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 연애 5개월 만에 결혼 소식을 알려 세간의 화제가 된 코미디언 심진화·김원효 부부. 코미디언 부부 가운데 손꼽히는 '닭살 커플'인 두 사람은 결혼 11년 차인 지금도 서로밖에 모르는 사랑꾼이다. 결혼 후 6년까지 동반 샤워를 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내는가 하면, 음식을 먹던 중에도 눈만 마주치면 진한 스킨십이 이어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두 사람은 방송에서도 서로를 언급하며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결혼 10주년을 앞두고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있는 내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심진화의 머리 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를 바라보는 듯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김원효. 김원효가 슈트로 갈아입자 연신 멋있다는 말을 쏟아내던 심진화. 단언컨대 심진화와 김원효의 사랑은 카메라 밖에서 더 진하다.
9월이 결혼 10주년입니다. 의미가 남다를 거 같아요.
심진화(이하 '심') 부부로 10년을 살았다는 게 별일 아닌 것 같겠지만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에요. 무슨 일이든 10년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신혼 초부터 결혼 10주년이 되면 몰디브 여행을 다녀오거나 리마인드 웨딩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어요. 리마인드 웨딩을 하게 된다면 결혼한 뒤 알게 된 좋은 지인들을 모셔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다 함께 모이지 못하게 돼서 다른 방법을 생각 중이에요. 몰디브 여행이나 리마인드 웨딩 때 사용하려고 했던 비용을 기부하는 방식으로요. 지난 10년을 행복하게 지내는 데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으니 베푸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원효(이하 '김') 주변 사람들이 "10년만 살아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신혼 초기에는 알콩달콩 잘 살아도 10년이 흐르면 많은 게 변할 거라는 말씀을 하셨죠. 그래서 10년 뒤에 우리 부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될 만큼 행복하게 지냈어요.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이겨낼 수 있었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두 사람은 어떤가요?(웃음)
심 변했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원효 씨와 저도 다른 부부들처럼 각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저는 집 안 정리를 즉각 하는 스타일이 아닌 반면 원효 씨는 눈에 보이면 바로 치우거든요. 불만이 생길 법한데 원효 씨는 아니래요. 반대로 제가 원효 씨에게 맞춰주는 부분이 있을 테니 집안일은 본인이 흔쾌히 해주는 거죠. 그리고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요. 생각해보면 각자가 서로를 위해 해주는 일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변함없이 지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김 맞아요. 살아가면서 '너는 왜 이렇게 부족해' '나는 하는데 너는 왜 안 해'라고 생각하면 다툼으로 번지게 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잖아요. 진화 씨와 저는 "나 대신 해줘서 고마워"라는 태도로 지내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잘 살아온 거 같아요. 또 저희 둘이 경제적인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웃음) 결혼 초반에는 제가 아내에 비해 일이 많아서 가계에 보탬이 됐고, 제가 주춤할 때는 아내가 홈쇼핑으로 이름을 알리던 때라 경제적으로 가장 역할을 했거든요. 혼자였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함께여서 10년이 무탈하게 흘러갔다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호감 부부'로 통하는데 비결이 뭔가요?
김 저의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방송이나 SNS에서 공개하는 저희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서 아닐까요? 연예인의 삶이 비연예인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저와 진화 씨에게는 그런 장벽을 느끼지 않는 거죠.
심 맞아요. 원효 씨와 제가 가진 친근한 이미지를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홈쇼핑 방송 초기에 화장품을 다루는데 평소 바르는 것처럼 손에 듬뿍 발라서 얼굴에 문질렀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신 분들이 "집에서 화장하는 내 모습 같다"며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성격상 저를 포장하고 꾸미는 것을 못하는데 그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거 같아 감사해요.
SNS에서도 닭살 부부의 면모를 뽐내는데 실제 모습과 싱크로율이 궁금해요.
심 아직 저희 사랑을 다 보여주진 못한 거 같아요.(웃음) 아내인 제가 봐도 원효 씨에게 비현실적인 모습이 있어요. 연애할 때 잘해주는 남자는 있지만, 결혼하고 10년 동안 같은 모습으로 사랑해준다는 건 대단한 일이거든요. 주변을 둘러봐도 원효 씨 같은 사람은 없어요. 실제로는 더 뜨겁답니다.
김 지난 2017년 MBC 다큐 <사람이 좋다> 촬영을 하는데 저희의 애정 행각을 지켜보던 제작진이 "카메라 꺼졌을 때는 편하게 행동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하던 모습 그대로 보여드린 건데 설정이라고 생각하신 거죠.(웃음) 그런데 며칠간 촬영하면서 실제로도 애정 표현을 많이 한다는 걸 알았는지 인정하더군요. 저희는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입맞춤을 하고,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즐거워요.
아내의 배려, 남편의 양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진화와 김원효는 각각 SBS 공채 7기, KBS 특채 22기 코미디언 출신으로 동종업계에 종사했지만 마주칠 일이 없었다. 각자 SBS <웃찾사>, KBS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던 중 김원효는 심진화의 존재를 알게 되고 첫눈에 반해 연락처를 수소문한 뒤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심진화는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빠듯한 상황에 직면해 김원효의 고백을 거듭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김원효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한 달 동안 심진화의 집 앞에 찾아가 마음을 표현했다. 매일 저녁 심진화와 식사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낸 김원효의 노력은 결국 심진화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김원효의 고백을 거절하다가 마음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요?
심 한 달 동안 빠짐없이 저를 찾아왔던 사람이 딱 하루 오지 않더라고요. 알고 보니 <개그콘서트> 단체 MT 일정이 있던 날이었고, 원효 씨는 같이 있던 동료들이 취할 때까지 술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기다렸다가 모두가 잠든 새벽 2시에 저를 찾아왔어요.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사정상 조금 늦은 거였죠. 그날 원효 씨가 오지 않는 게 괜스레 섭섭하면서 계속 기다리는 제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이 사람과 교제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진심은 통하나 봐요. 심진화 씨는 모든 방송에서 남편을 만난 게 인생에서 제일 큰 행운이라고 말하고 있죠.
심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원효 씨를 만나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할 거예요.
'아내 바보'라는 수식어로 많은 남성의 적이 됐어요.
김 예전에는 남자 선배나 후배, 동창들이 저를 자랑거리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비교 대상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게 '본인이 잘하는 걸 하자'는 거예요. 돈은 남편이 벌고 아내는 집안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내가 사회생활을 잘하면 저는 그에 맞춰 집안일을 하고, 반대로 제가 일이 잘 풀려 집안일을 하지 못할 때 아내가 대신 하면 되는 거죠.
장모님과의 돈독한 관계도 화제죠.
김 방송에서 제가 장모님을 극진히 챙기는 것처럼 비치는데 사실은 장모님이 저를 아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부분이 커요. 장모님은 빵 하나를 사다드려도 아이처럼 좋아하시고 굉장히 고마워하세요. 작은 행동을 해도 고맙다는 말을 항상 잊지 않죠. 그러니 제가 잘할 수밖에 없어요.
이 사람과 결혼하길 참 잘했다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심 매 순간이요. 다시 태어나도 저는 원효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원효 씨를 찾아낼 거예요.(웃음) 연애 기간이 짧아서인지 결혼한 후에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김 진화 씨의 지혜로움이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요. 저는 매사에 단순한 반면 아내는 작은 선택을 할 때도 신중해요. 그래서 제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고 짚어줘요. 결혼하고 일이 잘 풀리게 된 배경에는 진화 씨가 있죠. 내색은 잘 안 하지만 의지할 때가 많아요.
함께할 때 제일 좋아
사랑만 하면서 지낼 거 같은 심진화와 김원효도 알고 보면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지낸다. 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감정을 표출하고 타협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부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의견 충돌 과정에서 큰 소리를 내기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지낸 부부 같은데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도 있나요?
심 그럼요. 주로 원효 씨가 사업 욕심을 낼 때나 저와 상의 없이 큰 결정을 내렸을 때 갈등이 생겨요. 원효 씨는 어떤 일이든 큰 고민 없이 시작한 뒤에 생각하는 편인데, 저는 고민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편이 하고 싶다는 일을 만류하는 게 맞나 싶어요. 그래서 백번 생각해봐도 아닌 거 같을 때 한 번 말려요. 그리고 원효 씨 뜻대로 하도록 놔뒀을 때 결과가 좋았던 적도 있어 무조건 반대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의견 충돌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심 이혼할 게 아니라면 감정싸움은 하지 말자는 주의예요.(웃음) 평생 같이 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큼 몹쓸 짓이 없어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다투시는 걸 보고 '왜 상황을 악화시킬 만한 이야기를 하지?' '한번 참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2세를 갖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어요. 아직도 계획 중인가요?
심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아이가 생기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둘이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라는 의미 아닐까요?(웃음) 물론 아이가 주는 행복을 느끼진 못하지만, 반려견 태풍이와 셋이 함께 사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김 방송에서도 공개했다시피 2세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아픔을 겪기도 했고요. 지금은 아이에게 쏟을 정성을 서로와 양가 부모님께 다하자는 방향으로 진화 씨와 대화를 나눈 상태예요.
지난 10년, 돌아보면 어떤가요?
김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요. 돌아보면 행복했던 기억만 떠올라요. 10년 사이에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웃을 날이 더 많아서 금세 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버려 아쉬움이 커요. 음식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어버린 기분이랄까요? 앞으로의 10년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심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행복하기만 했어요. 원효 씨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져 아깝다는 생각도 들죠. 아까움마저 느끼지 못하도록 더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야겠어요.
끝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마무리할게요.
김 시간이 흘러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 와도 함께라면 모든 게 행복할 거예요. 진화 씨와 끝까지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지금처럼만 살면 더할 나위 없을 거 같아요.
심 감사하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어요. 앞으로도 오늘처럼 서로로 인해 많이 웃고 사랑하면서 살아요. 원효 씨, 사랑해요!
서로에게 서로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심진화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장 힘들었던 때, 남편 김원효를 만나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게 됐다며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심진화를 바라보던 김원효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모양이 아닐까? 나란히 앉은 두 사람에게서 사랑을 보았다.
결혼 11년 차 닭살 커플이 말하는 부부의 의미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
김원효 재미. 무엇이든 같이 했을 때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진화 역지사지의 마음. 신혼 초에 남편이 행사, 방송 등으로 스케줄이 바빠지면서 술자리가 늘었다.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봤다. 능력을 인정받아 일이 늘고, 인맥이 넓어지면 정말 신날 거 같았다.
건강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
심진화 사회가 규정한 부정적인 시선에서 탈피해 두 사람만의 결혼관을 만들어가야 건강한 부부관계,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소위 "결혼은 현실이야"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부정적인 어감을 갖고 있지 않나. 결혼이 현실이라는 건 맞지만, 그 현실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또 서로 노력을 다하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효 행복한 노부부를 보면 닮고 싶지 않나. 그 마음을 간직하고 언제나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면 된다. 결혼 초반 우리 부부에게 "10년만 살아보면 타오르던 사랑이 변할 거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부정적으로 변한다고 지레 겁부터 먹지 말고 더 좋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유념했으면 좋겠다. 우리를 통해 10년이 지나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걸 느끼길 바란다.
부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심진화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부모는 두 명인데 부부는 서로밖에 없다. 때로는 세상에 둘만 남은 것처럼 고귀하게 느껴지는데 그 누구도 남편, 아내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인 거 같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고민을 하면서 점점 가족이 돼가는 신기하고 값진 관계는 부부뿐이다.
김원효 1 더하기 1의 답이 1일 수 있다는 걸 납득하게 만드는 관계. 산수로 따졌을 때 답은 2인데 2는 하나로 다시 나뉜다. 부부는 두 사람이 만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심진화에게 김원효란?
심진화 생명의 은인이다. 남편을 만나 삶이 바뀌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힘듦이 사그라졌고 안정감을 느끼게 됐다. 힘든 순간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마음 이상으로 나를 살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효에게 심진화란?
김원효 아내는 내 안에 흐르는 피와 같다. 내 혈액형은 B형이고, 아내는 A형이다. 실제로는 섞일 수 없지만 조금씩 닮아가면서 내 일부가 돼가는 거 같다. 혈액처럼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