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배우 하정우가 검찰 측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의혹이 제기된 지 1년 만에 전해진 소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원지애 부장검사)는 하정우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 처분했다. 치료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는 하정우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 투약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약식기소는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서면심리로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절차다. 아직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하정우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이면서도 피부과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수면마취를 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말했고, 그에 따른 처분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실제 시술을 받았기에 잘못으로 여기지 못한 안일한 판단을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2월이었다. SBS <8시 뉴스>는 하정우가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10차례 이상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 마약류관리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하정우 측은 “레이저로 얼굴 흉터 치료를 받으면서 수면마취를 시행한 것이 전부”라며 “어떠한 약물 남용도 없었다”고 강경하게 부인했다.
“반성은 어디에?” 싸늘한 여론
하정우가 직접 입장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당시 친동생, 매니저 등의 이름으로 약물을 투약한 ‘차명 진료’ 부분이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하정우는 “병원 원장이 최초 방문 시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라’고 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 이름 등의 정보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백하게 치료를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쓰고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받았을지 의문이다. 병원 측이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발목을 잡힐 수 있는 대목인데도 말이다.
해당 성형외과의 원장이 지난해 3월 관련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하정우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다만 원장은 혐의를 인정하는 동시에 투약 횟수 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병원이 같은 혐의로 구설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도 내원했던 곳이라고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후 하정우는 같은 해 7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에도 “프로포폴 투약은 치료 목적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하정우가 이번 검찰의 기소에 대해 내놓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안일한 판단이었다”는 입장문을 두고 비판이 이어진다.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그가 위법행위로 구설에 오른 상황에서 사안을 더 엄중하게 바라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정우는 논란과 별개로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는 주연작 영화 <보스턴 1947>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으로 대중을 만난다. 또 카카오M 영화 <야행>으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명 인사들의 은밀한 ‘프로포폴’ 투약
프로포폴은 흰색 액체 형태의 약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로 ‘우유주사’라고도 불린다. 다른 마취제보다 쉽게 잠들고 깨 의료 시술이나 간단한 수술, 신체검사 등에서 가벼운 마취가 필요할 때 사용된다.
프로포폴은 지난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됐는데, 다른 마약류와 비교했을 때 중독성은 낮지만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듯한 개운한 느낌으로 정신적인 의존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나 피로감, 불면증 등에 시달릴 때 프로포폴 투여 후 잠에서 깨어나면 피로감을 없애준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재차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마취 과정에서 저혈압이나 무호흡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망의 위험도 있다. 보통 의료시설에서 프로포폴을 투여한 환자는 그 목적과 분량 등을 자세히 기록해 보건 당국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연예계, 재계 등 유명 인사들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현영 등 배우들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치료를 목적으로 42~185회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수의 재계 인사도 프로포폴 투약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올라온 공익 신고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에 휩싸였다.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월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 목적 외에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피부 질병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약물을 투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지난 6월 4일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또 경찰은 기소된 사건과는 별개로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이 부회장의 추가 프로포폴 투약 사건을 같은 달 16일 검찰에 이송했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한 개의 구성 요건에 해당해 한 개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프로포폴을 무려 100여 차례 불법 투약한 것으로 드러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채 전 대표는 2017~2019년 이 같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지인들의 인적 사항을 병원장에게 전달해 투약 내용을 나눠 기록하는 방법으로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채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지난 4월 26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500여 만원과 40시간의 약물 치료를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포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1년 만에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됐고, 박진원 두산메카덱 부회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유명인의 잇따른 프로포폴 투약 논란에 처벌 수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상습 투약했을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오남용 기준이 모호한 프로포폴 등 마약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오남용 기준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022년까지 마약류 오남용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에 속하는 졸피뎀, 프로포폴, 식욕억제제(펜터민, 로카세린, 펜디메트라진, 암페프라몬, 마진돌) 성분에 대한 오남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전망이다.
‘마약 투약’ 발뺌했다가 들통난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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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필로폰을 불법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는 투약 사실을 부인하면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눈물로 호소했지만, 마약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전 여자친구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한 뒤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9년 구속기소돼 그해 7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논란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던 박유천은 팬 미팅, 화보집 발간 등으로 활동을 재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비아이
아이돌그룹 ‘아이콘’ 전 멤버 가수 비아이(김한빈)는 지난 2016년 대마초를 피웠다는 의혹을 받고도 경찰 조사를 회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그는 자신의 SNS에 “한때 너무 괴로워 관심조차 갖지 말아야 할 것에 의지하고 싶었지만 겁이 나고 두려워 하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비아이는 결국 ‘아이콘’에서 탈퇴하고 2년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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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성
가수 휘성은 수차례 마약류 불법 투약 논란에 휩싸였다. 2011년부터 2013년 초까지 서울 강남 일대 피부과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으나 병원 치료 목적이라고 인정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9년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 투약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남자 연예인 A씨와 함께 했다고 폭로했고, A가 휘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구설에 올랐다.
휘성은 “왜 자신이 희생양이 돼야 하냐”는 취지의 발언이 담긴 에이미와의 통화 녹취본을 공개하며 억울함을 성토했지만, 지난해 3월 마약을 투약하고 한 상가 화장실에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