한 스케줄이 있는 게 아니면 지온이의 등하교를 남편이 담당해요. 그리고 지온이와 또래 친구처럼 지내는 포지션을 담당하죠. 지온이와 둘이 노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은 친구 같은 아빠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시누이인 가수 겸 배우 엄정화 씨와의 돈독한 관계도 화제입니다. 종종 시댁 식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남편 없이 만나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친해요.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워진 뒤로는 단체 채팅방이 시끄러워졌죠. (엄)정화 언니는 남편의 누나이지만 저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런 고민까지 언니한테 털어놓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죠. 이번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언니의 도움이 컸어요. 그리고 첫 방송이 끝난 뒤에 “혜진아, 다시 발레에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떤 일이든 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옆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이에요.
유명인들의 가족으로 사는 삶은 어떤가요? 힘들죠. 우선 일상에서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직업이 배우라는 이유로 스스로 단속하는 게 많았어요. 저의 행동으로 인해 가족이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을 초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지금도 혹여나 오해를 살 만한 일이 생길까 봐 오후 9시 이후에는 외출하지 않아요. 저를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는 건 해명하면 되는데 공인인 남편과 많은 사람이 얼굴을 알아보는 지온이에게 피해가 생길까 봐 행동을 조심하게 돼요. 참 쉽지 않죠?(웃음)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위치군요. 그렇죠. 편하게 이야기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니까 구설에 오르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일일이 저의 속마음을 설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 애초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딸, 아내로 살면서 감내해야 했던 고충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결혼은 오롯이 제가 선택한 일이고, 책임져야 할 아이와 함께 나아가야 할 남편이 있으니 같이 견디고 이겨낸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저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요즘 윤혜진을 웃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요? 못다 이룬 꿈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요. 어린 시절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는데 집안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 저에게 기회가 생겼잖아요? 꿈같은 일이죠. 그리고 패션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어릴 적 접어둔 하나의 꿈을 이룬 것이고요. 발레리나의 삶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거예요.
발레리나, 엄태웅의 아내, 엄정화의 시누이, 한 아이의 엄마, 인플루언서 등 윤혜진을 가리키는 수식어가 많은데 어떤 수식어일 때 가장 편해요? 무용수 윤혜진. 저의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라고 생각해요. 수식어에 발레리나로 살아온 제 인생이 담겨 있으니까요. 다른 수식어들로 인한 수혜도 있지만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게 결코 쉽지 않았거든요. 그냥 윤혜진이라고 불리는 게 가장 좋아요. 간단명료하게 세 글자로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거니까요.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제 몫을 잘하면서 살다 보면 수식어 없이 윤혜진으로 불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살아보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는 윤혜진. 그녀가 좇고 있는 행복과 꿈은 이토록 소박하다. 누구의 사람이 아닌 그냥 윤혜진이라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빛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