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우리 안에 버젓이 존재하는 겁먹고 유치하고 어리광 부리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들을 감춰야 한다는 건 서럽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것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우리는 보호받는 존재에서 보호하는 존재로, 하다못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 그것에 실패하면 영화 <키드 디텍티브>의 ‘에이브’(아담 브로디 분)처럼 곤경에 처하게 된다.
“너도 이제 어른이 돼야 해!”라며 모두가 에이브에게 충고한다. 에이브는 꼬마 탐정으로 이름을 날렸다. 세상에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사무실을 차리고 비서까지 고용했다. 하지만 에이브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서이자 친구였던 ‘그레이시’가 실종되면서 일이 꼬였다. 실종 사건은 어른들의 몫이었다. 꼬마 탐정이 낄 여지는 없었다. 그는 그레이시를 찾지 못했다. 그 일은 두고두고 에이브에게 상처가 됐을 뿐만 아니라 경력도 손상시켰다. 세월이 흘러 32살이 된 에이브. 그는 아직 꼬마 탐정 사무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입은 거의 없다. 이웃들은 더 이상 그를 귀여워하지 않는다. 가족은 그가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직업을 구했으면 좋겠다. 동네 청소년들은 그를 만만히 보고 괴롭힌다. 에이브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도중 길을 잃었다. 그는 주변의 동정, 우려, 멸시를 외면한다. 현실이 너무 자존심 상하고 마음 아프기 때문이다. 에이브는 말한다. “네가 생각하는 너와 세상이 생각하는 너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건 힘든 일이지.”
그런 어느 날 순진한 여학생이 찾아와 남자친구가 살해당했다며 범인을 찾아달라고 사건을 의뢰한다. 에이브 가족은 “네가 그런 진지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며 무시하거나 따라다니면서 걱정을 한다. 에이브로서는 둘 다 미칠 노릇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하지만 성인들을 탐문할 일이 있으면 좌불안석이고 술을 핑계로 도망까지 친다. 그는 자기가 훌륭한 탐정이며 언젠가 진짜 사건을 해결할 거라고 믿는 척해왔다. 그러나 실은 그것이 허황된 기대라고 최종 판정이 나버릴까 두렵다.
제목은 어드벤처 가족 영화 같지만 <키드 디텍티브>는 스스로를 패배자라 느끼는 사람, 서브컬처와 음악을 좋아하는 아웃사이더, 건조하고 느린 유머를 좋아하는 영화광, 무엇보다 어른의 세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성인들에게 보내는 비밀 친구의 편지 같은 영화다. 경쾌한 클래식 탐정 드라마 같은 요소가 있고 문제 해결 과정도 흥미롭지만 추리가 핵심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에이브의 심리 변화다. 마침내 그가 억눌린 설움인지 과거와의 작별 인사인지 모를 눈물을 흘릴 때 당신의 어린 자아도 함께 위로받을 것이다. ‘괜찮아, 천천히 이별해도 돼, 잊지 않을게….’ 한편으로 영화는 에이브가 잡은 범인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지 못한 채 늙어버린 인간이 얼마나 추한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인생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의식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정기구독
- 공지사항
- 편집팀 기사문의 | 광고 제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