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세) 씨의 사망 사건이 매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 지 5일 만인 4월 30일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 씨의 사건 정황은 ‘수상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
손정민 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는 ▼휴대전화 분실 후 곧바로 교체 ▼친구 실종 후 찾으려 하지 않음 ▼경찰 수사 초반 곧바로 변호사 선임 등 의심이 갈 만한 행동을 연이어 했다. 하지만 아직 경찰은 친구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수준이다. 네티즌이 ‘친구가 범인’이라며 경찰의 수사와 초기 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 등 다른 사법기관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경찰에 대한 비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과 검사, 판사들까지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업데이트해가며 ‘가정’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미스터리한 사건이라는 얘기다.
미스터리! 총정리
4월 24일 오후 10시 30분쯤 만난 정민 씨와 그의 친구 A씨는 한강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정민 씨는 25일 오전 1시 56분까지는 살아 있었다. 동영상이 근거다. 정민 씨 휴대전화(친구 A씨가 가지고 있었다)의 마지막 기록인 동영상에서 A씨는 정민 씨에게 큰절을 한다. 그러자 정민 씨는 A씨에게 “골든 건은 네가 잘못했어, 솔직히”라고 말한다.
그보다 30분쯤 전인 오전 1시 30분경에는 정민 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오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정민 씨 휴대전화는 포렌식 결과 사용한 기록이 없다.
그사이, 친구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오전 3시 30분 어머니와 통화했다. 이는 경찰 조회 기록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정민이가 취해서 자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A씨도 잠이 들었다고.
하지만 그때부터 오전 4시 30분까진 미스터리한 시간으로 그 어디에도 기록이 남지 않았다. 반포한강지구 일대의 CCTV에 이들의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1시간 뒤인 오전 4시 30분. A씨는 “자다가 일어났는데 옆에 친구(정민)가 없어서 집으로 출발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정민 씨가 먼저 귀가했다고 생각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증거도 있다. 오전 4시 30분, 근처 토끼굴(한강공원과 반포를 연결하는 굴다리 이름) CCTV에 A씨가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공원에서 정민 씨의 집은 걸어서 10분 내외 거리, A씨의 집은 차로 15~20분 거리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30분 뒤인 오전 5시경, 토끼굴에 A씨 가족이 모두 등장한 것. 정민 씨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30분 뒤, 정민 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정민이가 실종됐다”고 알렸다. 특이한 점은 ‘집에 도착했냐’고 물은 게 아니라, ‘없어졌다’고 곧바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민 씨의 어머니는 곧바로 아들 휴대전화로 전화했지만, 정작 휴대전화는 A씨가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A씨는 이에 대해 집에 와보니 정민 씨의 휴대전화가 자신의 옷 주머니에 있었다는 취지의 얘기를 경찰에 밝혔다).
정민 씨 아버지는 한강공원으로 곧바로 나갔고, A씨 휴대전화를 정민 씨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측해 전화를 계속 시도했지만 오전 7시쯤 전원이 꺼졌다.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곳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기지국’이다. 두 사람이 술을 마셨던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바로 맞은편이다. 그리고 5일 뒤인 4월 30일, 정민 씨는 차가운 시신으로 민간 구조사의 손에 발견됐다.
정민 씨 아버지의 문제 제기에 새 국면
평범하게 묻힐 뻔했던 대학생 실종 사건은 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50세) 씨의 적극적인 도움 요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손 씨는 A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손현 씨는 지난 5월 9일 방송된 채널A <뉴스를 보다>에 출연해 “(A씨가) 최소한 친구(정민)를 찾는 노력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증거는 없고 정황만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이상한 점이 많다. 의혹을 밝혀 그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A씨는 보통의 친구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을 했다. 실종 당시 신고 있던 신발을 버렸다. 이는 A씨 아버지가 정민 씨 아버지에게 얘기했는데, A씨 가족이 A씨의 신발을 버리는 장면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오전 3시 30분 통화 때만 해도 자신의 휴대전화로 어머니와 멀쩡하게 통화한 뒤, 한 시간 자다 깬 사이 친구(정민)의 휴대전화를 들고 있게 된 점도 아이러니하다. A씨는 휴대전화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집에 가서야 알았다고 한다. 그 후 휴대전화를 찾으려 하지 않고 곧바로 번호도 바꿨다. 네티즌은 ‘휴대전화 없이 못 사는’ 통상의 20대가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친구가 실종된 뒤에도 친구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 대응에 나섰고 최면 수사 때도 변호사를 대동했다. 정민 씨 시신이 발견된 뒤에 조문을 하지 않다가 A씨의 작은아버지와 함께 뒤늦게 장례식장을 찾아 더더욱 의심을 자아냈다(A씨는 장례식장에서 정민 씨 아버지 손 씨의 거절로 조문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변호인을 통해 “신발을 버린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어머니가 버린 것이며, 밑창이 닳을 정도로 낡은 데다 토사물까지 묻어 다음 날 집 정리를 하면서 버렸다. 또, 가족과 함께 다시 한강공원을 찾은 것은 새벽에 전화하는 것은 결례라 생각하고 마침 가족이 깨어 있어 손 씨를 함께 찾으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씨는 사라진 A씨의 휴대전화가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민간 잠수사를 동원해 수색에 직접 나섰다. 5월 10일 기준, 2대의 휴대전화를 찾아냈지만 모두 A씨의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손 씨는 지속적으로 언론 등에 경찰 수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휴대전화 포렌식 범위가 제한적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실종 당일 함께 있던 친구 A씨가 가장 먼저 통화한 어머니뿐 아니라, 나머지 가족의 통화 기록 등도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손 씨는 “A씨를 장례식장에 데리고 온 작은아버지, CCTV에 찍힌 A씨의 운동화를 버린 다른 가족도 사건과 관련이 없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경찰 수사는 손 씨 희망보다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일단 경찰은 A씨와 통화한 A씨의 어머니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을 하고 있다. 사건 발생 보름째인 5월 9일이 돼서야 A씨와 A씨의 아버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0시간가량 조사했다. 두 사람은 각각 변호사를 대동한 채 별도의 공간에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맡은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의 휴대전화를 수색하고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정민 씨 사건 파악에 여력을 다하고 있다.
검찰도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 손 씨가 ‘경찰 수사 관련 진정’을 제출해 경찰 초동수사 대응 적절 여부를 가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 검사는 “경찰이 과도하게 비판을 받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정확한 의심 증거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경찰력을 동원해 ‘휴대전화 확보’ 등에 나설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경찰 수사력이 비판을 받는 것은 알지만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해서 더 잘할 수 있는 사건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런 사망 사건은 경찰이 수십 명, 수백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사건 관련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아쉽다면 초반에 적극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실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CCTV도 제한적으로 찍혀 있고, 무엇보다 핏자국이나 다툼의 증거 등도 없는, 소위 말하는 현장이 없는 사건 아니냐”며 “이런 사건은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데 진술해줄 수 있는 사람도 A씨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