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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블라인드 안 하나?

직장인들의 대나무 숲 ‘블라인드’. 블라인드 세계에서만큼은 직장인들이 ‘갑’, 회사가 ‘을’이다.

On September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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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그거 알아?” 성별 불문, 모든 직장인이 ‘형’이라는 호칭으로 통하는 공간 ‘블라인드’ 앱. 회사 동료나 동종업계 사람들과 필터링 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파급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륙한 비행기를 돌린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두산그룹이 신입 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했던 ‘20대 명퇴’ 사건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도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직장 내 갑질, 부당한 처우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효과적인 창구로 자리매김했고 마음 놓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성지로 떠올랐다. 블라인드를 표방하는 앱이 출시될 만큼 화제성이 뛰어나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익명으로 고충을 접수할 수 있는 ‘군대판 블라인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옆자리 앉은 동료보다 편한 블라인드 동지

블라인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팀블라인드’사가 운영하는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원활하고 솔직한 소통을 위해 익명으로 운영된다. 회사 이메일이나 명함으로 소속을 인증해 가입자가 설정한 아이디와 회사명만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블라인드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등의 대기업부터 공무원, 공공기관, 중소기업, 스타트업, 개인사업자 등 다양한 기업과 직군에 속한 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개 직장인’이라는 공통점으로 블라인드에 모인 이들은 공감을 넘어 흡사 ‘의기투합’한 듯이 이슈에 대응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일이 아니더라도 상사의 갑질, 기업 내 문화와 복지에 대한 불만 등 직장 생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진심으로 반응한다.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A기업의 임원이 소속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근무 규칙을 강요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글이 블라인드에 올라오자 자신의 일인 것처럼 적절한 대응 방식을 조언한 것만 봐도 블라인드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일상적인 주제의 대화도 이어진다. 결혼, 출산, 육아, 취미 생활, 연인과의 갈등 등이 그것이다. 월급의 몇 퍼센트를 저축하고 재테크에 투자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글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친절하게 전수하는 모습이다. 직장인들의 지정된 월급날엔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는 ‘짤’들이 대방출된다. 반대로 월급날 직전에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찐’ 공감대를 형성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소개팅 주선과 불륜 폭로까지

최근 들어 블라인드 내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퇴근 후 함께 맥주 한잔할 사람을 찾거나 자신의 대략적인 정보와 이상형을 알리며 자발적으로 이성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온다. 이름, 나이 등의 정보는 알 수 없지만 아이디와 회사명이 노출돼 상대방의 경제력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개팅 창구로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블라인드의 최대 기능으로 꼽히는 고발은 임직원의 사생활까지 파고든다. 대표적 사례로 불륜 고발이 있다. 지난 6월에는 블라인드에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있고, 함께 있던 남성이 이를 말리는 사진이 공개됐다. 해당 사진에는 “남자가 외박해서 아내가 건물 로비에 잠복하고 있다가 불륜녀 머리채를 잡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을 저지른 남녀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상에 불륜 사실을 알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도 같은 맥락이다. 파급력은 여느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강력하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회사가 노출되고, 블라인드 가입자라면 누구나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

한편 블라인드는 지난 5월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 하이어(Blind Hire)’를 론칭해 사업 확장의 문을 열었다. 이는 블라인드에 가입한 직장인에게 직접 이직을 제안하는 스카우팅 서비스다. 이직 과정이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을 위해 제안받은 기업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곳에 선택적으로 이력 정보를 공개하는 섬세함까지 갖췄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블라인드 앱 다운로드 캡처
2021년 09월호
2021년 09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블라인드 앱 다운로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