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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니까

독보적인 캐릭터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입증해온 천우희가 강렬함을 벗고 친근한 캐릭터로 돌아온다.

On May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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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배우 천우희가 스크린으로 컴백한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돼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 분)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이후 그들이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 감성 무비다. SNS 소통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잊히고 있는 기다림과 편지가 주는 느림의 미학으로 공감과 위로를 건네며 이 시대 청춘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작품이다. 천우희는 극 중 팍팍한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씩씩한 청춘 소희의 내면을 단단한 감성 연기로 그렸다.

가수 비의 ‘나쁜 남자’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의 뮤직비디오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린 조진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조 감독은 “소희라는 캐릭터는 목소리 톤 하나하나에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야 했는데, 천우희 씨가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상대역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서 ‘용식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대세 배우 강하늘. 영화 <스물> <쎄시봉> <동주> <청년경찰> 등 다양한 시대 속 청춘의 초상을 선보였던 그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강하늘은 극 중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보통의 20대 청년 영호로 변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생>과 <써니>에서 각각 강하늘, 천우희와 호흡을 맞췄던 강소라가 특별 출연하고, 라이징 스타인 이설과 강영석, 베테랑 배우인 임주환, 이양희, 이항나 등이 출연해 빈틈없는 열연을 펼친다.

영화 <써니>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천우희는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한공주>로 청룡영화제를 비롯한 7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상을 휩쓸며 압도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영화 <카트> <뷰티 인사이드> <곡성> <어느 날> <버티고> <멜로가 체질> 등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천우희는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일상적이고 편안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매력적이었다”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 제작 보고회를 통해 천우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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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역 강하늘, 넉살 좋은 친절맨”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점은? 처음엔 유명한 노래 제목과 같아서 그 노래와 연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대본을 읽은 뒤엔 제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따뜻한 영화라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영화는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경험은 있나? 오래 기다려본 적은 없는데….(웃음) 영화의 매개체이기도 한 편지와 전화를 거친 세대라 답장을 기다리거나 전화를 마냥 쳐다보는 영화 속 장면의 기다림에 공감했다.

본인이 맡은 역할 소희는 어떤 청춘이라고 생각하나? 엄마와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씩씩한 20대를 막 지나고 있는 청춘. 물론 아픈 언니를 대신해 영호와 연락하며 소소하게 활력과 위로를 받는 캐릭터다.

천우희라는 배우와 ‘헌책방’이라는 공간이 잘 어울린다. 영화 속에 과거 소품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당시에 있었던 ‘신문물’보다 헌책과 LP판에 눈이 가더라. 개인적으로 헌책의 향기가 매력적이라 참 좋았다. 처음에 세트장에 갔는데 원래 헌책방인 줄 알았다. 그 방대한 양의 책을 스태프가 채워놨다. 헌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익숙해서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잡지를 보고 이런 잡지가 있었나 싶고 신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독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 작품을 할 때는 잘 보지 못하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가까이 두려고 한다. 특히 지난해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서 독서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소희를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과는 별개로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부분은 소희가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큰 캐릭터라는 것이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 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희는 자신보다도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했다.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소희 역이 실제 내 모습과 닮은 거 같다.

소희가 영호에게 ‘만나지 말자’라는 말을 편지로 보낸다. 어땠나? 소희는 배려심 때문에 영호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실제 나라면 편지를 안 했을 수도 있다. 직접 만나자고 할 거 같다. 그렇다고 내가 화끈한 성격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선 만나서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

감독이 이번 작품을 통해 천우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른 작품 속에서도 ‘등장인물’로서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강하늘과의 호흡은 어땠나? 편지를 주고받는 설정이라 서로의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감정에 몰입하며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많았다. 말을 주고받는 느낌이랄까. 그 안에서 그날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거나 상상하게 되더라. 영화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까 오히려 내레이션이 기다림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관객의 큰 기대를 모으는 조합이다. 서로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강하늘 씨는 영호 역과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원래도 잘했지만 청춘에 관한 역을 많이 해왔고 영호와 강하늘 씨가 갖고 있는 색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대감이 있었다.

강하늘은 ‘미담 제조기’로 유명하다. 에피소드가 있었나?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넉살도 좋다. 첫날 미팅하고 인사하는데 넉살이 너무 좋아서 ‘저래서 모든 사람에게 호감이구나’ 싶었다. 사실 현장에서 마주치는 신이 많지 않아서 어색하고 낯설 수 있는데, ‘누나’ ‘누나’ 하면서 잘 다가와줘 고마웠다. ‘친절’이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강하늘일 것 같다.

이번에 강소라와 <써니> 이후 10년 만에 재회했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 연락은 간간이 하지만 사실 일하면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20대 모습, 30대 모습이 같은 영화에 나란히 담긴다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했다.

스태프가 천우희라는 배우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더라. 그런가? 나는 현장에서 무겁게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과 편하게 작업해야 연기도 잘 나오는 편이다. 특히 과거에 내가 겪었던 시대를 연기하다 보니 편안함과 익숙함이 있었다. 그리고 소희라는 캐릭터가 실제 나와 맞은 부분이 있어 모든 게 편안했다.

그리운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누구에게 보내고 싶나? 혹은 받았던 편지 중에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나? 팬의 편지가 기억에 남는데 하나만 꼽기는 어려울 거 같다.(웃음) 누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나 생각해봤더니 부모님이다. 사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편지를 자주 썼다. 어버이날이나 기념일에 썼는데, 성인이 되고 또 내 일이 중요해지면서 한동안 편지를 못 썼다. 그리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오랜만에 부모님께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키다리이엔티
2021년 05월호
2021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