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가족, 반려동물 가족의 증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가족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정도였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부모와 자녀로 대표됐던 가족의 개념과 범위가 점점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혼인·혈연 중심에서 확장돼 비혼·입양 등 가족 형성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2020 주민등록 인구통계’(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인 이상 가구 비율이 2016년 25.1%에서 2020년에는 20%로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9.2%를 차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인 가구를 합한 비율이 전체 가구의 62.6%를 차지했을 정도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 없이 딩크족으로 삶을 영위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오래전 공개 입양을 한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 신애라는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 “입양은 선행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의 형태일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배우 진태현·박시은 부부도 대학생 딸을 입양해 한 가족을 이뤘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가구도 늘고 있다. 최근 친형의 횡령 논란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방송인 박수홍에게 가장 큰 힘이 돼준 존재는 반려묘 다홍이. 그는 방송에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을 때 다홍이가 옆을 지키며 눈을 깜박여줬다.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를 다홍이를 통해 치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가족을 이뤄 살고 있는 시대다. 이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딩크족, 비혼, 조립식 가족도 포용하는 가족의 범위
재혼 가정의 모범으로 불리는 배우 장신영·강경준 커플. 한 차례 아픔을 겪은 장신영은 강경준과 2018년 재혼해 둘째 아들 정우 군을 낳았다. 그녀는 첫째 아들인 정안 군과 강경준이 친밀해지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방송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공감을 샀다.
방송인 김나영은 싱글맘이자 워킹맘으로 두 아들을 혼자 키우며 보내는 일상을 당당하게 SNS에 공개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배우 겸 방송인 김원희는 대표적인 딩크족 스타. 2005년 사진작가 손혁찬과 결혼한 그는 “1남 4녀로 자라 가족과 북적북적하게 지낸 시간이 길었기에 자녀에 대한 조급함이나 간절함이 크지 않다”며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배우 김수로도 배우 이경화와 2006년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딩크족으로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일찍이 자녀를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비혼 선언을 한 연예인도 많다. “누군가의 여자로 사는 것도 좋지만, 내 이름 석 자를 빛내면서 멋있게 사는 것도 좋다”고 말한 배우 김혜수, “결혼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더 집중하고 싶다”고 한 배우 김서형 등이 대표적이다.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경우도 많아졌다. 동거는 결혼 제도를 대체할 미래의 가족 형태라고 점쳐지기도 하고, 머지않은 미래에 결혼 제도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 미래학자도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동거가 결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형태의 비혼 공동체인 조립식 가족도 생겨나는데, 베스트셀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김하나와 황선우는 고양이 네 마리와 한 가족을 이뤄 살며 겪은 에피소드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 두 여자와 두 여자 중 한 여자와 결혼한 남자, 이렇게 절친한 세 사람이 함께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다.
비혼을 지향하는 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는 한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9명이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정상 가족이라는 틀과 결혼 제도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살아가는 비혼 여성 공동체 ‘에미프’도 확대된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이다.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한 사유리
최근 사유리는 비혼 출산으로 화제가 됐다. 사유리는 자연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기보다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하는 쪽을 택했다.
한편 사유리는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할 것을 밝혔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에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KBS 측은 “사유리의 출연이 비혼을 장려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기고 있고, 사유리 가족은 그중 하나”란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고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자체가 모순이며 폭력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일반적인 형태, 즉 남녀 부모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라고 해서 비정상 가족은 아니라는 것.
가족의 형태가 어떻게 구성됐든 가족 구성원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지만 최근 변하고 있는 다양한 가족 양상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생계·주거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인식 확산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4.2건으로 1970년 국가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녀가 동거할 수 있다는 응답은 2010년 40.5%에서 2020년 59.7%로 높아졌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여긴다는 답변은 69.7%나 됐다. 정서적 유대가 있는 친밀한 관계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응답도 39.9%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한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은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족의 범위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4월 여성가족부는 여성단체, 한부모·미혼모 관련 단체와 함께 국회에 계류된 가족 관련 법령 개정 필요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족의 정의에 비혼·동거 커플을 포함하고, 법령상 ‘건강가정’ 용어를 상대적으로 가치중립적인 ‘가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가족 구성원의 민주성과 평등성을 강조한 조항이 명문화될 예정이다.
국가 대부분의 정책이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1인 가구, 자녀가 없는 가구, 동거 가구 등 정상 가족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한다. 프랑스는 동거 상태인 ‘코아비타시옹’을 인정해 출산과 육아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류 몇 가지로 ‘팍스(PACS:시민연대협약)’라는 계약을 맺으면, 혼인신고 없이도 동거인 간 상속이 가능하고 세금과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
미국의 ‘지역파트너십’,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 제도 등도 혼인 관계를 넘어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영국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연합 회원 17개국은 사유리의 경우처럼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을 허용하고 있다.
가족의 다양성, 어떻게 생각하나요?
2021년 3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213명에게 물었습니다.
1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라는 가족의 정의, 어떻게 생각하나요?
82.6% 다양성을 반영해 바뀌어야 한다
17.4% 유지돼야 한다
2 딩크족, 비혼족, 반려동물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71% 개인의 신념에 따라 선택할 사안이다
25.8%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방향이다
2.2% 이해하기 어렵다
1%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3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YES 84.9%
NO 15.1%
4 한부모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요?
95.3% 바뀌어야 한다
4.7% 어쩔 수 없다