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숙제했으니까 나이트클럽 가게 해줘." 일명 '마마보이 실험 영상'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유튜브 채널 <배꼽빌라>. 지난 2018년 SBS 공채 개그맨 출신 김승진, 유룡, 이재훈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채널이다. 코믹함이 영혼까지 깃든 세 사람의 재치와 자유로운 포맷의 유튜브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재훈(이하 '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던 시기였어요. 유튜브를 하고 있는 지인과 같이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그 지인만 알아보더라고요. 그때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유룡(이하 '유') 어린 조카를 만나면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은 몰라도 유튜버는 알더라고요.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니 곧 시장이 커지겠구나 싶었어요.
김승진(이하 '김') 처음에는 셋이서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런데 진입장벽이 높아서 유튜브로 눈을 돌렸어요.
<배꼽빌라>라는 이름의 뜻도 궁금합니다.
이 처음에는 '개꼴통'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는데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다가 귀여운 인상을 풍기는 이름이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이 모여 웃음이 연상되는 '배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빌라'는 승진이 형이 추천했어요. 어린 시절 빌라에 살아서 꼭 빌라를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김 빌라라는 단어, 서정적이지 않나요? 어릴 때 16평(약 52.8㎡)짜리 빌라에서 대가족이 함께 살았던 기억이 있어요. 남다른 추억도 있고 빌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어감이 좋아서 추천했어요.
유튜브 채널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요?
유 세 사람 전부 개그맨이니까 웃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이 맞아요. 일상에서 장난치는 걸 순서대로 배치해 여러 개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개그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마마보이' 실험 몰래카메라가 큰 화제였죠.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요?
김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전에 했던 개그들을 다시 돌려봤어요. 그러다가 '어? 이런 걸 했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게 마마보이였어요.
유 사실은 영상 업로드 날짜는 다가오는데 만들어놓은 게 없어 급하게 찍은 겁니다.
90만 명의 구독자를 얻은 비결이 궁금해요.
김 단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동료 개그맨들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어요. 방송을 하지 못해 유튜브로 간 거라는 인식이 강했죠. 그런데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각자의 색을 뽐내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방송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유튜브를 통해 웃긴 개그맨이라는 걸 알리게 된 분도 많잖아요.
수입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엄청난 부를 창출했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희도 많이 벌고 싶어요.(웃음)
김 누군가를 웃기면서 돈벌이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지만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일정하지 않아서 불안하기도 해요. 당장 내일부터 수입이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웃겼다’는 반응만큼 좋은 게 없어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영상을 봤는데 웃느라 배에 힘이 잘 들어갔다는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주목을 받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유 6개월이요. 심혈을 기울인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조회 수가 많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별생각 없이 찍었던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을 때도 있어요.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유튜브에는 정답이 없어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시청자가 어떤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는지 파악하고 의견을 반영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구독자 댓글이 있나요?
김 고된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저희 영상을 보고 웃음이 났다는 댓글이 기억나요.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하는 천성 때문인지 '웃겼다'는 반응만큼 좋은 게 없는 거 같아요.
유 저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배꼽빌라> 영상을 봤는데 웃느라 배에 힘이 잘 들어갔다는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남겨준 반응이 사실이든 아니든 재미있게 봤다는 표현이잖아요.
개그맨들이 유튜브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유튜버도 있을 거 같아요.(웃음)
김 초반에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우리 기준에 맞춰 웃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에서 인기 채널로 자리 잡은 <동네놈들>이나 지금 화제를 이끌고 있는 <피식대학> 친구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좋은 자극제가 되는 친구들이에요.
질투가 나진 않나요?
전혀요. 모두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개그맨들이 유튜브에 발을 들이더니 더 잘하네?' '몰랐는데 정말 웃기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기를 바라고요.
유 한 개그계 선배가 "남이 잘되면 축하해줄 수 있지만 정말 잘되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배가 아프다기보다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리고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어요. 우리도 '피식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수위 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김 웃음 코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는 표현도 오해의 여지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고요. 1년 전에는 통했던 농담이 이제는 무례함으로 느껴진다면 고쳐야죠. 시대에 맞춰 개그 방식을 달리하는 게 이 직업의 숙명인 거 같기도 해요. 방송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을 기준으로 수위 조절을 해요. 구독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음식을 길에 버리는 걸 개그 소재로 사용한 뒤에는 다시 주워 먹는 장면까지 포함해 불편함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요.
코미디 무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유튜브는 어떤 존재인가요?
유 터닝 포인트. 유튜브를 통해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보다 높은 인지도를 얻었고, 다채로운 개그 콘텐츠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됐잖아요.
<배꼽빌라>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방송국에서 코미디 무대에 서는 것. 개그맨으로서 코미디 무대가 없어진 게 정말 아쉬워요. 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시작할 때와 다름없는 목표예요.
유 저는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옮겨 구독자를 확장하고 싶어요. 또 재훈 씨와 마찬가지로 방송국으로 돌아가 역량을 펼치고 싶어요.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많거든요.
김 저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진 않아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지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