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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TV & 영화 라인업

On May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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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여자

상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한밤중에 전화가 울리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얼마 전 가족의 병환을 알고도 코로나19 때문에 가보지 못하는 친구와 함께 두 편의 영화를 봤다. 막연히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죽음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는 서로 말도 못 하고 눈치만 보면서 숙연해했다. 하지만 동서양의 삶과 죽음에 관한 대조적인 철학을 담아내 연달아 보면 유독 흥미로운 영화긴 했다.

첫 번째는 캐나다 영화 <야만적 침략>(2003)이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이다. 데니 아르캉 감독의 1986년 작 <미제국의 몰락>과 캐릭터를 공유하지만 따로 봐도 문제없다. <야만적 침략>의 주인공 '레미'(레미 지라르드 분)는 급진적 자유주의 지식인 친구들에 둘러싸여 방탕하게 살았다.

그런데 큰 병을 얻고 보니 자식뻘 여자가 울고불고 매달리는 것도 귀찮다. 아들 '세바스티앙'(스테판 루소 분)은 고작 이러려고 어린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냐며 분개한다. 하지만 곧 죽을 사람에게 화만 낼 수는 없다.

가족과 친구들은 레미의 여생이 투병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진통제 대신 마약을 공급하기로 한다. 건실한 사업가인 세바스티앙은 마약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마약 단속반을 찾아간 것이다. 경찰은 물론 "우리가 마약 딜러냐"며 발끈하지만 어찌어찌 정보를 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지하게 그려지는 게 이 영화의 묘미다. 가족, 친구들의 도움으로 레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고 즐긴다. 그는 죽음마저 스스로 결정하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이자 개인주의자였고, 주변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또 다른 영화 <페어웰>(2019)의 죽음은 정반대다. 한중 혼혈 배우 아콰피나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1.5세대 이민자 '빌리'는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으로 향한다. 가족 모두 당사자에게 병세를 숨긴 채 손자의 가짜 결혼식을 핑계로 한자리에 모인 참이다.

빌리는 좌불안석이다. 진실을 밝히고 환자 스스로 여생을 정리하도록 도와야 하지 않나 혼란스럽다. 하지만 가족이 말린다. "암에 걸린 사람은 공포 때문에 죽는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 목숨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것이다. 가족들이 곧 죽을 사람에게 진실을 알리는 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비밀의 무게를 내려놓고 홀가분해지고 싶어서다…." 결국 <페어웰>에서는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그의 여생을 설계하고 작별을 준비한다.

과연 어떤 방식이 옳은가? 인간의 생은 개인의 것인가, 공동체의 것인가? 죽음을 통제하는 것과 모른 채 맞이하는 것,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과 두려움 없이 행복한 것, 어느 쪽이 나을까? 답은 모른다. 다만 <페어웰>에서 고민하는 빌리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 이런 말이었다. "너희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병에 걸렸을 때 비밀로 했어."

그 순간 빌리는 할머니가 지향하는 삶과 죽음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고,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을 존중하기로 한다. 아버지를 위해 마약을 구하러 가는 <야만적 침략>의 세바스티앙과 근본적으로 같은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자신답도록, 그게 삶에서처럼 죽음에서도 이뤄지도록 돕는 것. 어쩌면 가족의 역할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가장 가까웠던 '제이콥'(존 시나 분)이 전 세계를 위기로 빠트리자 도미닉(빈 디젤)과 패밀리들이 컴백해 전략적인 작전을 그린다. '빈 디젤 패밀리'의 컴백에 기대감이 모인다. 5월 19일 개봉

  • 크루엘라

    디즈니 <101마리 달마시안>의 악녀 '크루엘라'의 서사가 담긴 영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과 함께 골든글로브,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휩쓴 배우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5월 중 개봉

  •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

    집에서 생활하는 지능형 '베터맨 패밀리'와 맨손으로 사냥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본능형 '크루즈 패밀리'의 갈등과 이해가 담긴 애니메이션. 두 가족에게 닥친 예상치 못한 위협이 펼쳐진다. 5월 5일 개봉

  • 학교 가는 길

    서울 시내 특수학교 설립을 이뤄낸 장애인부모연대 학부모들의 좌절, 열정, 희망 등의 순간이 기록된 영화. 특수학교가 부족하다는 사회적 문제의식과 연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담겼다. 5월 5일 개봉

TV

  • KBS2 <오월의 청춘>

    1980년 5월,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희태'(이도현 분)와 '명희'(고민시 분)의 아련하고도 설레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휴먼 멜로드라마'. 넷플릭스화제작 <스위트홈>에서 남매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도현과 고민시가 러브 라인으로 출연한다고 알려져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드라마다. 4월 공개된 드라마 티저 영상에서 명희의 뒤를 바라보던 희태의 아련한 눈빛으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5월 3일 첫 방송

  • tvN <간 떨어지는 동거>

    999살 구미호 '신우여'와 99년생 요즘 여대생 '이담'이 얼떨결에 한집 살이를 하게 되면서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차세대 로코 장인으로 떠오른 배우 장기용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활약한 배우 이혜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 밖에도 배우 강한나와 김도완, 배인혁, 김도연 등이 출연한다. 5월 중 첫 방송

  • tvN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계약을 한 인간 '동경'의 판타지 로맨스. <뷰티 인사이드>로 필력을 인정받은 임메아리 작가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의 권영일 감독이 호흡을 맞춘다. 배우 서인국과 박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5월 10일 첫 방송

  • KBS2 <이미테이션>

    아이돌 100만 연예 고시 시대에 맞춰 진짜를 꿈꾸는 모든 별을 응원하는 드라마.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지난 2014년 첫 연재 이후 웹툰 누적 조회 수 4.6억 뷰를 돌파하며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아이돌 그룹 '유키스' 출신의 이준영과 영화 <기생충>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배우 정지소가 호흡을 맞춘다. 5월 7일 첫 방송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tvN·KBS·JTBC·유니버설 픽쳐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영화사 진진
2021년 05월호
2021년 05월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tvN·KBS·JTBC·유니버설 픽쳐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